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를 만들고 보여주는 사람들

1인 미디어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영화는 공동의 작업이다. 단지 영화를 만들고 보여줄 수 있는 진입 장벽이 아주 조금 낮아졌을 뿐이다.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단편영화는 예비영화 감독들의 첫 걸음이 된다. 씨네허브는 영화, 방송 미디어팀들이 모인 단편영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전세계 관객들이 PC나 태블릿, 모바일 등으로 단편영화를 볼 수 있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예비 영화감독과 현직 영화감독 등 필름 메이커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VDCM은 씨네허브와 함께 단편영화 제작 이야기를 소개한다.
리뷰 | 씨네허브(장영준) / 인터뷰 | 씨네허브(박준영) / 편집 | 유진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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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제작년도 : 2014년
장르 : 드라마
감독/작가 : 이홍래
출연 : 김꽃비 / 정요한 / 권동호
제작 : 이홍래
DOP 촬영감독 : 김민규
미술감독 : 박지은

 

시놉시스

연지의 이삿날, 연지의 썸남 동네 편의점 점장 요한과 함께 두 사람은 설레는 이삿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연지의 구남친 동호가 등장하고, 세 사람은 불편한 동행을 한다.

 

REVIEW

사랑은 시도 때도 없이 우리에게 찾아온다. 무방비 상태로 사랑을 맞닥뜨린 우린 이것을 뜨겁게 불태운다. 아무 대책 없이 말이다. 그렇게 우린 아름다운 둘 만의 시간과 공간, 추억을 만들고 공유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인연인지>는 연지의 이삿날 요한과 동호 사이에 벌어지는 삼각관계를 담은 단편 영화다. 사실 말하자면, 삼각관계를 다룬 영화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사랑을 다룬다. 연지의 옛 남자친구인 동호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에 옥에 티일 뿐이다. 촌스럽고 찌질한 전 남자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느 영화가 그렇듯 연지가 새롭게 사랑에 빠진 남자는 전 남자친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멋지고 성공한 사람이다. 이 멋진 남자와 함께 그녀가 사랑을 시작하기 바로 전 단계를 영화는 비춘다.

 <인연인지>는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처럼 과거의 아름다운 사랑을 추억하는 영화가 아니다. 새롭게 만나는 사랑에 대해 다룬 영화다. 때문에 하나의 사랑이 떠나가고,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는 과정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요한이 연지가 과거 동호와 사귀던 시절 찍은 반쪽 짜리 커플사진을 든 장면이다. 그녀가 동호와 같이 찍은 커플사진인 것을 그는 알지 못한다. 그저 좋아서 바라볼 뿐이다.

연지는 그에게 커플 사진이란 것을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 사진에 더 이상 아무 가치가 없다는 말을 살며시 내뱉을 뿐이다. 사람은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기 전까지 이전 사랑을 추억하며 끊임없이 질책하고 후회하며, 그때 자신의 모습을 합리화 한다. 마치 프로메테우스가 까마귀에게 간을 물어뜯기듯 영원할 것 같은 괴로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고통 역시 자의적 선택이 아니다. 기억하려 기억하는 게 아니다. 사랑이 찾아올 때처럼 막무가내로 우리를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그 사람을, 그 사랑을 세상에서 제일 몹쓸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발판 삼아 스스로 약속한다. 다음에는 이 같은 사랑을 하지 않기를. 더 나은 사랑을 하기를.

 

인터뷰

영화 <인연인지> 이홍래 감독

 

감독님!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화와 광고, 뮤직비디오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있는 이홍래입니다.

 

<인연인지>라는 사랑에 대한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만들던 당시 졸업영화 시나리오를 제출해야 하는 기간이었어요. 마침 그 전에 ‘이삿날’을 주제로 썼던 시나리오가 있었어요. 그걸 냈더니 청승맞다고 교수님께서 싫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청승맞지 않은 걸 생각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떠올려 다시 제출했는데 교수님께서 또 좋아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근데 텀블벅(펀딩)에서 이미 투자를 받은 상태라서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찍으라고 하셨어요. 아마 허락 받지 못했어도 그대로 찍었을 거에요.

 

 

김꽃비 배우가 눈에 띄어요. 어떻게 캐스팅을 하게 됐나요?

김꽃비 배우가 제 친구라서 같이 할 수 있었어요.

 

영화 속에서는 점장과 가까워진 시간들은 생략이 많이 돼있어요

사실 초고 단계에서는 그 이야기가 4씬 정도에 걸쳐서 나와요. 동호와 연지가 왜 헤어졌고, 또 요한이와 연지는 어떻게 서로 호감을 가지는지를 어느 정도 전달해주는 부분이 있었어요. 촬영 1주일 전, 편의점 헌팅까지 준비를 마친 상태였는데 왠지 생략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초반부를 다 날리기로 결심했었어요.

 

​<인연인지>는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이야기해요. 연지는 공시생으로 알바와 공부를 병행하고 있어요. 

근데 그 설정을 아예 생략한 거죠. 촬영 당시, 스태프들이 크게 반발했었죠. 단편영화에 공시생이자 알바생으로 사는 한 사람의 정서를 깊이 있게 다루기에는 부족하다 생각했어요. ‘원래 내가 하려던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니까 좀 잘라내자. 공시생, 알바생 이야기는 다른 단편이 떠오르면 그 때 하자’ 이런 생각이었죠. 사랑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하고자 했어요.

 

짧은 단편영화 특성상 담지 못해 아쉬운 장면이 있나요

앞서 언급했듯이, 연지가 공시생이자 알바생으로 현재를 살고 있는 20대 중후반의 사람이 느끼는 정서들을 담지 못 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아요.

 

그렇다면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어떤게 있나요

사실 요한이가 몰았던 다마스라는 차량이 수동이었어요. 현장에서 수동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촬영감독이랑 조명감독 밖에 없는 상태에서 차를 가져오기로 했던 프로듀서도 수동운전을 못해서 대리운전을 불러서 운반을 했었어요. 요한이도 수동운전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죠. 영화 초반에 요한이가 차를 몰고 도착하는 장면은 긴장한 상태에서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프레임 밖에 있다가 160cm 정도만 이동하며 찍었어요. 브레이크를 못 밟는 건 아니니까.

독립 단편영화 연출자가 힘들다고 체감하는 순간은 돈과 시간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근데 일정에 쫓겨서 찍은 장면은 거의 없을 정도로 시간은 넉넉했어요. 돈 문제가 힘들었어요. 펀딩을 받았는데 조금 부족했거든요. 촬영장비는 어느 정도 학교에서 빌릴 수 있었지만 장비 운반비나, 촬영에 필요한 다른 부속 장비들은 별도로 돈을 주고 빌려야 했거든요. 거기에 다마스도 렉카를 빌려서 운반해 찍었으니 여유가 없었죠.

마지막 회차 때는 신용카드 한도까지 다 된 거예요. 속된 말로 후달렸죠. 그 때 배우들과 스태프에게도 인건비를 못 챙겨줬어요. 그 이후로는 제 돈을 들여가면서 영화 찍는 건 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물론 그 이후로 3편을 더 찍긴 했지만.

 

꽃비에게 사진을 돌려주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예쁜 장면으로 뽑을 수 있는데, 특별한 설정이 있나요?

글쎄요. 사랑했던 사람을 기억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가 사진을 보는 건데, 그걸 새로운 사람이 들고 있는게 약간 아이러니하게 비춰지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장면을 뽑자면?

사실 저는 영화 작업을 할 때 콘티에 해당 장면의 듀레이션까지 계산해서 작업하는 편이에요. 최종 러닝타임은 콘티 작업 시에 계산했던 것과 비교해서 16초 정도 차이가 나요. 더 줄어들었죠. 콘티 작업할 때부터 현장까지 시간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캐릭터의 정서에만 집중했던 장면이 있는데 그게 엔딩장면이에요. 두 사람이 맥주 마시는 장면. 사실 원샷 원테이크로 가고 싶었는데 각 배우의 원샷도 팔로우를 하자고 촬영감독이 제안했어요.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 해줘서 짧은 테이크 안에 마쳤어요.

 

주연배우로 나온 정요한 배우와 권동호 배우를 캐스팅하게 된 계기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요한 배우는 원래는 김꽃비 배우의 친구였어요. 우연히 술자리에서 알게 된 후에 시나리오를 쓰는데 요한이의 얼굴이 떠오르더라고요. 현재도 여러 작품을 하고 있고 특히 작년에는 잔나비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는 등 계속 자기 작업을 하는 배우입니다.

권동호 배우는 제 대학 동기예요. 사는 동네도 비슷해서 친하게 지냈지만 같이 한 작품이 없더라고요. 졸업 작품으로 꼭 같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당시에 하던 연극 캐릭터가 바보 역할이었거든요. 잘 맞겠다 싶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잘 해줘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현재는 뮤지컬이랑 연극을 넘나들면서 계속 작업중인 훌륭한 연극인입니다.

 

영화는 남녀의 썸이 긍정적으로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 속에 끝나는데요. 영화 속 힌트가 있다면?

“이따 저녁에 와서 줘요.” 이 대사에 더 설명이 필요할까요?

 

온라인 단편 상영관 '씨네허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 작품을 발견해주고 또 홍보도 해주는 고마운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비메오에서 제 작품을 우연히 보고 연락을 주신 게 신기하네요.

 

차기작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일단 <인연인지?> 이후에도 세 작품을 연출했습니다. 올해는 아이디어는 있는데 아직 연출을 할 계획은 없고요. 내년에 아마도 한 작품 정도는 연출하지 않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영화인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있다면?

독립단편영화 제작 환경은 독립 영화 안에서도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습니다. 사실 남의 열정을 받아서 내 영화를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이죠.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도전을 하고자 하니 좀 더 힘들고요. 제작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계속 도전하고 만들어내요. 저는 한국의 독립단편영화 제작지원사업들이 이들의 ‘인건비’ 까지도 함께 지원을 해주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장편 영화 산업도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주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으니, 독립 장편 영화, 단편 영화도 점점 그렇게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연인지> 역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노동의 대가를 주지 못한 빚을 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더 이상 빚을 져가며 영화 찍지 않게 환경이 바뀌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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