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77D

급이 다르다는 말은 카메라에도 적용된다. DSLR 카메라를 크게 보급기, 중급기, 고급기로 구분하곤 한다. 각 분류별 활용할 수 있는 기능과 성능에 차이가 있고 결과적으로 촬영된 이미지와 사용감에서도 드러난다. 보급기의 경우 초급자도 다루기 쉬운 인터페이스, 가벼운 무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가지고 있어 초심자를 위한 제품인 경우가 많다. 캐논에서 '준중급기' 라는 그 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분류의 카메라를 내놨다. 준중급기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면 이번에 나온 CANON 77D를 만나보자.

글 •사진   유진천 기자

 

준중급기의 스탠다드

캐논 준중급기 라인업의 최초 모델은 760D이며 그 이후에 나온 모델이 77D다. 77D는 앞선 준중급기 760D보다는 비슷한 시기에 나온 최신 보급기종인 800D와 비슷한 면이 더 많다. APS-C 센서 사이즈에 약 2420만 화소 듀얼픽셀 CMOS AF 센서를 갖췄으며 DIGIC7 이미지 프로세서를 탑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듀얼픽셀 CMOS AF 센서를 통해 높은 이미지 해상도를 갖춘 것은 물론 라이브뷰 상황에서의 빠른 AF 기능도 수행할 수 있게 된 카메라다.

9시 방향부터 시계방향으로 각각 촬영, 화이트 밸런스, AF, 픽쳐스타일 설정을 불러내는 버튼이 있고 주변부에 원형의 휠이 달려있다.
9시 방향부터 시계방향으로 각각 촬영, 화이트 밸런스, AF, 픽쳐스타일 설정을 불러내는 버튼이 있고 주변부에 원형의 휠이 달려있다.
이번 촬영에 사용된 렌즈는 EF-S 18-135mm f/3.5-5.6 IS USM 렌즈다. 나노 USM을 탑재해 소음없이 부드러운 포커싱이 가능한 최신형 렌즈다.
이번 촬영에 사용된 렌즈는 EF-S 18-135mm f/3.5-5.6 IS USM 렌즈다. 나노 USM을 탑재해 소음없이 부드러운 포커싱이 가능한 최신형 렌즈다.

초급기인 800D와 이미지 센서 & 프로세서가 같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몇 가지 차이로 77D는 준중급기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카메라가 됐다. 첫 번째는 퀵 콘트롤 다이얼과 AF-ON 버튼이다. 퀵다이얼은 상하좌우버튼과 원형의 다이얼로 구성돼있다. 9시 방향부터 시계방향으로 각각 촬영, 화이트 밸런스, AF, 픽쳐스타일 설정을 불러내는 버튼이다. 버튼의 유무는 큰 차이가 아닌 것 같지만 촬영 시 주요버튼들이 있어 설정들을 쉽게 불러내고 다이얼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점은 크다. 연속해서 진행되는 촬영에서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한지 결정한다. 일일이 메뉴를 눌러 설정값을 변경하는 수고를 덜었다. 두 번째는 우측 상단 LCD 패널이다. 그 동안 중급기 이상 바디의 상징과도 같았던 상단 LCD가 77D에 탑재됐다. 셔터 스피드, 조리개 값, ISO 감도, 촬영매수 등의 촬영 옵션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시창이다. 퀵컨트롤 다이얼과 연계하면 중급기 못지 않은 매끄러운 촬영이 가능하다.

우측 상단의 LCD 패널에는 각종 촬영정보가 들어가 있다. 촬영에 임하기전 LCD 모니터를 보지 않고 이 창만 확인해도 촬영설정을 확인할 수 있다.
우측 상단의 LCD 패널에는 각종 촬영정보가 들어가 있다. 촬영에 임하기전 LCD 모니터를 보지 않고 이 창만 확인해도 촬영설정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캐논에서 출시한 카메라들은 영상 촬영기능에도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중급기가 라이브 뷰 버튼에 영상모드 전환버튼을 달고 있는 반면 77D는 보급기의 모습에 가깝다. 전원버튼에 동영상 촬영모드 전환이 붙어 있다.
최근 캐논에서 출시한 카메라들은 영상 촬영기능에도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중급기가 라이브 뷰 버튼에 영상모드 전환버튼을 달고 있는 반면 77D는 보급기의 모습에 가깝다. 전원버튼에 동영상 촬영모드 전환이 붙어 있다.

많이 발전한 보급기의 모습을 함께 살펴보면 우선 AF 포인트의 갯수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기존의 760D가 가지고 있던 19개에서 45개로 대폭 늘어난 AF포인트는 좀 더 세밀한 AF를 지원한다. 중앙포인트의 경우 EV-3까지 측정이 가능해 어두운 상황에서도 정확한 포커싱이 가능하다. 7560 화소의 RGB 색상표현이 가능한 모니터와 IR 측광센서를 탑재했다. 컬러트래킹 AF가 탑재되지 않은 모델과 비교해 피부톤 감지에 특화돼있다. 동영상촬영이나 라이브 뷰를 이용한 인물촬영시 자동으로 얼굴을 감지해 촬영을 용이하게 한다.

 

CANON 77D와 함께한 하루

보급기 유저들은 주로 데일리 스냅 촬영에 카메라를 사용하곤 한다. 이를 감안해 ‘77D로 찍는 하루’을 테마로 잡았다. 사용한 렌즈는 패키지로 묶여 나온 EF-S 18-135mm f/3.5-5.6 IS USM 렌즈를 사용했다.

 

# 오전 11시

부처님 오신 날을 기점으로 봉은사 사찰 내에 오색연등이 달렸다. 연등에는 각자의 염원을 적은 쪽지도 붙어 있었다. 캐논 카메라 특유의 색 재현력과 약 2420만 화소로 만들어낸 이미지는 형형색색의 연등을 그대로 담아내기 좋았다. 영상으로 내부를 담는데 절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는 많은 계단이 있어 흔들림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때 77D가 탑재하고 있는 동영상 디지털 이미지 스태빌라이저(IS) 기능을 사용해 봤다. 일반설정과 강하게 설정을 통해 보정강도를 조정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샘플 영상을 확인해보자.

 

# 오후 1시

한참을 걸어 다닌 후, 허기진 배를 이끌고 간 곳은 수제버거 전문점이었다. 막 구워나온 패티와 로메인 과카몰리, 치폴레 마요소스가 브리티쉬 번 안에 어우러진 모습에 넋이 나가고 말았다. M모드에서 AW로 맞추어 촬영한 사진은 조명과 같은 색인 붉은 기가 많이 들어갔다. 캐논의 보급기가 자랑하는 특별한 장면 촬영모드(SCN) 중 음식사진을 선택해 촬영했다. 색조 설정을 통해 조금 더 푸른색을 넣고 촬영을 진행했다. 위의 이미지가 설정 전의 일반촬영, 아래의 이미지가 SCN 모드를 적용한 이미지다.

 

# 오후 3시

논현동에 위치한 한 애견카페를 찾았다. 실내촬영으로 광량이 적은 것과 움직임이 불규칙한 강아지들이 많다는 점에서 캐논의 독자적인 기술인 Dual Pixel CMOS AF를 테스트하기 좋았다. 고감도에서의 촬영과 AF를 테스트했다. 중급기에 들어가 있는 45포인트 올크로스 타입 광학식 위상차 AF가 77D에도 탑재돼있다. 동체추적에 최적화 돼있어 반려동물이나 아이들을 촬영할 때 좋다. AF 테스트를 위해 샘플 영상을 촬영해봤다. 강아지들의 크기가 작아 촬영자와의 눈높이 차이가 많이 났다 .주로 위로 올려다 봐야하는 상황이 연출돼 스위블 액정을 돌려 하이앵글과 로우앵글을 번갈아가며 촬영했다.

 

# 오후 5시

여름이 온 것을 한껏 실감했다. 오후 5시가 되어도 해가 지지 않았다. 주변이 환해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길었다. 애견 카페로부터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반포한강공원에 들러 유채꽃을 담았다. 홀로 진행한 촬영이지만 Wi-Fi와 블루투스라는 멋진 기능이 있어 셀프카메라 촬영이 어렵지 않았다. 77D에 추가된 블루투스 통신방식은 기존 Wi-Fi 통신 방식보다 배터리 소모가 덜해 조금 더 긴 촬영이 가능했다. 필터 모드 중 하나인 어안모드로 유채꽃밭을 한가득 담아냈다.

 

# 오후 8시

반포 한강공원은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이 한창이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주변이 꽤 어두워져 77D로 야경촬영을 진행하기로 했다. 채빛섬과 잠수교의 야경을 담고나니 하루가 훌쩍 지나갔음을 느꼈다. 채빛섬의 경우 전방에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온전한 야경촬영은 어려웠으나 건물 자체가 가진 보랏빛이 독특한 색감으로 기록됐다. 잠수교는 ‘삼각대 없이 야경’ 모드를 이용했다. 이 모드는 4개의 이미지를 연속 촬영해 하나의 이미지로 합성하는 방식이다.  예시사진은 최대한 흔들림이 없도록 카메라를 잡고 촬영한 결과물이다.

 

총평

77D를 사용함에 있어 가장 큰 장점은 가벼움이다. 보급기가 가진 카메라 무게의 가벼움, 인터페이스의 가벼움, 그리고 난이도 없이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감이 돋보였다. 숄더 스트랩을 이용해 하루종일 들고 다녔음에도 피로감이 전혀 없었다. 이 정도의 무게라면 여성 유저들에게 무게로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촬영영역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풍경촬영으로 시작해 정물촬영과 인물촬영, 야경촬영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 촬영을 무난히 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기기가 가진 작은 차이가 촬영에 있어서는 크게 와 닿는 법이다. 초급기가 가진 간편함에 중급기에서 만나볼 수 있는 디테일한 조작법이 더해졌다는 것이 77D의 종합적인 평가다. 결국 준중급기라는 포지션을 정의해 보자면 '중급기 수준의 촬영이 가능한 보급기'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77D는 무게감은 가볍게 성능은 알차게 챙긴 카메라다.

저작권자 © VDC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