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yang 12mm f2.0 nCs Cs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좋은 책을 사는 것은 그것을 읽기 위한 시간도 같이 사는 것”이라 말했다. 좋은 카메라 장비를 사는 이유도 같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셔터를 누르기까지의 시간을 즐기는 이는 많지 않다. 셔터 한 번이면 노출부터 초점까지 자동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찍고 쉽게 소비하게 된다. 삼양옵틱스는 빠르게 흐르는 디지털 시대에 수동 초점 렌즈로 느림의 미학을 전하는 서드파티 브랜드다. 일일이 초점링을 돌려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사진 한 장을 얻기까지의 시간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넓은 화각에 밝은 조리개를 가져 표현의 스펙트럼이 넓은 12mm F2.0 NCS CS와 함께 셔터를 누르기까지의 시간에게 여유를 내어줘 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김진빈 기자
촬영이 즐거워지는 수동 초점 렌즈의 힘
40년 동안 광학 제품을 생산해온 삼양옵틱스는 80년대 중반 폴라(Polar)렌즈로 가성비 제품이라는 찬사 아닌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가성비라는 단어에는 ‘가격 대비 쓸만한’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폴라렌즈는 타 브랜드 제품에 비해 가격이 현저히 저렴해 쉽게 사고 쉽게 파는 렌즈에 불과했던 것. 2008년 삼양옵틱스가 85mm F1.4를 내놓으면서 삼양옵틱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수동 초점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광학 기술로 렌즈 성능을 끌어올려 외국 유저에게도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타 브랜드에 비해 가격은 여전히 저렴한 편이지만 이제 삼양렌즈를 두고 ‘가격 대비 쓸만한’이라는 수식어는 통용되지 않는다.
AF(Auto Focus) 시대가 오면서 사람들은 쉽고 빠르게 초점을 맞출 수 있는 AF 방식에 길들여졌다. 한 자리에서 노출이나 초점을 맞춰가며 여러 시도 끝에 원하는 사진을 찍기 보다 찾아오는 셔터 찬스를 놓치지 않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사진 한 장을 찍기까지 들이는 시간이 비교적 짧아졌다. 빠르게 셔터를 눌러 얻은 방대한 양의 사진은 보다 쉽게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삼양옵틱스가 MF(Manual Focus)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사진에서 가장 기본인 ‘찍는 행위’ 자체에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것. 단순히 초점을 조절하는 행동이 하나 추가된 것뿐인데 사용자의 촬영 집중도와 사진에 대한 만족도는 배가 된다. 또한 MF 방식은 사용자가 눈으로 보고 조절하기 때문에 AF 방식에서 잡지 못하는 미세한 부분까지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미러리스 유저라면 수동 초점 렌즈 사용이 더욱 편리하다. 후면 액정이나 디지털 파인더를 통해 원하는 부분을 확대해 초점이 맞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SAMYANG 12mm F2.0 NCS CS(이하 12mm F2.0) 역시 APS-C 센서와 마이크로 포서드 센서 미러리스 전용으로 출시했다. 수동 초점에 유리해 쉽게 찍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단렌즈이기 때문에 해상력도 우수한 편이다. 또한 센서가 작기 때문에 렌즈 자체도 작고 가볍다. 마이크로 포서드 센서 미러리스에 마운트하면 콤팩트 카메라 보다 조금 큰 크기로 휴대성이 좋아 평소에 스냅촬영용으로 들고 다니기에도 부담이 없다. 마이크로 포서드 센서 미러리스와 12mm F2.0은 아담한 사이즈로 해상력이 우수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찍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환상의 조합이다.
작은 렌즈가 가진 무궁무진한 표현의 세계
12mm F2.0은 마이크로 포서드 센서 미러리스 마운트 시 환산 약 24mm로 광각 영역에 속하는 렌즈다. 24mm는 왜곡 없이 넓은 풍경을 담기도, 피사체에 다가가 근거리 스냅촬영을 즐기기도 좋은 화각이다. 12mm F2.0의 경우 화각은 24mm지만 12mm의 F2.0 심도를 가졌기 때문에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광각렌즈는 기본적으로 심도가 깊어 조리개를 F5.6~F8 정도로 조이면 초점을 맞춘 부분은 물론 화면 전체에 선명하게 초점이 맞아떨어진다. 간단한 초점링 조절만으로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셔터 찬스 대응이 가능하다. 수동 초점 렌즈 조작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는 즉각적인 촬영도 가능한 것. 또한 12mm F2.0은 6장으로 이루어진 원형에 가까운 조리개 날개를 가졌다. 때문에 조리개를 F11 이상으로 조여 촬영하면 6개의 빛갈라짐이 인상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다.
24mm 화각에 밝은 조리개가 더해지면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피사체를 담는 스냅촬영에 최적화된 렌즈가 된다. 초점 맞은 피사체 뒤로 24mm 화각의 넓은 배경이 흐려져 입체감이 형성되기 때문에 사진에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이때 최대 개방으로 조리개를 열어 배경을 흐리게 하는 것도 좋지만 한 스톱 정도 조여 배경의 형체를 알기 쉽게 촬영하면 사진에 스토리를 부여할 수 있다. 12mm F2.0은 글래스 비구면 렌즈 1매와 복합 비구면 렌즈(Hybrid-ASP) 1매, 저분산 렌즈 3매를 적용해 해상력을 잡았다. 특히 복합 비구면 렌즈는 최대 개방에서도 중심부와 주변부 모두에서 뛰어난 화질과 콘트라스트를 구현하기 때문에 얕은 심도 표현에 있어 해상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12mm F2.0은 20cm라는 짧은 최단 촬영 거리를 가졌다. 근거리에 있는 피사체에 바짝 다가가 앞뒤 흐림으로 입체감이 풍부한 사진을 찍기 좋다. 이때 수동 초점 방식이 빛을 발한다. AF 방식은 자동으로 인식되는 범위 내에서 사용자가 지정한 위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MF 방식은 사용자가 후면 액정이나 디지털 파인더를 직접 보면서 조절하기 때문에 보다 놓치기 쉬운 미세한 부분까지 예측해 초점을 맞추는 게 가능하다. 수동 초점 렌즈는 AF 방식을 이용할 때보다 사용자가 원하는 이미지에 가까운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것이다. AF 방식에 길들여진 속전속결형 유저라면 무궁무진한 표현력을 지닌 삼양 12mm F2.0을 들고 사진가의 시간을 천천히 음미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