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탁스 을지로 A/S 센터)

필름 카메라 시대 SLR 브랜드 삼대장을 꼽으라 하면 캐논 니콘과 더불어 빠지지 않는 브랜드가 펜탁스였다. 디지털 시대 들어 약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양한 상황에서도 안심하고 찍을 수 있는 DSLR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올 봄에는 풀프레임 DSLR 출시도 준비 중이다. 이런 펜탁스의 카메라를 필름 시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소개하고 수리까지 도맡아온 한국 펜탁스 카메라의 김덕겸 대표를 만났다.

‘한국 펜탁스 카메라’는 펜탁스 리코 카메라 공식 대리점인 동시에 서비스센터 역할까지 하고 있다. 현재 이 곳에서 수리 가능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펜탁스의 DSLR 대부분을 전문적으로 수리하고 있다. APS-C 센서를 장착한 DSLR은 셔터와 파인더 등 기계적인 부분부터 센서와 같은 디지털적인 부분까지 모두 수리가 가능하다. 거의 모든 고장 증세를 완벽하게 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매년 일본 본사에서 실시하는 수리 교육을 이수하고 있으며 국내에 돌아오면 전국 서비스 센터에 해당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다만 645Z와 같은 중형 DSLR의 경우는 아직까지 외장만 수리하고 있다. 고가 카메라인 만큼 해당 카메라를 구매하신 고객이 수리 서비스가 단시간 내에 완료되기를 원하시는데 즉시 응대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그러나 올 해 안에는 중형 DSLR도 90% 이상 국내에서 수리 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펜탁스 최상위 모델인 만큼 일본 본사에서 기술 유출과 같은 예민한 부분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국내 고객이 불편함이 없도록 꾸준히 협의를 진행해 최대한 설득하겠다.

그동안 펜탁스 카메라를 수리하며 내부를 들여다봤을 때 ‘잘 만들었구나’ 싶은 기종은 무엇인가?

카메라가 디지털화 되면서 전자 부품 비율이 확실히 많이 늘어났다. 과거 필름바디 시절에는 기계식 부품이 많았다. 그 당시에 만들어졌던 PENTAX MX나 PENTAX ME Super를 뜯어보면 아주 튼튼하게 잘 만들어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내구성이 좋아 고장도 드물고 고장이 난다고 해도 고치면 다시 오래 쓸 수 있다. 말 그대로 야무지게 만들어진 카메라다. 오버홀을 통해 기름때만 잘 닦아주고 새 기름칠을 해주기만 해도 정상 작동하는 MX나 ME Super도 많다. 현재는 단종된 부품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생산량이 많아 다른 카메라에서 부품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수리가 가능하다.   

올 봄이면 펜탁스에서 35mm 풀프레임 카메라를 선보인다. 펜탁스에게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 펜탁스 카메라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많은 펜탁스 유저가 손꼽아 기다리던 모델이다. 오랜 시간 펜탁스만 바라보면서 다른 브랜드는 눈길도 주지 않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다. 그런 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 믿는다. 물론 한국 펜탁스 카메라 입장에서 보자면 매출도 오를 거라 예상한다. 하지만 매출이 다는 아니다. 카메라를 수익을 만들어주는 상품으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 그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A/S를 받으러 오는 또 다른 고객이다.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대한 고객에게 진심으로 다가서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펜탁스 동호회에서 촬영대회를 열면 꼭 찾아가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불만사항이나 애로사항을 경청해서 듣는다. 그렇게 수렴한 여러 의견을 들고 펜탁스 공식 수입업체인 세기P&C와 만나 협의를 통해 고쳐나가고 있다.

필름 시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카메라를 수리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수리 요청 고객이 있다면?

하루는 어떤 고객이 MX 모델과 ME Super 모델, 그리고 각종 렌즈를 포함해 10여점의 필름 장비를 들고 온 적이 있다. 원래 우리 수리점을 찾아온 적이 있는 분인데 이렇게 많은 장비를 들고 다시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답이 의외였다. 자기 장비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원래 MX를 사용하고 있는 중인데 직장 상사가 본인도 그 카메라를 사용하고 싶다면서 여러 장비를 한꺼번에 샀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카메라들이 온전한 게 아니라 다른 수리점에 맡겼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우리 수리점으로 다시 온 상황이었다. 우리를 믿었기에 많은 장비를 한꺼번에 맡겼다고 생각한다. 그런 고객의 믿음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사용하던 카메라를 들고 와 수리를 의뢰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유품으로 가지고 있던 카메라인데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아 곰팡이가 피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의미가 있는 카메라인 만큼 더 꼼꼼하게 카메라를 봐드리려고 노력한다.

우리 수리점을 찾아온 고객에게는 차라도 한 잔 건네고 이야기를 조금 더 많이 나누려고 한다. 단순히 손님과 엔지니어가 사무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항상 고객을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펜탁스 유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른 브랜드 사용자보다 쓰고 있는 장비에 대해 애정이 더 많은 분들이다. 그분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항상 기쁜 마음이다. 오랜 시간 묵묵히 펜탁스를 응원해주신 것에 감사한다. 올해는 풀프레임 기종 발표로 펜탁시안에게도 특별한 한 해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펜탁스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애정 어린 마음으로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질타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고치기 위해 노력하겠다. 많이 도와주시고 성원해주시기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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