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으로 다시 보는 삶 2
류제원 작가의 ‘필름으로 다시 보는 삶’ 두 번째 이야기는 ‘우골탑(牛骨塔)’에 관한 이야기다. 류제원 작가는 경포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며 학교의 일상, 탄광 막장 인부 등을 필름 카메라로 촬영해왔다. 보다 많은 이에게 오랫동안 촬영한 필름 사진을 선보이고 싶었던 류 작가는 플러스텍(Plusteck) 사의 옵틱필름(OpticFilm) 스캐너를 통해 디지털 사진으로 변환해 이미지를 정리했다. 누군가에겐 향수를, 누군가에겐 놀라움을 안겨줄 그의 사진을 통해 지난 시간을 되
새겨볼 수 있길 바란다. 글·사진┃류제원 작가
대학을 흔히 상아탑이라 일컫는다. 프랑스에서 처음 사용한 ‘상아탑’은 속세를 떠나 오로지 학문이나 예술에만 잠기는 경지를 이르는 것을 뜻한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대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있었다. 우골탑(牛骨塔)이다. 이는 1960, 70년대 농촌에서 자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선 전답과 소를 팔아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던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당시 대학 건물 대부분이 수많은 농촌 부모가 소를 판 돈으로 지어졌음을 의미한다.
농촌에서 소는 가족 이상의 존재다. 소는 농업이 주된 일인 농촌에서 논밭을 갈고, 수확물을 운반하는 등 여러 역할을 묵묵히 해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소는 가족 공동체의 일환으로 늘 함께하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대학으로 보내기 위해서 많은 농촌 부모는 자식처럼 아끼던 소를 팔아야만 했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 시절 대학생은 대학을 상아탑 대신 우골탑이라 부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시대도 변했다. 이제는 소를 팔아 대학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더 이상 우리 곁에 소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그래도 여전히 사진과 추억으로 가족과도 같던 소의 모습은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우골탑은 당시 농촌의 상황과 자식에 대한 농민 부모의 마음을 잘 드러내는 단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