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랩스 제작자 김지훈의 3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최근 서울역 고가도로가 수명을 다하고 폐쇄됐다. 70년대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서울과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상징하는 도로인 서울역 고가도로는 비록 수명은 다했으나 철거되지 않고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재조성될 예정이다.
공간은 조금씩 얼굴을 바꾸고, 금방 익숙해진다
익숙하게 살아가는 공간의 변화를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청계천이나 동대문운동장과 같은 상징적인 공간의 변화를 바라보며 변화 속에 내포된 맥락을 통해 도시의 얼굴과 색채가 바뀌는 것을 감지할 뿐이다. 한때 차가 달리던 곳이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곳으로 바뀌고, 산업 패러다임이 뒤안길로 사라지며 사람이 그곳에 자리잡았다. 과거의 서울이 기계의 심장인 엔진과 같은 인상이었다면 이제는 사람 사는 집의 인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하나 더 눈 여겨 볼 것이 있다. 바로 ‘보존’이다. 철거하지 않고 용도를 바꾸면서 공간이 지닌 역사를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다. 재개발 속에 사라진 주거 공간의 역사처럼 서울에서 살아가는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파괴됐던 것을 떠올려본다면, 최근의 흐름은 공공의 공간을 보존함으로써 이제는 삶을 꾸릴 수 있는 집의 한 축을 세우는 일처럼 보인다.
서울역 고가도로의 변화와 함께, 조용히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공간
상암월드컵경기장 맞은편에는 매봉산이 있다. 능선을 따라 인근 주민들의 등산로가 있고, 산자락 초입은 대형 버스 주차장으로 사용된다. 이 산 중턱에는 거대한 원형 철제 탱크 5동이 사람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다. ‘마포 석유비축기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 이후 추진된 석유비축정책을 통해 비상시를 대비한 수도권 민수용 유류저장 시설 중 하나다. 지난 20여 년간 석유를 비축하거나 일부는 판매하는 등 꾸준히 사용됐지만 2002 월드컵 행사 준비를 위해 1999년 기지 이전과 함께 그간 저장된 유류는 모두 수도권으로 이동됐다. 이후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유휴부지로 남았다.
또 하나의 상징적인 지표가 될 마포 석유비축기지
최근 마포 석유비축기지의 공원화가 결정됐다. 서울역 고가도로와 마찬가지로 철거하지 않고 탱크 자체를 전시 및 관람시설로 바꾸고, 대형버스의 주차장과 매봉산은 공연장과 공원으로 조성된다. 석유탱크에서 공원으로 변화할 공간의 소식을 접하며, <서울 7017 프로젝트>에서 감지했던 변화하는 도시 색채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변화를 앞둔 공간의 기록 목적으로 정기적인 타임랩스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2015년 10월에 촬영한 것이다.
사람의 시선을 피해 설치된 시설
지난 15년간 유휴부지로 통행이 없던 공간이기에 접근이 쉽지 않았다. 통행로 자체가 수풀에 가려 파악하기 어려웠고, 시설 목적상 전체적인 조감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아 항공촬영 없이 효과적인 부감촬영은 불가능했다. 결국 접근 가능했던 탱크 내부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탱크라는 공간이 자아내는 신비로움
탱크는 5층짜리 빌딩만한 크기의 커다란 원통형 철제로 이뤄졌다. 처음 봤을 때 투박한 색채의 거대한 철제구조물이 전하는 묵직한 인상에 압도됐다. 탱크의 바깥쪽 상단부는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다. 상단부 중앙과 주변부에 석유 보관 시 발생하는 가스를 배출시키기 위해 설치된 환기용 통풍구가 있다. 탱크 내부로 들어가려면 탱크 바깥쪽 하단의 송유관 연결부를 통과해야 한다. 수풀을 헤치고 사람 몸 하나가 겨우 통과할만한 구멍을 통해 내부로 들어간다. 내부는 상부의 통풍구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제외하면 캄캄하다. 어둠에 잠긴 텅 빈 거대 철제 구조물 내부의 위압감과 통풍구를 통해 뻗어 들어오는 빛줄기가 만들어낸 드라마틱한 장면이 인상 깊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탱크 내부를 횡단하는 빛줄기를 촬영하기로 했다. Astro Dolly로 빛줄기와 탱크 기둥이 교차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2시간 가량 인터벌 촬영을 진행해 빛줄기의 움직임과 전체조감을 완성했다.
본격적으로 마포 석유비축기지 공원조성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날씨와 계절을 고려해 다양한 모습을 타임랩스 작업으로 기록할 예정이다. 공사 시작 후에는 변화하는 과정을 정기적으로 촬영해 전체 조성과정을 타임랩스로 제작할 계획이다.
<MAPO DEPOT DOCUMENT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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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meo.com/1455206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