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으로 다시 보는 삶 2

남산 호랑이처럼 튼튼해 농사 일에 도움을 줬던 소는 농촌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 같은 존재였다. 때문에 오래오래 함께 살기 바라는 마음을 외양간 입구에 적어 놓기도 했다.
남산 호랑이처럼 튼튼해 농사 일에 도움을 줬던 소는 농촌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 같은 존재였다. 때문에 오래오래 함께 살기 바라는 마음을 외양간 입구에 적어 놓기도 했다.
소를 팔아 자식 대학등록금으로 보내야 하는데 이날은 값이 영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소를끌고 돌아가는 모습이 어딘가 서글퍼 보인다.
소를 팔아 자식 대학등록금으로 보내야 하는데 이날은 값이 영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소를끌고 돌아가는 모습이 어딘가 서글퍼 보인다.

류제원 작가의 ‘필름으로 다시 보는 삶’ 두 번째 이야기는 ‘우골탑(牛骨塔)’에 관한 이야기다. 류제원 작가는 경포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며 학교의 일상, 탄광 막장 인부 등을 필름 카메라로 촬영해왔다. 보다 많은 이에게 오랫동안 촬영한 필름 사진을 선보이고 싶었던 류 작가는 플러스텍(Plusteck) 사의 옵틱필름(OpticFilm) 스캐너를 통해 디지털 사진으로 변환해 이미지를 정리했다. 누군가에겐 향수를, 누군가에겐 놀라움을 안겨줄 그의 사진을 통해 지난 시간을 되
새겨볼 수 있길 바란다. 글·사진┃류제원 작가

따뜻한 봄날 소를 마당 한 켠에 매놓고 등을 싸리비로 긁어주면 소는 주인의 사랑에 행복해한다.
따뜻한 봄날 소를 마당 한 켠에 매놓고 등을 싸리비로 긁어주면 소는 주인의 사랑에 행복해한다.
부엌 한 켠에는 언제나 외양간이 함께 있었다. 한 가족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농부는 매일 저녁에 따뜻한 여물을 소에게 먹였다.
부엌 한 켠에는 언제나 외양간이 함께 있었다. 한 가족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농부는 매일 저녁에 따뜻한 여물을 소에게 먹였다.
봄날 언 땅이 녹으면 아지랑이가 피어 오른다. 이때쯤 농부는 소와 함께 논을 갈며 새로운 한해를 시작한다.
봄날 언 땅이 녹으면 아지랑이가 피어 오른다. 이때쯤 농부는 소와 함께 논을 갈며 새로운 한해를 시작한다.

대학을 흔히 상아탑이라 일컫는다. 프랑스에서 처음 사용한 ‘상아탑’은 속세를 떠나 오로지 학문이나 예술에만 잠기는 경지를 이르는 것을 뜻한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대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있었다. 우골탑(牛骨塔)이다. 이는 1960, 70년대 농촌에서 자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선 전답과 소를 팔아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던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당시 대학 건물 대부분이 수많은 농촌 부모가 소를 판 돈으로 지어졌음을 의미한다.
농촌에서 소는 가족 이상의 존재다. 소는 농업이 주된 일인 농촌에서 논밭을 갈고, 수확물을 운반하는 등 여러 역할을 묵묵히 해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소는 가족 공동체의 일환으로 늘 함께하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대학으로 보내기 위해서 많은 농촌 부모는 자식처럼 아끼던 소를 팔아야만 했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 시절 대학생은 대학을 상아탑 대신 우골탑이라 부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시대도 변했다. 이제는 소를 팔아 대학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더 이상 우리 곁에 소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그래도 여전히 사진과 추억으로 가족과도 같던 소의 모습은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우골탑은 당시 농촌의 상황과 자식에 대한 농민 부모의 마음을 잘 드러내는 단어라 할 수 있다.

경사가 급한 곳이나 밭을 깊게 파기 위해서는 큰 힘이 필요해 두 마리 소가 밭을 간다. 이런 방법을‘쌍겨리’라 부른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수확을 할 수 있을까. 농부의 마음은 벌써부터 설렌다.
경사가 급한 곳이나 밭을 깊게 파기 위해서는 큰 힘이 필요해 두 마리 소가 밭을 간다. 이런 방법을‘쌍겨리’라 부른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수확을 할 수 있을까. 농부의 마음은 벌써부터 설렌다.
단오씨름대회에서 준우승한 선수가 송아지한 마리를 부상으로 받은 후 기분 좋게 돌아가고 있다.
단오씨름대회에서 준우승한 선수가 송아지한 마리를 부상으로 받은 후 기분 좋게 돌아가고 있다.
농부의 아내가 앞에서 끌고 뒤에서는 쟁기로 땅을 깊게 파며 따라간다. 소도 셋이서 힘을 합치면 힘이 덜 든다는 것을 알 것이다.
농부의 아내가 앞에서 끌고 뒤에서는 쟁기로 땅을 깊게 파며 따라간다. 소도 셋이서 힘을 합치면 힘이 덜 든다는 것을 알 것이다.
늦가을 해질녘 농사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소가 마당에 있는 채소를 맛있게 뜯어 먹자 농부가 사랑스런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늦가을 해질녘 농사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소가 마당에 있는 채소를 맛있게 뜯어 먹자 농부가 사랑스런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오일장의 우시장.
지금은 사라진 오일장의 우시장.
저작권자 © VDC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