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폴라 나이트 매직> 캠페인 한국대표 케이채

핀에어와 핀란드관광청이 한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5개국을 대상으로 각국 대표 1명을 뽑아 3개월 동안 다양한 액티비티와 함께 라플란드의 겨울을 체험하는 <100일간의 폴라 나이트 매직> 캠페인을 진행했다. 단순히 라플란드 지역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5명의 대표가 라플란드에 거주하며 유럽 최북단 지역의 겨울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 월간 VDCM이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100일간의 폴라 나이트 매직> 캠페인 한국 대표로 선발돼 라플란드에서 특별한 3개월을 보낸 케이채를 만났다.

진행┃김진빈 기자    사진┃케이채      자료제공┃핀에어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100일간의 폴라 나이트 매직> 캠페인의 한국대표로 선발됐다. 여행사진을 주로 찍어온 케이채가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실 지금까지 공모전이나 캠페인에 지원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평소 어딘가 제출하기 위해 연출한 결과물보다 상황에 맞춰 제가 찍고 싶은 사진을 찍는 것에 의미를 두고 사진작업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핀에어와 핀란드관광청이 주최하는 <100일간의 폴라 나이트 매직> 탐험대원 모집 글을 보고 여행지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 생활방식까지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워 직접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다른 이벤트에 비해 지원서 상에 써야하는 항목이 적었던 것도 큰 이유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웃음) 짧은 소개글과 함께 그동안 작업해온 사진이 담긴 웹사이트 주소를 첨부해 보냈고, 한 달 후 도쿄에서 진행된 최종후보 선발 인터뷰를 거쳐 한국대표로 선정됐습니다. 별다른 기대를 안 했기에 더 기분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10여년 동안 혼자 전 세계 60여개국을 다니며 여행사진을 찍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혼자 하는 여행과 탐험대와 동행하는 여행은 다른 점이 많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과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주로 외국을 여행하며 사진작업을 해왔습니다. 꾸며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담기 위해 혼자 세계를 만났고, 혼자가 가장 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기 다른 국적을 가진 4명의 멤버들과 탐험을 이끌어 줄 관계자를 만나며 보내는 시간이 처음에는 불편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인 작업이 아닌 팀으로 다양한 스테이지를 경험하는 것이 캠페인의 궁극적인 목적이었고, 3개월을 매일 함께하다 보니 멤버와도 가족같이 든든한 사이가 됐습니다. 일본 대표인 유이치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프로사진가로 공감대 형성이 잘 되고, 독일 대표 마티아스 역시 웹디자이너지만 사진에 관심이 많아 남자들끼리 특히 의기투합이 잘됐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포필과 팀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소피까지 각각의 멤버가 잘 하는 것도 관심사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응원하면서 탐험을 진행했습니다.

 

핀란드 북부에 위치한 라플란드는 유럽 최북단 지역으로 사람들이 쉽게 여행지로 선택하기 힘든 곳이다. 케이채가 100일 남짓한 시간 동안 생활하며 느낀 라폴란드는 어떤 곳인가?

라플란드의 겨울은 눈이 정말 많이 오기 때문에 추운 날은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춥습니다. 어떻게 보면 척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워낙 인구가 적고 사람들이 몰려 살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마주치는 일도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런 요소가 오히려 더 아름다운 풍광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여정을 시작했던 12월은 한 달 동안 해가 지평선 위로 떠오르지 않는 기간인데, 이 시기에는 하늘이 노을에 물든 것 같은 풍경이 몇 시간씩 유지돼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라폴란드의 겨울과 완벽한 조화를 만들어내는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이번 캠페인의 취지는 단순히 라폴란드를 여행하는 것이 아닌 18단계 프로그램으로 핀란드의 겨울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사진가로서 오로라 촬영과 자연을 담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핀란드의 겨울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평소의 저였다면 시도해보지 않았을 다양한 겨울 액티비티를 체험해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케미(Kemi)라는 지역에서 쇄빙선을 타고 얼어붙은 발트해로 들어가 얼음 사이로 수영을 한 것과 5일간 여섯 마리의 허스키를 이끌고 200킬로 가까이 썰매로 여행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또 추위 속에서 하루를 보내며 차가워진 몸을 순식간에 데워주는 핀란드식 사우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질문을 받고 보니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새 100일간의 여정도 끝이 보인다. 케이채는 많은 곳을 여행해왔지만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한 지역에 ‘살았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그 동안의 여행과 다른 점이 있나?

많은 곳을 여행해봤지만 미국 유학시절을 제외하곤 한 곳에 길게 머무른 적이 없습니다. 때문에 핀란드는 앞으로도 특별한 나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오직 사진만을 위한 여정이 아니라는 점이 제겐 더 특별합니다. 사실 운동신경이 좋지 않은 편이라 스키를 배우고 트래킹을 하는 등 액티비티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평소 저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경험을 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실제로 최종 인터뷰에서도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3개월 동안 다양한 도전을 해내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겠냐고 어필하기도 했습니다. ‘저 사람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지 않겠냐고 말이죠. 또한 이번 여정이 4명의 팀원과 함께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라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 서로에게 ‘일생 한 번뿐인 경험이다’라 말해주며 힘을 복돋아 줬던 것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포토에세이를 출간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새로 출간하는 책에서 100일간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도 만나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작년에 100일 넘게 아시아를 돌면서 작업했던 사진과 최근 몇 년의 작업들을 엮어 올 여름 출간을 목표로 포토에세이를 준비중입니다. 사실 이번 핀란드 여정은 따로 한 권의 책으로 내고 싶어 일부러 이번 포토에세이에선 제외하려고 합니다. 워낙 특별하고 독특한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제가 느낀 핀란드 겨울의 매력을 사진과 글로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조금 욕심을 부려 올 겨울 안에 많은 분들 앞에 케이채의 핀란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사진으로 전하는 케이채의 라플란드 이야기  

허스키 썰매라고 해서 가만히 앉아 있는 줄 알았는데 앞으로만 달리려고 하는 허스키들의 방향을 잡아주며 운전해야 하고, 잠자리나 밥을 챙겨주는 등 할 일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른 아침 햇살과 함께 아름다움을 뽐내는 라폴란드의 겨울 풍광을 썰매 위에서 보고있으면 수고로움을 보상 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핀란드에 있는 동안 10번 정도 오로라를 봤는데 이날 밤의 오로라는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영하 40도가 넘는 날씨로 카메라가 중간중간 작동을 멈추고 손이 얼어붙을 지경이었지만 하늘을 수놓은 오로라 폭풍에 추위도 잊고 오직 사진으로 담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땅 위는 너무나도 춥고 차가워 푸르른 빛을 뿜어내는데, 지평선 아래에 보이지 않는 태양은 여전히 화려한 빛을 하늘 위로 뿌리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로 이미 살짝 떠오른 초승달. 제가 느낀 라폴란드의 매력이 모두 담겨 있는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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