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코 GR로 담아본 촬영명소

서울을 보여주는 단면도


청계천 대림상가


글ㆍ사진|정난슬 기자

길을 걷다가, 또는 조금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마치 데자뷰처럼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만 같은 광경과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데 혹시 그곳이 영화나 TV드라마 속 촬영장소라면? 아마 한 번은 더 보고 지나치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마련했다. 이름하여 길 위에서 만난 아주 특별한 장소 이야기.

길을 걷다가, 또는 조금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마치 데자뷰처럼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만 같은 광경과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데 혹시 그곳이 영화나 TV드라마 속 촬영장소라면? 아마 한 번은 더 보고 지나치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마련했다. 이름하여 길 위에서 만난 아주 특별한 장소 이야기.

청계천은 서울의 역사를 단면도처럼 보여주는 장소다. 서울이 조선 왕조의 수도가 된 이래 600년 가까이 도성 한복판을 흐르며 서울의 역사, 서울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1960년대 후반 청계천은 청계고가도로와 세운상가가 착공되며 서울의 근대화와 고속 성장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세운상가를 구성하고 있는 건물 중 하나인 대림상가 역시 이 때 세워졌다.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이곳은 건물의 가운데가 직사각형 형태로 뚫려 있고 천장으로 빛이 들어오는 구조다. 이런 독특한 건물 구조와 분위기 덕에 세운상가 일대는 <초능력자>, <도둑들> 등 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됐다.

영화 <피에타(2012)>도 청계천 주변의 모습으로 현대 사회의 단면을 그려낸다. 주인공 강도(이정진)는 대림상가 일대 철공소 골목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에게 돈을 뜯어내며 살아간다. 극 중에서 강도에게 일을 맡기는 사채업자의 사무실도 대림상가 안에 위치해 있다. 또한 강도가 사는 곳도 대림상가 옆에 위치한 건물 옥상이다.

세운상가 일대는 강남권 개발과 용산전자상가의 부상으로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그 일대 변화를 위해 2006년 정부가 발표했던 대규모 재개발 계획은 수많은 반대와 논란을 낳았고, 결국 소규모 분할 개발로 계획을 변경했다. 극 중 한 채무자는 허공에 몸을 던지기 전 강도에게 ‘청계천을 하늘에서 내려다 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50년을 여기서 버텼지만 곧 여기도 빌딩이 들어설거라 말하는 그를 뒤로 하고 카메라는 철공소 골목 너머 거대한 빌딩숲이 자리한 청계천을 비춘다. 자잘한 건물들과 그 안의 삶이 개발과 자본에 위협당하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피에타>의 청계천이 궁금하다면 대림상가를 찾아가보자. 영화 속 장면처럼 철공소 골목에서 울리는 쇳소리를 들으며 대림상가에서 청계천을 내려다보면 청계천의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VDC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