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EF14mm f/2.8L Ⅱ USM

렌즈에는 다양한 화각이 있지만 이중에서 광각 렌즈는 유난히 ‘좋은’ 렌즈를 찾기 어렵다. 주변부 화질부터 최대 개방 조리개 수치, 최단 촬영 거리 등 충족해야 하는 기준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24mm보다 넓은 화각의 경우 렌즈면이 구(求)형이어서 자칫하면 주변부에 색수차가 발생하기도 쉽다. 그럼에도 ‘좋은’ 광각 단렌즈라는 이름을 출시 때부터 들어온 렌즈가 있다. 바로 캐논 EF 14mm f/2.8L Ⅱ USM이다. 이 렌즈는 L렌즈를 상징하는 빨간 띠의 위엄을 두른 초광각 단렌즈다. 리뉴얼된 지 이미 9년을 바라보는 이 렌즈가 고해상도 카메라와 결착했을 때도 부족함 없는 화질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초월한 광학 기술

광각 렌즈는 주변 피사체를 알맞게 정리하지 않으면 자칫 주제와 부제를 알 수 없는 사진이 되고 만다. 이 때문에 적응과 활용이 가장 어려운 렌즈이기도 하다. 또 주변부 화질, 최대 개방 조리개 값과 렌즈 구경 같은 렌즈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게 작용하기에 광각 렌즈를 구매할 때는 여느 렌즈보다 까다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기술적 트렌드와 성능, 디자인 등의 영향으로 교체 시기가 빠른 바디와 달리 한 번 잘 만든 렌즈는 10년 단위도 거뜬하게 소화한다. 필름 시대에 출시된 렌즈가 여전히 중고 시장에서 매매되고 유저에게 사랑 받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캐논 EF 14mm f/2.8L Ⅱ USM(이하 14mm F2.8L Ⅱ)은 지난 2007년 캐논의 L(Low Dispersion)렌즈 군으로 리뉴얼 후 출시된 렌즈다. 햇수로 계산하면 9년, 곧 출시 10년을 앞둔 렌즈다. 그럼에도 14mm F2.8L Ⅱ는 최근 발매된 카메라에 결합해도 부족함 없는 화질을 보여준다.

EOS 1D C, F5.6, 1/125, ISO 500 / 왜곡이 적어 인물 사진 촬영에도 활용할 수 있다. 왜곡은 적으나 인물은 되도록 중앙부 근처에 두는 것이 좋다.
EOS 1D C, F5.6, 1/125, ISO 500 / 왜곡이 적어 인물 사진 촬영에도 활용할 수 있다. 왜곡은 적으나 인물은 되도록 중앙부 근처에 두는 것이 좋다.

캐논 14mm F2.8L Ⅱ는 풀프레임 카메라를 위한 초광각 단렌즈다. 11군 14매로 구성됐으며 고정밀 GMO 비구면 렌즈 2매를 탑재해 왜곡 수차가 줄고 주변부 화질이 향상됐다. 또한 배율 색수차를 억제하고 색번짐 없이 높은 콘트라스트를 구현하기 위한 UD 렌즈 2매를 채택했다. 이처럼 렌즈 구성에서 주변부 왜곡과 색수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14mm F2.8L Ⅱ는 광각 화각임에도 광각 렌즈로 촬영 시 주변부가 휘어지는 배럴 디스토션(Barrel Distortion) 현상이 적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유저 사이에서 14mm F2.8L Ⅱ는 건축물 촬영 시 유용한 렌즈로 자리 잡았다. 화각 특성상 풍경과 건축물 촬영이 주를 이루지만 왜곡이 적어 인물 촬영에도 사용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이 같은 렌즈 구성으로 주변부 비네팅도 효과적으로 억제됐으며 콘트라스트도 낮아 이미지를 전반적으로 봤을 때 초광각 렌즈의 문제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또한 14mm F2.8L Ⅱ의 최단 촬영 거리는 0.2m로 피사체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여기에 최대 개방 조리개를 활용하면 초광각 렌즈로 보케 촬영과 아웃포커싱 촬영이 가능하다. 물론 초광각 렌즈답게 조리개를 살짝 조이면 깊은 심도 표현도 가능하다. 실제 MFT 차트를 확인했을 때 F4부터 중앙부와 주변부 화질이 전반적으로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을 발견했다. 전반적인 디테일이 중요한 촬영의 경우 F4 이상 F8 이하의 조리개 값을 권한다. 14mm F2.8L Ⅱ는 렌즈 전면이 구슬처럼 둥글게 제작돼 필터를 장착할 수 없다. 때문에 렌즈 표면의 코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4mm F2.8L Ⅱ에는 슈퍼 스펙트라 코팅(SWC)을 적용했다. 이는 색 재현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엠버과 마젠타, 퍼플 등으로 단층 코팅한 것으로 색 재현성을 높여준다. 또한 빛 투과율을 높여 빛의 난반사로 발생하는 플레어나 고스트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이 외에도 방진·방습 구조를 채택해 마운트 부분과 스위치 패널, 포커스링이 실링 처리됐다.

EOS 1D C, F2.8, 1/25, ISO 800 / 14mm로 촬영 시 주제와 부제 구성에 주의해야 한다. 강 표면에 얼어붙은 식물 줄기가 이 사진의 주제가 되도록 촬영했다.
EOS 1D C, F2.8, 1/25, ISO 800 / 14mm로 촬영 시 주제와 부제 구성에 주의해야 한다. 강 표면에 얼어붙은 식물 줄기가 이 사진의 주제가 되도록 촬영했다.

14mm F2.8L Ⅱ는 초광각 렌즈지만 왜곡과 비네팅, 최단 촬영 거리와 최대 개방 조리개 F2.8 등 초광각 렌즈의 단점으로 제기된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 렌즈다. 물론 9년이라는 시간 동안 광학 기술은 더욱 발전해 최근 탑재되는 기능이나 코팅이 적용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 하지만 기술력 없이는 쉬이 구현할 수 없는 광학적 디테일은 이 렌즈가 지닌 최대의 강점이다. 초광각 렌즈는 화질과 같은 기술력 외에도 촬영 시 많은 주의가 필요한 렌즈다. 화각이 넓어 드러내고 싶은 주제가 작게 표현되거나 지나치게 많은 피사체가 프레임에 들어와 구성이 복잡해지면 사진 한 장에서 나타나는 임팩트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화각이기 때문에 14mm의 화각에 익숙해져야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점도 있다. 14mm F2.8L Ⅱ는 이미 화질과 성능에서 이미 전문가로부터 인정 받은 초광각 단렌즈다. 이제 이 렌즈의 진가는 카메라를 쥔 유저에게 달려있다. 낯설고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 14mm F2.8L Ⅱ로 초광각 렌즈의 시선으로 사진을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좋은 렌즈가 가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OS 1D C, F8, 1/160, ISO 100 / 건물과 풍경이 혼합된 이미지다. 배럴 디스토션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건축물 촬영에도 유용하다. 또한 주변부 화질이 뭉개지지 않아 전반적으로 고화질을 유지한다.
EOS 1D C, F8, 1/160, ISO 100 / 건물과 풍경이 혼합된 이미지다. 배럴 디스토션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건축물 촬영에도 유용하다. 또한 주변부 화질이 뭉개지지 않아 전반적으로 고화질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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