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owa 12mm F/2.8 ZERO-D

초 광각 렌즈는 제대로 사용하기에 꽤 까다롭다. 시원하고 넓은 화각의 풍경 사진은 보는 이로 하여금 광각만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실제 촬영에 나서보면 화면을 구성하는 것부터 장벽에 부딪힌다. '사진은 담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라 했다.
초광각 렌즈는 이 사진 격언을 실천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낸다. 이번 호에서는 라오와 렌즈를 사용할 때 유저들이 실질적으로 겪을 지 모를 어려움을 짚어보고. 작은 도움이 될 글을 적었다.
글•사진 | 조주현 기자


이왕이면 넓은 화각이 좋을 거라는 생각에 무턱대고 초점 거리가 최대한 짧은 초 광각 렌즈를 구입하면 백이면 백, 고민에 빠진다. 광각 영역의 초점 거리 1mm와 망원 영역의 1mm는 실제 차이가 크다. 초점 거리가 12mm 정도 되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제대로 사용한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고, 그럴 수 없다면 계륵이 된다.

사실 화각이 넓다는 것은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지만, 그만큼 화면을 구성하는 시각적 요소를 적절한 위치에 효과적으로 배치하기가 다른 렌즈에 비해 쉽지 않다. 때문에 촬영 경력이 뛰어난 사진 애호가라도 초 광각 렌즈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얼마간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화면을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명확한 주제의 선정이다. ‘건물 찍는 데 주제는 무슨...’ 이라고 의아해할지 모르겠지만, 이번 촬영 전 답사를 나가 나름대로의 주제를 선정했다. 도로와 접한 외벽에 자잘한 담쟁이 넝쿨이 자라고 있었다. 마침 해가 지는 서쪽 면이 그랬다. 운이 좋다면 건물의 외벽을 부분적으로 비추는 노을 빛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밝기를 달리하면 주제를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촬영 시 위치 선정이 골칫거리였다. 앞서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렌즈는 넓은 화각이 장점인 동시에 촬영 난이도를 높이는 장애물이 된다. 다행히 주변에 적당한 높이의 공원이 있어, 건물의 왜곡을 잡아내는 동시에 원하는 구도를 얻을 수 있었다. 기사 첫 페이지를 장식한 이 사진은 Laowa 12mm F/2.8 ZERO-D의 넓은 화각과 왜곡 억제 능력을 확인하기에 좋은 예시다.

 

인간에게 날개가 있다면 행복할까? 모르긴 해도 이 렌즈를 사용하다보면 날개가 필요한 순간이 올 수 있다. Laowa 12mm F/2.8 ZERO-D의 화각은 121.96도로, 초점 거리가 50mm인 표준 렌즈의 화각이 약 47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렌즈는 광활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렌즈다. 하지만 촬영자는 지면과 가까운 시점에서 촬영한다. 카메라 앵글에 따른 왜곡을 잡아내고자 한다면 121.96도의 넓은 화각임에도 불구하고 피사체를 화면에 가득 담아낼 수 없다. 불필요한 전경이 화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 촬영 각도를 조절한다면 해결할 수 있지만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원근 왜곡이 발생하는 초 광각 렌즈의 특성 상, (물론 그것이 촬영자의 표현 의도와 부합한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적당한 타협점을 찾게 된다.

 


Laowa 12mm F/2.8 ZERO-D의 시각적인 효과와 제로에 가까운 왜곡 억제력을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직선과 곡선의 표현을 강조할 수 있다. 세로 프레임 촬영은 화면 구성에 있어 가로 프레임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 적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로 중심으로 발전 해왔기에, 화각을 통해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는 데 있어, 세로 프레임 사진은 비교적 수월한 경우가 많다. 특히 Laowa 12mm F/2.8 ZERO-D의 경우 왜곡 억제력이 좋아, 건물이나 교각처럼 인공물을 깔끔하게 담아내기에 효과적이다. Laowa 12mm F/2.8 ZERO-D를 이용해 멀리서 피사체의 윤곽을 촬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조금 더 가까이, 아니 코 앞까지 다가가 구조 자체를 담아낼 때 이 렌즈는 더 큰 진가를 발휘한다. 한 가지 촬영 팁을 덧붙이자면 이 렌즈로 세로 프레임 촬영 시, 전경이 화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이때 촬영 각도를 높여 회피하거나 텅 빈 공간을 배치하는 수동적인 구성보다는 적극적으로 시각적인 요소를 배치해 화면 구성력을 높이는 게 효과적이다.


사진은 3차원 세상을 2차원으로 재현하는 데 그 묘미가 있다. 사진 상의 공간은 실제로는 환영으로 뒤덮인 가상의 공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진에서 3차원 공간을 인식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사진 역시 인간의 시 지각과 유사한 원근법적 요소를 따르기 때문이다. 사진은 카메라와 렌즈에 의해 현실 공간으로부터 공간의 환영을 추출할 뿐 창조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진을 감상하는 이는 원근법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도 사진을 통해 실제 공간을 인식할 수 있다. 처음 초 광각 렌즈를 사용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촬영 시 거리감을 익히는 과정에서 오는 어려움이다. 이 문제는 렌즈를 통한 공간 인식과 사진가의 시 지각을 통한 공간 인식이 크게 어긋나기 때문인데, 화각보다는 원근 왜곡이 그 이유일 것이다.

Laowa 12mm F/2.8 ZERO-D는 능숙하게 다루기까지 훈련이 필요하다. 조금 더 넓게 보고 한발 더 다가간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의외로 쉽게 적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렌즈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익숙해졌다면, 그 다음은 원근법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사진에 있어서 원근법은 렌즈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그것이 초 광각 렌즈의 특수 효과라거나 렌즈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라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화면 내에 소실점을 만들어 원근감을 표현하자는 식의 표현 역시 잘못된 이해다. 원근법은 카메라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며, 지금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단순히 효과로 치부하기에는 부적절한 것으로, 촬영자의 의도와 부합할 때 비로써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공간감과 깊이를 표현하려면 1점 투시’처럼 도식적인 관계로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는 차원에서 적는다.

 

이 사진을 촬영할 때 화면의 중앙 공간에 주목했다. (참고로 여기가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교회인 정동 교회다) 이 공간은 본당으로 이어지는 통로다. 건물 전체를 중앙에서 바라보면 현관으로 이어진 계단은 일종의 벽으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데, 우측의 건물 형태를 따라 공간의 부피를 구성하며 오목하게 연결된다. 기자는 이 공간의 형태와 기능을 원근법적 시각에 근거해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시도했다.

 

결론
Laowa 12mm F/2.8 ZERO-D를 다룬 지난 기사에서는 주로 렌즈의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새로운 카메라나 렌즈를 구입할 때마다 사진은 장비발이라고 되뇐다. Laowa 12mm F/2.8 ZERO-D를 구입한 독자 여러분은 아마도 ‘왜곡 억제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 지’를 테스트하게 될 것이다. 평소에 관심 없던 건물을 찍어보기도 하고 멋진 풍경을 찾아 렌즈의 왜곡 억제 능력을 확인해보려 할 것이다. 이러한 검증의 시간이 끝나고 나면 결국 당신만의 사진을 찍는 시간이 찾아온다.

저작권자 © VDC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