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바늘이 멈춰버린 곳. 입구에 들어서자 회전목마가 보인다. 이 곳은 어떤 곳일까 슬슬 걸어 한 바퀴를 돌아본다. 생각보다 아담하다. 모든 놀이기구는 상처 난 것마냥 녹이 슬어 까져있다.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놀이기구 뿐 정말로 탈 수 있는 건 없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버려졌다고 생각했다. 셔터를 누르기 전까진.

글•사진 | 김묘진 기자

 

바람에 흩날리는 비누방울과 멈춰버린 기차를 함께 담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비누방울과 멈춰버린 기차를 함께 담았다

 

부푼 기대를 안고 온 나는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너무나도 뜨거운 햇볕은 나에게 더욱 더 실망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정말 기억에 남을만한 시간여행을 할 수 있을까. 나만 믿고 따라온 친구의 얼굴에도 실망감이 역력했다. 차마 실망했다는 티는 낼 수 없었다. 내가 먼저 제안했으니까. 친구는 끝내 실망스럽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시간여행을 떠나기 전 삼양 AF 35mm F2.8 FE를 챙겼으니까.

‘일단 좀 둘러볼게. 널 기쁘게 해주려면 내가 먼저 살짝 시간여행을 해봐야 할 것 같아. 조금만 기다려줘’라고 말하듯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다녔다. 10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찾아봐도 즐거운 시간여행은 그려지지 않았다. 오늘 정말 재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괜찮으니까 친구만이라도 즐거운 여행이 되길.

 

놀이기구 조종실에 세 개의 액자가 걸려 있었다
놀이기구 조종실에 세 개의 액자가 걸려 있었다
풀들의 놀이터가 된 낡은 피아노
풀들의 놀이터가 된 낡은 피아노
자동차는 그동안의 운행이 힘들었는지 풀숲에서 쉬고 있었다
자동차는 그동안의 운행이 힘들었는지 풀숲에서 쉬고 있었다

 

나는 놀이기구에 친구를 태우고 밀어댔다. 우주선은 흔들렸다.
친구는 꺅꺅 거리며 웃었다. 
“재미있지?”
“응 이거 은근 무섭다.”
“거기에 그러고 있어봐 내가 사진 찍어줄게”

 

친구는 평소에 사진 찍히는 걸 두려워했다. 하지만 오늘만은 달랐다. 표정은 밝았고,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우주선을 타고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친구의 웃는 얼굴을 보니 이곳으로 시간여행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휴 변덕하곤.

 

코끼리 두 마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사이좋게 웃고 있었다
코끼리 두 마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사이좋게 웃고 있었다
우주선을 타고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친구를 사진으로 담았다
우주선을 타고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친구를 사진으로 담았다
아무도 태우지 않은 회전목마.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아무도 태우지 않은 회전목마.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혹시 몰라 챙긴 비누방울을 가방에서 꺼냈다.
“이 곳이랑 정말 잘 어울리지 않아?”
“그러네. 이거 갖고 놀까?”
“아까 내가 본 곳이 있어. 그곳으로 가자”
나는 그곳에 어색하게 덩그러니 놓여있는 카트에 친구를 앉혔다.
“거기서 비누방울 불어봐.”
“그냥 불고 있어?”
“아니 그냥 불면 재미 없잖아. 요즘 제일 스트레스 받는 게 뭐야?”
“나 얼마 후에 포토샵 시험 보거든. 그게 너무 어려워서 스트레스 받아.”
“그럼 포토샵 시험 합격했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불어봐!”
친구는 정말 걱정 없는 사람처럼 카트 위에서 비누방울을 불었다.

 

해바라기는 자신의 꽃말처럼 항상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반겨준다
해바라기는 자신의 꽃말처럼 항상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반겨준다
친구는 정말 걱정 없는 사람처럼 카트 위에서 비누방울을 불었다
친구는 정말 걱정 없는 사람처럼 카트 위에서 비누방울을 불었다

 

“이번엔 기차에 타봐”
친구는 어색하게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이 기차가 움직인다고 생각해봐!”
친구는 정말로 기차가 움직인다는 상상을 했는지 자연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정말 예쁘게 나왔어. 이 사진 좀 봐봐”
나는 카메라를 건넸다. 사진을 본 친구는 잘 나왔다며 좋아했다.

 

시간여행을 떠나기 전 그런 곳을 왜 가냐며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진짜로 움직이지도 않는 놀이기구가 무슨 소용이냐며. 처음 도착했을 땐 그 사람들의 말처럼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주 즐거운 여행을 마쳤다.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이곳을 ‘버려진 공간’이라고만 생각했겠지. 하지만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버려진 공간이라고 생각되는 이곳에서 우리는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했다.

 

친구는 정말로 기차가 움직인다는 상상을 했는지 자연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친구는 정말로 기차가 움직인다는 상상을 했는지 자연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바보처럼 웃고있는 공룡은 보는 사람도 미소짓게 만든다
바보처럼 웃고있는 공룡은 보는 사람도 미소짓게 만든다

 

삼양 AF 35mm F2.8 FE

아무리 비싸고 좋은 렌즈라도 무거우면 활동성이 떨어져 멀리하게 된다. 이번 촬영에는 아주 가벼운 렌즈 삼양 AF 35mm F2.8 FE를 사용했다. 무게는 85g이며, 길이도 3.3cm로 작다. 작고 가벼우면서도 최상의 결과물을 제공한다. 울트라 멀티 코팅 기술과 비구면 렌즈 2매, 고굴절 렌즈 1매를 포함한 6군 7매의 렌즈로 구성돼 불필요한 빛의 분산을 억제하고 화면 중심부부터 주변부까지 뛰어난 화질과 콘트라스트를 구현한다. 소니 E 마운트 미러리스 카메라에 맞게 설계돼 a7, a9 시리즈 풀프레임 센서 사이즈에서 사람의 시선과 가장 유사한 35mm 화각을 제공한다. a6000, a5000대 시리즈 APS-C 사용시엔 약 50mm대의 화각을 즐길 수 있다. 이 렌즈 하나로 일상 스냅부터 여행사진까지 다양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모든 사진은 삼양 AF 35mm F2.8로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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