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체에 렌즈를 겨눈 뒤 셔터를 누르고 ‘순간’을 사각 프레임에 가둔다. 윤리와 공감이 결여된 채 이미지를 마구잡이로 수집하면 타인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은 총을 겨누는 군인과 흡사하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 항상 신중해야 한다.
‘시선의 윤리’가 결여된 사진은 자칫 대상에게 ‘시선의 폭력’이 된다. 사진기자는 사진을 찍을 권리가 일반 사람보다 크게 부여된다. ‘시선의 권력’이 주어진 사진기자는 집단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고 그 안의 개인은 윤리에 무감해지기 쉽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고, 미디어는 일제히 ‘전원 구조’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상황은 급격히 변했고 우리가 알고 있는 ‘4ㆍ16 세월호 참사’로 이어졌다. 당시 사진 기자였던 나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저곳’에 개인적인 욕심에 누구보다 빨리 가고 싶었다. 나의 시선은 어느새 폭력으로 변해 있었다. 그때 사진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깨닫고 몇 해 동안 그저 ‘일’처럼 사진을 찍고, 그렇게 사진기자 생활을 접었다. 세월호 참사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수많은 사람들의 불빛이 뜨겁게 광장을 밝히던 그때에도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 바라만 봤다.
세월호가 안치된 목포항. 주말에만 입장할 수 있어 먼발치서 허물어져 가는 세월호를 바라본다.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우르르 내려 멀리서 세월호를 보며 담소를 나누고 계신 어르신들. 승용차에 내려 인증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구하는 어린 자녀와 그 모습을 핸드폰으로 담는 부모님. 차에 내려 서로 논쟁을 벌이는 어르신 두 분. 소소한 점이 되어 각자 ‘세월호’를 바라본다.
몇 해가 흘러 처음으로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한적한 작은 항구에 많은 사람이 다녀 간 흔적만이 지난 세월과 함께 켜켜이 쌓여 있다. 바람에 나부끼는 노란 리본들,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남긴 글귀와 현수막, 구조물들. 한쪽에 마련된 작은 분향소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이 조문객들을 반긴다. 부끄러움에 쭈뼛 자리를 뜬다.
어스름한 저녁, 바다를 바라본다.
‘잘랑 잘랑’
멀리서 불어온 바닷바람에 종소리만 정적을 깨며 조용히 울려 퍼진다. 세월의 흐름 만큼 바랜 가죽 리본이 카메라 가방에 대롱 매달린 채 발길을 돌린다.
글·사진 이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