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mm F1.8 DG HSM

렌즈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야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시그마에게 주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5000만 화소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시그마는 초고화소 카메라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 135mm F1.8 DG HSM을 출시했다.

글·사진 | 홍기웅 기자

● 135mm F1.8의 의미

‘135mm F1.8’ 초점 거리와 조리개 값을 나타내는 짤막한 표기가 이 렌즈의 존재 이유를 명료하게 설명해낸다. 초점 거리와 렌즈 밝기만으로도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구입할 합리적 이유는 충분하다. 인물 촬영용 준 망원계 단렌즈(85mm 또는 100mm)를 사용하는 사진 애호가들은 렌즈 운용에 대한 명확한 목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본격적인 인물 촬영을 시작하려는 경우이거나 기존에 사용하던 렌즈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 둘 중 하나다.

사진은 크게 봐야 제 맛이다. 이 렌즈의 해상력은 작은 사진으로는 설명할 수도 만족 할 수도 없는 터. 세밀한 피부결과 헤어, 의상까지 질감이 있는 부분이라면 어떤 것도 놓치지 않고 잡아낸다.
사진은 크게 봐야 제 맛이다. 이 렌즈의 해상력은 작은 사진으로는 설명할 수도 만족 할 수도 없는 터. 세밀한 피부결과 헤어, 의상까지 질감이 있는 부분이라면 어떤 것도 놓치지 않고 잡아낸다.

전자의 경우 어떤 렌즈의 대용품이라거나 서브 렌즈 개념이 아닌, 인물 촬영용 메인 렌즈로 접근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렌즈는 첫 번째 인물 촬영용 렌즈로 매우 훌륭한 선택지다. 135mm 렌즈는 비교적 범용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물 촬영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이 렌즈의 화각은 모델과 적당한 촬영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모델이 느끼는 심리적 안정 거리 밖에서 촬영을 진행 할 때, 자연스러운 사진을 촬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은 이 렌즈의 화각에 설득력을 더한다. 135mm 화각이라면 보통 크기 이상의 호리존트를 갖춘 스튜디오나 로케이션 촬영에서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아름다운 색상으로 이름난 콰트로 H로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이 두 사진을 흑백으로 변환했다. 면도날 같은 해상력에 집중하자.
아름다운 색상으로 이름난 콰트로 H로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이 두 사진을 흑백으로 변환했다. 면도날 같은 해상력에 집중하자.

 인물 촬영용 준망원계 단렌즈 혹은 범용성이 뛰어난 망원계 줌렌즈를 이미 사용 중인 사진가에게는 F1.8의 대구경 밝은 조리개가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135mm 초점거리에 F1.8 조리개를 채용한 렌즈는 2006년 소니 a 마운트로 발매된 SAL 135F18Z 외엔 전 브랜드를 통틀어 이 렌즈가 유일하다. ‘소니의 축복’이라 일컬어지는 SAL 135F18Z는 ‘렌즈 때문에 카메라를 바꿨다’는 카더라 통신까지 생산해내며 칭송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2006년에 발매된 렌즈가 과연 최고의 초고화소 카메라에 얼마나 완벽히 대응할 수 있는지는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렌즈는 초고화소 카메라에 맞춤형 설계를 채택한 최초의 135mm F1.8 렌즈로 봐도 무방하다. (캐논. 니콘, 시그마 마운트로 출시)

 

모델의 눈에 초점을 맞추고 조리개를 최대 개방한다. 이 렌즈의 심도는 이만큼 얕다. 135mm F1.8 렌즈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다.
모델의 눈에 초점을 맞추고 조리개를 최대 개방한다. 이 렌즈의 심도는 이만큼 얕다. 135mm F1.8 렌즈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다.

● ⓐ 135mm F1.8 DG HSM 만의 표현

135mm의 초점거리 F1.8의 대구경 조리개는 심도 표현을 극단적으로 얕게 설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충분한 촬영 거리를 확보한다면 모델의 전신을 화면 내에 담아내면서도 배경을 지우개로 지워낸 듯 표현할 수 있다. 이때 모델은 뚜렷한 입체감을 갖게 된다. 조금 과장하자면 평면적인 사진이지만 마치 랜티큘러와 같은 입체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물 촬영용 렌즈를 찾고 있는 사진 애호가라면 얕은 심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 135mm F1.8 DG HSM이라면 당신의 기대했던 것이 무엇이든 그 이상의 얕은 심도 표현이 가능하다. 비단 전신 촬영 뿐 만 아니라 상반신 혹은 얼굴을 클로즈업해 촬영할 경우에도 이 렌즈는 얕은 심도를 이용하여 특유의 표현이 가능한 데, 역시 기대 이상이다. 또한 망원 특유의 압축 효과를 이용함에 있어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얕은 심도 표현과 배경 압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안정적이며 정돈된 이미지는 인물 촬영에 매우 이상적인 표현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신을 촬영하더라도 배경을 흐릴 수 있다. 실내에서는 촬영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한다.
전신을 촬영하더라도 배경을 흐릴 수 있다. 실내에서는 촬영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한다.

● 결론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해보자. 5000만 화소 초고화소 카메라 사용자가 인물 촬영용 준 망원 렌즈를 구입하려고 한다. 서드 파티 렌즈에 대한 선입견은 크지 않으며 비교적 합리적인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다. 하지만 렌즈 성능에 대한 양보는 추호도 하고 싶지 않다. ⓐ 135mm F1.8 DG HSM이 나오지 않았다면 추천할 수 있는 렌즈가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이 렌즈는 동일 화각대의 렌즈와 비교할 때 최고 수준의 광학 성능과 최대 밝기를 갖췄다. 물론 시그마라는 브랜드 역시 믿음직하다.  완성이란 이야기를 하지 않는 시그마. 독자적인 저분산 렌즈 개발과 함께 시그마는 서드 파티 렌즈의 고정관념을 타파한다. 또한 아쉬운 점으로 지적 받아온 AF 성능 역시 알고리즘 최적화와 포커스 리미터 채용, 대형 HSM(초음파 모터)을 통해 보완해 나가고 있다. 최근엔 마운트 부위에 실링을 적용하는 꼼꼼함까지 갖추며 다시 한번 품격을 높였다. 마운트 교환 서비스는 고객 중심 서비스의 좋은 예로 꼽힌다. 시그마 렌즈는 자산이다. 이 렌즈 역시 당신의 사진 생활에 큰 자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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