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러리스 카메라인가?

미러리스 카메라와 DSLR 카메라는 양자택일의 선택지 위에 올랐습니다. 대안에 불과했던 미러리스 카메라가 어느새 DSLR 카메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입니다. 혹자는 미러리스 카메라와 DSLR 카메라의 관계에서 과거의 기시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2000년대 초, 역사적인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필름에서 이미지센서로 이행되는 시기입니다. 짧은 아쉬움, 그게 끝이었습니다. 곧 기대감으로 가슴이 벅찼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시대정신의 발로이자 요구였습니다. 아니 시대정신 그 자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변화의 물결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불과 몇 년 만에 필름 시장은 코마 상태에 빠졌습니다. 현상소는 셔터 문을 내렸고, 공룡 기업 코닥은 필름 사업부를 축소하기에 이릅니다. 필름 시대는 그렇게 종언을 고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온전히 대체한 것입니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DSLR 카메라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미러리스 카메라와 DSLR 카메라의 기술 경쟁은 a9의 출시와 함께 임계점에 도달한 듯 보입니다. 변화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프로페셔널 필드에서 소니 a시리즈의 가능성은?

그동안 미러리스 카메라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시장은 프로페셔널 시장이 아닌 아마추어 시장입니다. 일상을 찍기에 적당한 카메라, 작고 귀여운 카메라를 대표해왔던 것입니다. 스펙이 아닌 콘셉트가 중요했고, 이성이 아닌 감성이 셀링 포인트가 됐습니다.

 

발 빠른 상업 사진가들은 소니 a시리즈를 프로페셔널 필드에 적용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러리스 카메라의 작고 가벼움은 장점이 아닌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클라이언트들은 여전히 작은 카메라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DSLR 카메라로 학창 시절을 보낸 상업 사진가들이 DSLR 카메라에 익숙함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앞으로 타파해야할 장애물이 있다면 편견을 깨는 것, 과거를 잊게 만드는 일입니다.

 

a9은 작고 가벼운 것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FE 마운트 렌즈는 DSLR 카메라의 렌즈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미러박스를 포함하는 내부 광학계가 제거되면서 카메라의 크기는 소폭 줄어듭니다. 하지만 풀 프레임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는 작고 가벼움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태생적 한계를 내포합니다. a시리즈는 크롭 센서를 탑재한 여타 미러리스 카메라가 추구하는 소형 경량화를 처음부터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a시리즈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작고 가벼움이 전부가 아닙니다. 압도적인 센서 기술 위에 세워진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는 점차 설득력을 더해갔습니다. 고화소 일변도로 전개되고 시장 상황도 소니 a시리즈에겐 기회가 됐습니다. 5000만 화소급 DSLR 카메라가 출시되면서, 고해상도 이미지에 대한 요구가 심화됩니다. 35mm 카메라는 중형 카메라가 도맡아온 고해상도 이미지 촬영을 담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센서 공정의 혁신 없이 화소만을 부풀린 결과,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고감도 노이즈 문제가 대두됐고, 해상도에 비해 실질적인 이미지 퀄리티는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a7R2가 스튜디오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그 무렵입니다. 물론 스튜디오용 카메라가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로 완전히 대체됐다고 한다면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프로페셔널 필드에서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가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의 프로페셔널 필드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스펙은 이미 차고 넘칩니다. 압도적인 이미지 퀄리티에 실마리가 있습니다.

 

 

왜 a9인가?

a9은 DSLR 카메라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프레스 사진 분야(특히 스포츠)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사실 미러리스 카메라의 메카니즘은 프레스 사진 분야에 적합합니다. 실시간으로 노출을 확인할 수 있는 EVF와 전자식 셔터의 빠른 연사속도까지 더할 나위없는 조건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난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미지 프로세싱 속도가 전자식 셔터의 연속 촬영 속도를 쫒아가지 못했고, 이는 EVF의 블랙아웃 현상까지 이어졌습니다. 촬상면 위상차 AF는 프레스 카메라를 표방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습니다. 카메라 전반을 아우르는 대대적인 속도 개선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소니 a9은 센서의 혁신을 통해 최속을 달성합니다. 이 모든 과제를 풀어내고 최초의 프레스형 미러리스 카메라의 타이틀을 획득한 것입니다. 하지만 미러리스 카메라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여전히 답보 상태입니다. 스튜디오 촬영 분야는 유독 벽이 높습니다.

 

 

몇 해 전 카메라 제조사가 진행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이용한 스튜디오 사진 촬영 교실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 플래시와 그럴싸한 스튜디오를 갖춰두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강의였습니다. 그런데 모델링 라이트로 순간광 촬영을 진행합니다. 이게 무슨 스튜디오 촬영이냐 반문하고 싶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사실 미러리스 카메라의 EVF는 순간광 촬영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스튜디오 사진 분야에서 미러리스 카메라가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구조적 특성에 기인합니다. 노출 값을 EVF를 통해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는 DSLR 카메라에 비해 정확하고 직관적인 노출 결정이 가능합니다. 다만 순간광을 이용할 때는 장점이 단점이 됩니다. 스튜디오 사진 촬영은 주변광(엠비언스)을 배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유독 지하에 광고 스튜디오가 많은 이유도 알고 보면 같은 이유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장점이 스튜디오 촬영에서 만큼은 단점이 되는 것입니다. 유독 이런 질문을 많이 듣습니다.

“촬영회에 참가하려고 하는데, 미러리스 카메라로 스튜디오 촬영이 가능한가요?”

순간광 조명의 광 조사량을 기준으로 노출을 설정할 경우 설정된 노출 값이 EVF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모델링 라이트의 밝기를 올린다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다만 주변광과 플래시 광량의 차이가 커질 경우 일반적인 사진용 조명의 모델링 라이트로는 파인더를 밝히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촬영에 익숙해진다면 미러리스 카메라로도 수월하게 스튜디오 촬영이 가능합니다. 프로페셔널 사진가라면 미러리스 카메라의 스튜디오 적용은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기자는 a9으로 스튜디오 촬영에 도전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가능성을 짚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스튜디오 카메라로서 a9의 가능성

a9은 가장 진보된 미러리스 카메라입니다. 콘셉트는 스포츠 사진에 적합한 프레스형 카메라입니다. 하지만 이미지 퀄리티는 스튜디오 카메라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a9의 14bit 무압축 RAW 파일에 주목했습니다. 센서는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장치입니다. 이 전기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되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파일이 됩니다. 디지털은 0과 1, 즉 on과 off 두 가지 상태만 표현합니다. 이를 bit라고 표현합니다. 14bit 무압축 RAW 파일이란 전기 신호가 디지털 신호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개별 픽셀이 출력한 14bit의 신호를 압축 없이 데이터화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관용도가 압도적으로 넓은 RAW파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론상 무압축 14bit RAW 파일의 관용도는 14EV에 이릅니다. 즉 7 Stop 노출 부족이 된 경우도 후보정을 통해 적정 노출의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패션 사진 촬영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조명비입니다.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차이는 인물과 의상에 따라 달라져야합니다. 사진작가는 조명비를 조정합니다. 패션 사진 촬영 시 다수의 조명을 사용합니다. 주광이 만든 셰도의 밝기를 조절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14bit 무압축 RAW 파일을 이용한다면 다수의 조명을 사용해야 표현할 수 있는 조명비를 후보정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후보정의 가능성은 비약적으로 증대됩니다.

 

 

Phase one의 Capture one은 스튜디오 사진 촬영에 없어서는 안 될 소프트웨어가 됐습니다. 테더링을 통한 즉각적인 이미지 확인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색상 관리 면에서 Capture one은 유니크한 기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됩니다.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는 Capture One에 긴밀히 대응합니다. 타 제조사의 일부 미러리스 카메라와 DSLR 카메라가 지원 목록에서 빠진 것과는 달리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는 라인업 전체가 대응합니다. 뿐만 아니라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 전용 Capture One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긴밀한 연계성을 보장합니다.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는 스튜디오 촬영을 위한 기본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마치며

a9을 통해 소니가 보여준 미러리스 카메라의 가능성은 기자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훌륭합니다. SLR카메라로 사진을 처음 접했던 터라, 미러리스 카메라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분명히 진화했습니다. 가히 혁명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필름 시대와 저문 것처럼, DSLR 카메라의 시대가 종언을 고할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DSLR 카메라를 스펙상으로 분명히 추월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러리스 카메라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장애물 하나가 남았습니다. 편견의 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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