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를 만들고 보여주는 사람들

1인 미디어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영화는 공동의 작업이다. 단지 영화를 만들고 보여줄 수 있는 진입 장벽이 아주 조금 낮아졌을 뿐이다.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단편영화는 예비영화 감독들의 첫 걸음이 된다. 씨네허브는 영화, 방송 미디어팀들이 모인 단편영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전세계 관객들이 PC나 태블릿, 모바일 등으로 단편영화를 볼 수 있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예비 영화감독과 현직 영화감독 등 필름 메이커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VDCM은 씨네허브와 함께 단편영화 제작 이야기를 소개한다.

자료제공 | 씨네허브 / 인터뷰 | 씨네허브•박준영 / 정리 유진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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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심한 틱 장애를 지니고 있는 기봉.

주변에서는 그런 기봉을 불편해 한다.

담임선생님은 기봉에게 대안학교로 전학을 권한다.

기봉은 전학 가기 전 좋아하는 소녀 지나에게 제대로 고백해 보는 것이 소원이다.

 

REVIEW

대부분의 사람은 약점이 있다. 운이 좋으면 굳이 드러나지 않아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아 불운한 패배자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본의 아니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뭔가 하기도 전에 이미 지고 있다는 좌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도 드러내고 싶은 속마음이 있다. 단지 표현하려고 해도 거부감 때문에 들어주지 않을 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저절로 기운을 잃어간다. 소년은 소녀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한마디"는 틱장애를 가진 한 소년의 사랑이야기이면서 성장스토리다. 소년이 소녀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소박하고 외로운 사랑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한계와 약점을 지닌 채 살아가지만, 남들에게 짓눌리지 않고 묵묵히 견뎌내겠다는 의지로 승화되는 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다. 

 

 

소녀의 대답을 듣기 위해 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애보다 자신의 진심을 바라봐 달라고 몸부림치며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다. "그냥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어" 라는 한마디는 어차피 실패할 사랑에 대한 작은 넋두리를 넘어선다. 지금 진심이 담긴 말을 밖으로 내뱉지 못하면 이후로도 자신의 인생은 앞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을 떨쳐내려는 외침이다. 

이 소년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하는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의 모습은 우리네 모습과 닮아있다. 자신들의 무력감을 남의 약점에 기대어 감춰두고 더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며 양심은 있다는 듯 외면하는 모습은 엔딩에 등장하는 운동장의 황량한 풍경만큼 차갑다. 

 

 

전체적으로 느슨한 느낌의 이야기 구성, 다소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 보이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이 돋보인다. 소년은 아직 어두운 교정을 혼자 걸어가고 있다. 교문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뛰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곧 학교를 벗어날 소년의 담담하고 꿋꿋한 모습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소년은 외롭지만 혼자 걸을 수 있다. 

<씨네허브 리컨 / 재편집 유진천 기자>

 

INTERVIEW

영화 '한마디' 박기범 감독

 

먼저 감독님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단편영화 <한마디>의 감독 박기범이라고 합니다. 21살 때부터 크고 작은 7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했습니다. 대표작은 <여자, 엄마>와 <한마디> 그리고 현재 영화제에 출품 준비중인 <홈런을 던지다>가 있고요. 주로 찌질 하고,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보통 제 이야기죠.

 

<한마디>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19살에 우연히 만난 여자애가 있었어요. 두세 번 만난 게 전부인데, 정말 열심히 사랑했거든요. 그녀는 절 좋아하지 않았죠. 그녀가 날 좋아하지 않는 건 알겠는데, 내가 좋아한다는 사실은 꼭 말해주고 싶었어요. 정말 많이 좋아한다고. 근데 그 간단한 말을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어요. 어렵더라고요. 그녀의 이름은 영화 <한마디>의 여주인공 이름이고, 저는 모든 영화의 여주인공 이름을 그녀의 이름을 따서 지었어요. 제가 나중에 감독으로 성공하고 나서 작품들도 유명해지면 그 사람도 제 영화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작품 속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모두 본인 이름이었다는 걸 그 사람이 안다면 제가 그 분을 많이 좋아했단 걸 알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길게 보는 고백이죠.

 

극중 기형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신 건가요?

극중 기형이가 앓고 있는 틱장애는 TV 프로그램에 몇 번 출연하신 홍모씨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그 분은 입에 담기 어려운 욕을 하는 틱을 가지고 계셨어요. 그 분의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홍모씨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자기의 의지와 다르게 욕을 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이 다큐를 본 철 없는 친구들은 웃기다고 하더군요. 틱장애에서 나오는 행동들이 웃기다는 거죠. 마음이 아프더군요. <한마디>를 완성하고 홍모씨에게 꼭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게 됐지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기형 역을 맡은 배재형 배우와 틱장애인의 삶을 살아보고자 했습니다. 틱장애인 협회를 통해 심한 틱장애는 앓고 계신 분도 만나고, 카페에 가서 직접 연기를 해보고 사람들의 시선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준비과정 자체가 굉장히 뜻 깊었습니다.

 

영화완성 후 어떤 느낌이셨나요

작업 간에 사건사고가 많았습니다. 교실 촬영씬의 데이터를 누군가 실수로 지워버리기도 하고. 그 후에 원본이 든 하드를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마음 고생이 많아서 완성 후에 어떤 성취감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만 사건들이 잘 해결되긴 했지요.

 

여러 가지 이유로 담지 못한 장면도 있을까요?

엔딩 부분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기형이가 고백을 하면서 틱 증상을 보이는 게 맞는가, 아니면 온전히 말을 하는 게 맞는가. 저는 단순하게 기형이가 그 장면에서 만큼은 자신의 소원을 이뤘으면 했습니다. 그게 오히려 더 쓸쓸하게 느껴질 거 같기도 하고. 기형이의 입장에 감정을 많이 이입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좀 더 틱 증상을 보이며 힘겹게 이야기를 하는 게 감정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주인공을 맡은 ‘배재형 배우’와 ‘임예은 배우’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두 분 다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 출신입니다. 배재형 배우는 오디션 영상을 보고 뽑게 됐습니다. 다른 분들은 전부 눈물 연기나 캐릭터성이 짙은 연기를 하시는데 혼자서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님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감성이 이 영화에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임예은 배우도 이미지가 정말 잘 맞다고 판단헀습니다. 예은배우의 연극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욕심을 내 캐스팅 했습니다. 

 

현재 제작중인 작품이나 기획중인 작품이 있을까요?

현재는 멜로 장르의 VR영화를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다른 단편영화도 올해 안에 찍으려고 구상중에 있습니다. 장편 시나리오도 쓰고 있고요. 

 

씨네허브(단편 상영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알게 돼서 정말 좋았습니다. 사실 단편영화는 장편과 다르게 영화제에 초대 받지 못하는 이상 평소에는 만나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좋은 영화들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관객의 시선을 받지 못한 채 데이터로 남아버리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런 영화들을 관객과 만나게 해주는 것이 결국 스텝들과 배우들에게도 좋은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 것 같아 눈 여겨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사랑하는 친구로부터 지금 사회가 매우 남성중심적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영화계는 더더욱 그렇고요. 박찬욱 감독님이나 영화계의 이름있는 분들이 앞장서서 노력하고 계시지만 영화계에 종사하는 여성 스텝, 배우들에게 세상은 너무나 불친절합니다. 어떤 제도나 법이 바뀌는 것도 좋지만 저희의 인식이 변화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그런 부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마디> 메이킹 컷
<한마디> 메이킹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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