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 &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그저 집에서 조금이라도 더 먼 곳에 닿고 싶었던 터라,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을 목적지로 삼았을 뿐이다. 일이 반이었고 일이 아닌 게 나머지 반. 그동안 일상에 단단히 메어 있었던 탓인지 한동안 몸을 옭아매던 일상의 무게를 느꼈다. 그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좌표이동에 불과한 그저 그런 여행. 그런 편견 속에서 이틀 중 하루를 의미 없이 흘려보냈다. 그날 밤 여관방 창문에 다닥하는 빗소리가 한참 들렸다. 나는 그제야 내가 오롯이 여행 중이란 걸 실감했다.  

글•사진 | 조주현 기자

 

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

이 렌즈는 콤팩트한 사이즈로 뛰어난 화질과 고배율을 양립시킨 전천후 렌즈다. 5축 IS 보정 효과는 셔터 스피드 6.5 스탑에 해당하는 강력한 손 떨림 보정이 가능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렌즈와 사랑에 빠지기 쉽다. 작은 포켓에 넣어 다녀도 좋을 만큼 뛰어난 휴대성이 장점이다. 200mm에 이르는 화각을 가진 렌즈 중 가장 작다.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표준 단 렌즈는 화각은 고정돼있지만, 활용 폭은 무한대다. 이 렌즈 역시 마찬가지다. 시원한 화각이 필요한 풍경사진부터 광량이 부족한 실내사진, 아름다운 아웃포커스 효과가 필요한 인물사진에 이르기까지 전천후 렌즈의 정체성을 모두 갖췄다. 올림푸스 MFT 마운트 렌즈 중 손꼽히는 해상력과 가장 밝은 밝기를 자랑한다.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할 수 있는 조용한 AF, MSC가 탑재됐다. 최단 0.24배 간이 매크로 기능이 적용돼 접사사진과 음식 촬영에도 활약한다.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의 배경 흐림은 아름답다. 수채화처럼 흐려진다.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의 배경 흐림은 아름답다. 수채화처럼 흐려진다.

 

일기예보가 결국 들어맞았다

새벽 무렵 눈을 뜬 것도 장맛비가 유리창을 다독이는 소리가 요란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는 비를 홀딱 맞을 게 분명하다. 일기예보는 꼭 틀렸으면 할 때 얄밉게 들어맞는다. 여벌의 옷이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가방을 꺼내들었다. 카메라가 달랑, 렌즈가 두 개. 오늘 하루만큼은 여행사진가로 살기로 다짐한다. 여관의 빨간 네온사인 불빛이 침대보에 어렸다.

새벽부터 이어진 장맛비는 아침에도 어김없었다. 우산을 쓰지 않아도 좋을 만큼 내려주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해운대 백사장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산책로는 모래를 밟지 않고도 백사장을 즐길 수 있어 산책에는 제격이다. 비 오는 날, 해변을 홀로 걷는 게 끔찍한 일처럼 느껴진 탓에 이 길이 퍽 마음에 찼다. 백사장에는 여름준비가 한창이다. 튜브와 파라솔, 카약과 스탠드업 패들보드, 어색하게 솟아있는 가짜 팜 트리까지. 사람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해변을 따라 비치 런닝을 즐기는 몇몇은 몸이 탄탄하다.

백사장은 편의점에 들여 담배 한 값과 얼음 잔에 부어 마시는 청포도 주스를 샀다. 다리에 작은 피로감이 쌓일 때쯤 동백섬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뺨에 여전히 파도 소리가 어른거렸고, 난 얼음을 와작 씹었다.

 

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은 넓은 줌 범위로 프레이밍에 묘미를 더한다. 어떤 곳이라도 남들과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다. 100mm(35mm 환산 200mm) 화각으로 촬영한 광안대교의 모습 압축된 공간 표현이 두드러진다
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은 넓은 줌 범위로 프레이밍에 묘미를 더한다. 어떤 곳이라도 남들과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다. 100mm(35mm 환산 200mm) 화각으로 촬영한 광안대교의 모습 압축된 공간 표현이 두드러진다

 

동백섬

여름이라 동백은 없고 소나무만 가득했다. 하기야 ‘섬’이라는 단어가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니 여름의 동백섬은 아이러니하다.
역대 APEC 회담 장소 중 가장 아름다운 경관으로 꼽힌 ‘누리마루’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부터 내린 비는 계절을 무색하게 했다. 바람이 쌀쌀하고 습하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더니 하늘은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어느 정도는 예상은 했던 일이었다. 결국 폭우가 쏟아졌다. 셔츠가 무거워진다.
긴팔을 입은 터라, 발걸음을 마다 셔츠가 팔에 달라붙었다. 서늘했다. 렌즈에 뽀얀 김이 서렸다. 입김을 후하고 불고 마른 천으로 김을 걷어냈다. 

해운대 여름 바다는 괴담 하나를 품고 있다.
어느 여름날, 바닷가 마을에 살려 달라는 곡소리가 메아리쳤다.
새벽 바다에 뜬 으스스한 배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어린 소녀가 늙은 어부를 깨우자, 어부는 일어나지도 않고 도깨비 배라고 말한다.
“아가야, 도깨비 배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아.
배가 가까이 오면 줄행랑을 쳐야해, 만약 배에 다가가게 되면 배에 탄 사람은 바가지를 건네 달라고 한단다.
명심하렴, 그럴 땐 바가지에 구멍을 내서 건네줘야 해.
그렇지 않으면 물을 퍼서 배를 침몰시키거든.“

오늘이 딱 도깨비 배가 나올 법한 날이었다.
으스스한 파도가 거세게 몰아쳤다. 철썩. 철썩. 살려주세요.

누리마루에 초입, 소나무 숲이 펼쳐졌다. 새벽부터 비가 쏟아졌지만 아름드리나무 밑 둥은 건조하게 말라있다. 렌즈를 교체하는 게 좋겠다.
단 렌즈보다야 줌렌즈가 나을 것이란 판단이 들어서다. 이 렌즈를 참 좋아한다. 넓게 찍을 수도 있고 멀리 찍을 수도 있다.
요즘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도 문제없다, 그러니 사랑할 수밖에.

 

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는 줌렌즈다. 화면을 탄탄하게 구성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줌렌즈가 편리한 것은 사실.
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는 줌렌즈다. 화면을 탄탄하게 구성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줌렌즈가 편리한 것은 사실.
광각영역은 멀리 떨어져 촬영하는 것이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원근감은 더욱 강조되고, 사진은 힘을 얻는다
광각영역은 멀리 떨어져 촬영하는 것이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원근감은 더욱 강조되고, 사진은 힘을 얻는다

 

광안리

해운대와 신선대 부두 사이에 오목하게 파인 해안선이 있다. 수영만이다. 그 위를 광안대교가 가로 지른다.

광안대교는 2층 해상교량으로 밤이면 오색찬연 경관조명으로 휘황찬란하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올려보는 경관도 좋지만 사실 광안대교에서 내려다보는 시가지 모습은 더욱 아름답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광안리 비경은 따로 있다.

광안대교를 바라보고 해운대 방향으로 5분정도 걸으면 통통배들이 정박한 작은 어항을 찾을 수 있다.

오늘처럼 파도가 거친 날이면 방파제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가 쩌렁쩌렁하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방파제 트라이포트에는 부서진 파도의 포말로 장관을 이룬다.

고독한 등대는 방파제 끝에 홀로 서 있고 배를 묶으러 나온 어부가 뚜벅뚜벅 걷는다.

 

.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는 최대광각에서도 선명하다. 곧게 뻗은 방파제의 선을 보자. 왜곡 억제 능력도 뛰어나다.
.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는 최대광각에서도 선명하다. 곧게 뻗은 방파제의 선을 보자. 왜곡 억제 능력도 뛰어나다.

 

자갈치 사이소.

잠깐 해가 떴다. 자갈치 시장에 들렸다.

닐리리맘보와 동동구리무, 백바지와 백구두, 추억의 트로트 메들리가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은 곳.

자갈치 시장은 부산의 명소 중에 명소다.

갈치와 꼼장어, 열기, 고등어, 문어, 소라, 멍게, 이름을 알 수 없는 생산까지 수족관에 가지 않더라도 싱싱한 생선들의 퍼레이드가 매일 펼쳐진다.

그게 다가 아니다. 부산 아지매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짙게 바른 빨간 립스틱, 질끈 묶은 파마머리가 아지매의 트레이드마크.

“화장이 짙네요“ 하면 “이쁘게 보일라고”하고 받아친다.

해방과 한국전쟁, 근현대사 격동기를 거치며 수많은 어중이떠중이가 부산으로 밀려들었다. 생계를 위해 시장 주변에서 노점을 꾸려 하루하루를 버텼다. 해안가에는 판자로 지은 가게들이 빼곡했고, 그 가운데 부산 아지매가 있었다. 누런 콧물을 질질 흘리는 간난 아기를 업고 아지매는 열심히도 일했다. 전쟁 통에 남편을 잃었고, 혼자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지매의 진한 화장은 거친 세상살이에 살아 남기 위한 보호색은 아닐는지.

고등어 굽는 냄새가 고소하다.

가끔은 피사계 심도를 이렇게도 사용할 수 있다. 아지매의 모습이다.
가끔은 피사계 심도를 이렇게도 사용할 수 있다. 아지매의 모습이다.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는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도 놓치지 않고 포착할 수 있는 조용한 AF, MSC가 탑재됐다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는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도 놓치지 않고 포착할 수 있는 조용한 AF, MSC가 탑재됐다

 

알록달록, 감천문화마을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졌다. 나는 거기서 지저분한 고양이씨를 만났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나는 뚱뚱하고 배가 나온 엘리스를 상상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용기를 내(조금 타협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맨’이 되기로 했다.

토끼 대신 고양이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좁은 골목사이를 종종 걷던 고양이씨는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라는 식으로 흘깃 돌아본다.

종종종 흘깃 종종종 흘깃.

지저분한 고양이씨는 나를 이상한 나라로 통하는 고양이 굴로 안내해주리라.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배 나온 앨리스 맨에게 경사로는 넘지 못할 장애물이었던 것이다.

 

“고양이씨, 이상한 나라는 됐어요. 여기도 충분히 이상한 나라니까요.”해버리고 돌아왔다.

“잘지내지요? 고양이씨”

 

산자락을 따라 계단식으로 들어선 아름다운 파스텔 톤 집, 미로 같은 골목길은 감천문화마을만의 매력이다.

산허리를 따라 꼬불꼬불 나있는 산복도로를 따라 한참 걸어오른 꼭대기에 감천문화마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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