시오미 야스히코 캐논 기술개발 연구소장

카메라가 존재하는 한

캐논의 진화는 계속됩니다

지난 2월 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2015 캐논 신제품 전략 발표회가 열렸다. 이번 신제품 전략 발표회에서 캐논은 자사의 기술력을 집대성한 5000만 화소급 풀프레임 DSLR 카메라 EOS 5Ds, EOS 5DsR과 엔트리 DSLR 카메라 EOS 750D, 미러리스 카메라 EOS M3 등 각종 신제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신제품 소개뿐 아니라 글로벌 카메라 시장 현황과 캐논의 비전 설명도 함께 진행됐는데 발표자가 바로 캐논 기술개발 연구소장 시오미 야스히코였다. 발표회 이후 DCM이 시오미 야스히코 연구소장을 따로 만나 더욱 심도깊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진행┃채동우 기자 사진┃조다솔 기자

카메라 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또 캐논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캐논은 오랜 시간 카메라를 만들어왔고 카메라 사업을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오랜 기간 카메라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유저분들이 안심하고 사용하고 있고 신뢰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논은 DSLR, 미러리스, 콤팩트카메라 모두 자체설계 자체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타사와 다른 점입니다. 렌즈와 이미지센서도 직접 만들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내에서 전체 부서에 걸쳐 프로젝트를 전개해 나갈 수 있고 이것이 캐논만의 차별점이라 생각합니다. 캐논이라고 해서 모든 부품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직접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주요 부품은 캐논의 기술력을 플러스 알파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는 조합기술이 중요한데 광학과 영상을 결합하는 기술이 캐논의 강점입니다.

과거 초창기 필름카메라는 기계식이었지만 차츰 전자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현재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전자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80년대 렌즈 고정식 리프 셔터 카메라(leaf shutter camera)의 전기 하드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당시 카메라에 전기·전자적인 기능을 도입할 때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무엇인가? 그리고 당시의 개발 기준은 지금에 와서 본질적으로 달라진 부분이 있는가? 변하지 않은 부분과 변한 부분이 궁금하다.


전기설계자였던 저는 1980년대 당시에 캐논 카메라의 커스텀 IC를 개발했습니다. ASIC라고 부르는 것인데 지금의 AF센서와 AE센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이 장치의 신호처리를 만드는데 전기설계자로 참여했습니다. 당시 커스텀 IC는 굉장히 드문 존재였습니다. 커스터머용으로 수십만 개의 IC를 생산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아날로그 신호처리가 메인이었고 반도체의 프로세스룰도 지금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느슨 한 때였습니다. 지금은 ASIC 개발에 100여명이 함께하고 있는데 당시는 두세명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와 지금은 큰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지요. 최근에는 펌웨어 업데이트도 중요한 일이 됐습니다. 이미지 설계라는 개념도 지금은 아주 중요해졌지요.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은 기술이라기보다는 체제에 관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네요. 변하지않는 점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변을 드리자면 카메라 개발에 주도권을 잡고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카메라 그 자체, 기계를 다루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최근 10년 동안 카메라 시장이 커졌지만 최근에는 반대로 많은 기업들이 사라지거나 인수합병되고 있다. 카메라의 핵심 가치는 사람들이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손쉽게 손안에 넣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해온 기업이 캐논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경쟁상황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기술자의 입장에서 미래의 카메라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보는가.


우선 스마트폰도 카메라의 일종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이미지는 스마트폰에서 보기에 충분할 뿐이지 더 큰 화면에서 감상하거나 프린트 할 때에는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와 비교하기 힘든 화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메라의 장점 중 하나는 찍는 즐거움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카메라의 본질 중 하나입니다. 캐논은 카메라를 만지고 소유하는 즐거움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오감에 호소하는 것이 카메라의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스마트폰과 다른 세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 방향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미래의 카메라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조금 어려운 질문이군요. 캐논은 사진과 동영상의 융합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사진과 동영상이 별개의 것으로 취급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그 둘을 긴밀히 연결하는 기술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또한 피사체나 촬영환경을 카메라가 파악해서 더욱 좋은 사진을 표현할 수 있는 기술도 진화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입체감, 현장감, 리얼함을 보다 쉽게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캐논은 듀얼 픽셀 CMOS AF 기술을 개발한 바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AF만이 아니라 이미지 표현에도 관여하고 있는 기술입니다. 캐논은 이 부분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꾸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캐논을 보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전위적인 브랜드라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안정을 취하면서도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모습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손떨림 보정 시스템 기술개발을 담당한 것으로 아는데 당시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하다.


캐논은 어떤 일을 진행하거나 판단할 때 신중을 기하는 기업입니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보다는 세계최고 위치를 노리는 기업이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IS기술은 1990년대에 발표했지만 완성까지 5년이 걸렸습니다. 그 시간동안 수많은 베타기종이 폐기되기도 했습니다. 기술 개발과정에서 타사에서 비슷한 기술이 공개된 바 있어 캐논이 뒤쳐진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개발 당시 분위기를 전달해드리자면 사내에서 IS기술 개발에 찬성하는 사람들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당시 기술로는 2스탑 보정효과가 한계였기 때문입니다. 개발 시점에서 렌즈교환식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삼았고 지금은 IS탑재가 캐논 렌즈에서 핵심적인 기술 요소가 되었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당시에 개발에 성공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성공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초 손떨림 방지 장치가 내장된 렌즈인 EF 75-300mm F4-5.6 IS USM이 발매된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꾸준히 손떨림 방지 성능이 향상됐는데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그리고 바디 내 손떨림 보정장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향후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캐논은 카메라 렌즈 모두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향상시킬 예정입니다. 그러나 바디 내에 손떨림 보정 기술에 대해서는 관점이 다릅니다. 저희는 렌즈교환식 카메라에 집중하고 있고 교환렌즈에도 역량을 쏟아 붇고있는 만큼 둘다 적용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카메라 바디를 소홀히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바디에서는 이미지 처리를 통한 보정 기술을 향상시켜나갈 것입니다. 손떨림 보정기술을 개발하던 당시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 덧붙이자면 실패한 사진은 주로 초점이 나간 사진이거나 손이 떨려 흐려진 사진이었습니다. 초점은 AF기술로 해결이 됐지만 손떨림으로 인한 실패사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였습니다. 당시 정말 극소수 인원으로 개발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성공적인 기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미러리스 기종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캐논이 생각하는 미러리스의 역할은 무엇이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할 예정인가.

미러리스 시장이 아시아 내에서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 북미나 유럽에서는 그 상승세가 가파르지 않습니다. 이처럼 지역차가 있기 때문에 캐논 입장에서는 광학 파인더가 있는 카메라와 미러가 없는 카메라 양쪽 모두 지역에 맞춰 전개할 예정입니다. 아시다시피 광학파인더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많습니다. 반대로 EVF는 정보량 제공에 장점이 있지만 극복할 과제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장점을 살려가면서 두 기종 모두 전개해 나갈 예정입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그 사진이 완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후보정 작업이나 현상 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이미지가 완성된다. 이번에 발표한 CS100은 찍은 사진 그 자체를 바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겠으나 한 편으로 보면 미완의 사진을 공유하는 것일 수 있다. 결국 완성작에 가깝게 이미지 프로세싱 하는 기능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CS100은 1호기입니다. 카메라 내의 이미지를 출력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다양한 기능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지금 이 자리에서 밝히기 힘들지만 처리 기능에 대해서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1호기이다 보니 얼마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느냐, 얼마나 쉽게 감상할 수 있느냐에 중점을 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에는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 봅니다. 우선은 초보자라 하더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을 봐 주셨으면 합니다. 한국은 IT강국이다 보니 IT인프라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고 스마트폰을 통한 공유 또한 많은 분들이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감동받을 수 있는 고화질 이미지를 공유하고 출력하는 기회는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그 지점이 한국이나 세계 카메라 시장이 축소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1호기 콘셉트는 쉽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 행사를 학교까지 찾아가 찍었는데 이것을 정리할 시간이 없다거나 찍은 사진은 많지만 메모리카드가 여기저기 널려있어 정리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찍는 즐거움과 찍은 후의 즐거움을 연결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네트워크를 통해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대는 우리집에, 한 대는 할머 니 할아버지 집에 놔두면 손자 사진을 언제든지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각 가정에 비치된 고화질 TV를 통해 감상할 수 있는 것이지요.

DSLR을 이용한 동영상 촬영이 대중화 된 데는 캐논의 역할이 컸다. 최근 동영상 트렌드의 가장 큰 화두는 4K를 위시한 고해상도 촬영이다. 캐논은 4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최초의 DSLR 카메라인 EOS 1D C를 발표한 바 있다. 향후 또 다른 DSLR 기종에 4K 촬영 기능을 넣을 계획이 있는가?

구체적인 개발 계획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지만 4K는 물론 8K까지도 저희 시야에 넣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사진과 동영상을 높은 차원으로 융합하는 것을 자사 방침으로 세우고 있기 때문에 동영상 기능 확대는 반드시 진행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캐논이 카메라와 렌즈를 개발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그리고 사용자에게 캐논은 어떤 브랜드로 남고 싶은가.

카메라와 렌즈는 각 고객별로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고 카메라 자체의 가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캐논은 고객의 요구에 지속적으로 부응하는 기업이고 싶습니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겠으나 취미생활에서 사진은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카메라는 취미생활을 즐기는데 아주 중요한 도구일 수밖에 없고 그곳에 캐논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캐논은 프로 고객의 활동에 도움이 되는 장비를 제공하고있습니다. 그리고 하이아마추어는 프로의 작품을 동경하게 되는데 캐논은 하이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한 제품도 동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고객에게 꾸준히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이고 싶습니다. 조금 더 큰 꿈을 말씀드리자면 사진문화를 소중히하는 기업이고 싶습니다. 그것이 캐논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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