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X포토그래퍼 글로벌 프로젝트 작가 4인 대담

진행: 월간 VDCM 남정완 편집장/ 장소 제공: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참석자: 어상선, 광모, 황선희, 안태영 사진가
진행: 월간 VDCM 남정완 편집장/ 장소 제공: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참석자: 어상선, 광모, 황선희, 안태영 사진가

국내 사진·카메라 전문지 월간 VDCM은 지난 1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2017 후지키나 취재의 일환으로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후지키나 행사에서는 후지필름 최초의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 GFX 50S를 비롯해 X-T20, X100F 등의 신제품이 공개됐다. 동시에 후지필름의 글로벌 신제품 발표 때 마다 함께 진행되어 온 X포토그래퍼의 사진전이 교토 3곳의 갤러리에서 열렸다.
지난 2월 10일, 후지필름 본사 X 갤러리에 아시아를 대표하여 X포토그래퍼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한 4인의 국내 사진가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후지필름 신제품 카메라를 가지고 진행한 한 달여의 과정과 사진 작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어상선 사진가
어상선 사진가

남정완 편집장: 교토에서 열린 후지키나 행사 이후로 두 번째 만남을 갖게 됐습니다. 이번 대담은 원래 개별 인터뷰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후지필름 글로벌 프로젝트와 특정 카메라 브랜드를 넘어 국내 카메라 사용자를 위한 유익한 이야기들을 나누기 위해 특별히 대담 형식으로 기획하게 됐습니다.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주요 작품이나 참여 프로젝트 위주로)
어상선 사진가: 현재 어린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패션 매거진과 화보 촬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패션 매거진들과 오랫동안 작업해 오다 보니 패션 사진가로 알려져 있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는 인물이나 스틸 라이프 촬영을 즐깁니다. 요즘에는 사진을 찍는 것 보다 사진 촬영 전반을 기획하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둡니다. 순수 사진 작업에 비해 매월 정해진 날짜 안에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패션 화보 촬영은 무엇보다 팀워크와 교감이 중요합니다. 2000년도부터 패션 화보 촬영을 시작했는데 매월 23일만 되면 서점으로 달려가 보그, 바자, 마리끌레르 같은 잡지를 보는 게 일이었습니다. 패션 화보 촬영은 사진가 본인의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과 충분한 소통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사진 작업입니다. 주로 패션 매거진과의 작업은 스타일리스트와 서너 달 전에 사전 미팅을 하는 게 보통인데 한복 화보 촬영을 첫 의뢰 받았던 2004년에는 스타일리스트 서영희씨와 미팅을 갖고 바로 촬영 일정이 진행됐던 기억이 납니다. 한복 화보 촬영을 위해 하회마을이나 민속촌 등 여러 곳을 찾아 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얻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실내 스튜디오 촬영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을 모던하게 표현하기 위해 한국적인 요소를 벽화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접목했습니다.
*광모 작가가 바라 본 어상선 작가
오랫동안 지켜본 어상선 작가는 기본을 지키는 사진가 입니다. 요즘 상업 사진계의 젊은 작가들 중 일부는 기본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스타일리쉬하게 보이기 위해 한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촬영장을 누빕니다. 옷도 잘 차려입고 갖가지 포즈를 취하죠. 물론 최신 성능의 카메라 덕분이기도 하겠지요. 제가 알기로 어상선 작가는 항상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 놓고 촬영합니다. 기본을 지키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진정한 클래식함은 기본을 지키는 데서 옵니다.

광모 사진가
광모 사진가

 광모 사진가: 사진 작업을 기반으로 아트 디렉팅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은 2011년에 국립현대미술관 소속 작가로 일하면서부터 입니다. 그 이후에 KBS 아트디렉터 일을 하면서 제 사진 작업의 방향성이 더욱 확실해 졌습니다. 아트 디렉터 작업은 사진가로서 바라보는 시각적인 성향을 대중에 보여주는 일입니다. 사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힘을 어떻게 보여주느냐 하는 거죠.

황선희 사진가: 요즘에는 사진가가 되는 길이 다양해졌습니다.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고도 볼 수 있죠. 꼭 사진학과를 나와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만 하더라도 대학에서 예술학을 전공했어요. 미학, 전시, 미술학 같은 것을 배웠죠. 사실 사진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이런 배움의 과정들이 좋은 토양이 되어 준 것 같습니다. 사실 아티스트의 삶이 그리 낭만적이거나 멋진 것만도 아닙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카메라를 접하고 사진을 찍다 보니 꽤 재미있었습니다. 취미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결국 전업이 된 셈이죠.
그래서 다시 대학원에 진학해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에 파인 아트 작업을 주로 하면서 개인 작업이나 공모전에 참여 하기도 하고 사진전도 열었습니다.

황선희 사진가
황선희 사진가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니 사진 작업의 영역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사진가의 작업 영역이라는 게 본인 스스로 정하는 것도 있겠지만 외부로부터 자연스럽게 결정되기도 하니까요. 에어비앤비 코리아와의 협업이나 패션 화보 촬영 등 사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 작업에 대한 욕구는 본능적으로 자꾸만 저를 돌아가게 만듭니다. 촬영 때문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한 것을 계기로 아예 가족 프로젝트를 몇 해전부터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부모로서의 감정들을 사진에 담아가는 거죠. 해외 몇몇 작가들이나 국내에서도 전몽각 선생님의 윤미네 집같은 데서 영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런 긴 작업의 라이프 타임 프로젝트는 오랜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서 비로소 의미와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같은 사진이라도 시간의 무게가 쌓이면 힘이 생깁니다.

안태영 사진가
안태영 사진가

안태영 사진가: 사진 찍는 안태영입니다. 굳이 스스로 사진가, 사진작가라는 말을 붙이기 보다 여러 카메라 브랜드들과 함께 일을 해 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업 작가가 됐습니다. 특히 브랜드의 사진 콘텐츠를 만들어 오면서 개인 작업에 대한 기회를 그리 많이 갖지 못했어요. 그래서 누군가 어떤 주제로 사진을 찍느냐는 질문이 제겐 가장 대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데 아이들의 성장을 사진으로 기록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어요. 아이들이 커서 나중에 선물로 줄 수 있는 사진을 찍습니다. 올해로 사진 작업을 해 온 지 10년 됐습니다. 이제는 사진가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쌓아나갈 때라고 봅니다. 평소 작은 카메라를 애용합니다. 멋있는 순간들을 담은 사진들이나 창작적인 요소가 들어간 사진들처럼 대단한 사진들을 나도 찍어 보려는 욕심도 있었지만 결국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가족 사진을 보고 느끼는 감정들, 임종의 순간에 지나온 시간과 추억들이 영화의 필름처럼 이미지로 남게 되겠지요. 사진이 가지는 힘을 보여주고 싶어요. 우리가 보내는 매일 삶의 단면을 들여다보면 사랑하는 이들이나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굉장히 짧아요. 그래서 크고 무거운 카메라보다 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작은 카메라를 꺼내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계속 기록해 나갑니다. 똑딱이 포토그래퍼라는 책을 내놓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 봐 주시더라고요. 당시에는 채 제목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출판사의 기획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역시 일은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맞는 거 같아요.

남정완 편집장: 후지필름 글로벌 프로젝트 작가로 참여하게 됐는데 어떤 계기로 후지필름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어상선 사진가: 상업 사진 작업을 제외하고 평소 개인 촬영을 할 때는 후지필름 X100을 늘 가지고 다니면서 찍고 있어요. 후지필름하면 벨비아 필름이 떠오른다. 필름 카메라 시절 어시스턴트 일을 하면서 풍경 사진가들이 늘 벨비아 필름만 썼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풍경 사진의 벨비아색감을 잊을 수 없어요. 이번 ‘GFX 챌린지 프로젝트’ 사진가로 요청을 받았을 때 색을 중시하는 후지필름에서 내놓은 첫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과 기대감이 컸습니다. 글로벌 프로젝트인 만큼 한국적인 요소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한복 사진 작업을 오랫
동안 해 온 제 이력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광모 사진가: 필름 카메라 시절에 후지 필름을 즐겨 썼습니다. 최신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면 어김없이 거론되는 MTF 차트니 카메라의 기계적인 성능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전문 사진작가들에게는 그다지 큰 이슈 거리가 아니예요. 대부분의 카메라 제조사들은 컬러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보입니다. 그나마 필름 카메라 때는 콘탁스, 코닥, 후지필름 정도가 컬러를 연구하는 브랜드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현재 후지필름만이 남았지요. 외국에서 잡지사에서 일할 당시 많은 회사들이 코닥 필름을 썼지만, 제가 일하던 곳에서는 후지필름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여담이
지만 사람이 가장 잘 인지할 수 있는 컬러가 초록색이예요. 풍경 사진가들이 오랜 시간 야외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가장 자주 접하는 색이 바로 초록색이라는 설도 있지만요. 어쨌든 후지필름의 색에 대한 철학을 좋아합니다. 후지필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4년 X포토그래퍼 작가로 합류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황선희 사진가: X100이 나올 때 관심이 컸어요. 2011년 출시 당시에 이미 카메라의 기술력은 상향 평준화된 상태였죠. 좋은 디자인과 성능, 가격의 조화가 마음에 들어요. 디자인에서 오는 차별화도 반갑고요. 레트로한 디자인에 결과물도 좋기때문에 서브 카메라로 사용하기 좋지요. 후지필름 X포토그래퍼로는 타 카메라 브랜드들의 작가 프로그램과 조금 다른 면이 있어요. 단지 전문 작가를 찾아내 샘플 사진을 의뢰하는 게 아니니까요. 작가 자신이 이 카메라를 좋아하고 본인의 작업에 활용하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말이죠.
안태영 사진가: 2009년도에 카메라 브랜드 별로 똑딱이 카메라를 10대 정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로 고컨트라스트 흑백 모드가 있는 리코 GR을 좋아했습니다. 다만 컬러 표현 특히 후지의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는 여타의 카메라에 들어가 있는 필터 효과하고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쓸만한 기능을 넣은 거죠. 2013년도 X-T1을 접하면서 후지필름 카메라에 관심이 생겼어요. 사용자가 색과 채도를 직접 조절하기 보다 카메라 자체의 디폴트 값 컬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날로그 필름 색감을 제대로 디지털화해서 만족스러웠어요. 그 이후로
X70, X-T2, X100F를 사용하며 사진 작업을 해 왔습니다. 지난 해 X 포토그래퍼로 참여하기 전인 2014년 후지필름 포토멘토링 1기 멘토로 참여하게 된 것이 후지 필름과의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차 발표 전 로드 테스트를 포함한 다양한 조건에서 차량의 성능과 퍼포먼스를 시험한다. 간혹 고속 도로 위에서 위장막으로 가려진 체 주행하는 스파이 샷이 공개되기도 한다. 카메라 브랜드도 이런 작업을 계속 해 오고 있다. 신제품 카메라가 일반에 공개되기 전에 수개월에 걸쳐 현업 사진가들이 미리 필드 테스트를 감행한다. 이 기간 동안 카메라의 기기적인 성능뿐만 아니라 이미지 품질에 대한 평가도 내려진다. 후지필름은 필름 기술을 가진 브랜드답게 이미지 결과물에 대한 강한 고집을 가졌다. 후지필름의 사진 철학을 공유하는 4인의 국내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남정완 편집장: 그럼 본격적으로 이번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2017 후지키나 행사는 역시나 후지필름의 첫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 GFX 50S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핫셀블라드 X1D와 함께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 분야를 개척하게 됐는데 이번 프로젝트에 GFX 50S를 직접 사용해 본 어상선 작가님의 소감과 이 카메라를 가지고 작업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어상선 사진가: 중형 카메라 시장이 전체 카메라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작지만 그렇다고 수요가 없는 건 아니지요.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중형 디지털 카메라의 비용 부담 때문에 주위에는 아직 필름 중형 카메라로 촬영한 후에 필름 스캔을 하는 사진가들이 꽤 있습니다. 중형 카메라의 포지션은 명확해요. 클라이언트로부터 대형 인화나 프린트가 필요한 작업을 의뢰 받을 때죠. 이 카메라를 가지고 이번에 한복 촬영을 진행 했는데 평소 사용해오던 35mm 포맷 DSLR 카메라로 찍은 것과 결과물을 나란히 모니터에 띄워 보고는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결과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저는 평소 촬영할 때 기기적인 면에 크게 집착하지 않습니다. 조리개, 셔터, 조명과의 싱크를 중요시할 뿐이죠. 촬영 결과물의 품질이 데이터 크기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업에 있는 사진가에게 어필할 만한 부분은 색감입니다. 이것 역시 비교의 대상이 없다면 그리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로 촬영하고 비교해 보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필름 기술을 가진 브랜드답게 중형 카메라이지만 색감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이런 면에서 하이 아마추어 유저들도 관심을 가질만한 기종입니다. 이 카메라가 발표되자마자 온라인 상에서는 판형에 대한 이슈가 있었습니다. 중형 포맷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거죠. 크롭 중형이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6x7 사이즈는 6x9 사이즈의 크롭일까요. 비교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도 필름을 기준으로 포맷을 나누려는 생각이 편협해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중형 카메라만이 보여주는 디테일한 표현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카메라입니다.
남정완 편집장: 광모 작가님이 사용한 X-T20은 엄밀하게 말하면 T 시리즈의 중급기에 해당하는 모델인데 국내에서는 X-T2와 X-PRO2 모델 사이에서 사진가들의 선택을 받기에 조금 애매한 포지션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글로벌 프로젝트 작업을 하면서 느낀 X-T20의 매력과 사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광모 사진가: 저는 평소 원 바디를 선호합니다. 단 렌즈로만 거의 찍습니다.
솔직히 카메라보다 이번에 함께 발표된 50mm 렌즈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XF 50mm F2 렌즈는 거의 팀킬 수준입니다. 이런 렌즈가 왜 이제야 나왔지 싶을 정도입니다. 오늘 모인 다른 사진가들도 그렇겠지만 색에 대한 후지필름의 철학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후지필름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로 찍고 온라인에 사진을 게시하면 어떤 모드로 촬영했는지 표기하지 않아도 유저들이 기가 막히게 알아 맞출 정도입니다. 사진가는 하체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차가 있어도 가급적 걸어 다니는 편입니다. 단 렌즈를 선호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평소에 발 줌을 하는 거죠. 이번 촬영에는 50mm 렌즈가 보여주는 화질과 애매모호한 화각을 나름 즐겼습니다. 이번 X-T20 글로벌 프로젝트에는 10명의 사진가만 참여했습니다. 사진가마다 자신이 평소 애용하는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로 촬영한 사진을 출품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모드는 ‘프로네가 스탠다드’입니다. 차분하면서도 중간 톤의 계조가 뛰어난 이 모드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화려하기보다는 뉴트럴한 느낌을 내 줍니다. 제가 아는 한 국내에서 가장 프린트를 잘하는 분은 오형근 작가입니다. 이 분의 흑백 프린트 작업에서도 볼 수 있듯이 흑백이든 컬러든 중간 계조가 무척 중요합니다. 저는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진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부분에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사진이 가지는 물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떤 종이에, 어떤 액자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사진이 보여지는 방식이 사뭇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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