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영 사진가가 들려주는 촬영 Tip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

사진에는 참으로 다양한 장르가 있습니다. 사진을 시작하는 마음도 가지각색입니다. 숨이 멎을 듯한 풍경 사진에 매료되거나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인상적인 인물 사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현장의 생생함을 전해주는 스포츠 사진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 짓게 만드는 다큐멘터리 사진까지.

하지만 사진에 관심을 갖고 막상 무언가를 찍으려 나서보면 “무엇을 찍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런 고민 앞에 머뭇거리는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일상을 찍어보세요”라고 조언합니다.

스냅 사진이라고도 부르는 이 사진 장르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꼭 잘 찍어야겠다는 마음의 부담을 내려 놓아도 좋습니다. 재빠르게 순간적인 장면을 촬영하는 스냅 사진은 자연스러운 동작이나 표정을 포착할 수 있어 사진 찍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곁을 매일 스쳐가는 일상의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자체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려면 조금 특별한 시선과 부지런함이 필요합니다. 스냅 사진을 조금 더 잘 찍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특별한 기술이라기 보다 평소 즐겨 하는 촬영 스타일을 소개합니다.

우선 스냅 사진의 첫 걸음은 “평범함을 특별하게”라는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우리에게 매일 주어지는 ‘오늘’이라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도 분명 극적인 순간들은 펼쳐지고, 다시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스냅 사진의 매력은 이 순간을 포착해 한 장의 사진 안에 담는 것이죠.

 

시선을 바꿔라

 

익숙함을 벗어난 신선한 구도는 사진에 힘을 불어 넣어 줍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각도의 사진은 제 사진 스타일의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늘 눈높이에서만 보던 시선을 땅바닥으로 옮겨 보고, 때론 고인 물에 비춰지는 세상을 담거나 높은 빌딩과 동일한 높이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시선의 변화 같은 것들이 그 것입니다. 물론 인상적인 사진을 완성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얽혀 있습니다.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이를 사진 촬영의 기술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시선의 변화’에 해당합니다. “어떻게 익숙한 시선에 변화를 줄 것인가”라는 고민이 필요한 것이죠. 다시 말하지만 앵글의 변화가 스냅 사진에 힘을 실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소품을 이용하라

 

제 카메라 가방 속에는 항상 작은 소품들이 준비돼 있습니다.

가까운 주변을 돌아 때나 여행을 갈 때, 스냅 촬영을 도와주는 소품들을 활용합니다. 촬영 순간에는 잠시 창피함을 무릅써야 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촬영된 사진 결과물은 무척 흐뭇합니다. 촬영 현장에 따라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량, 장소가 프레임 속 주인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평소 활용하는 도구들은 대부분 장난감이나 작은 모형으로 판매되는 것들입니다. 소품을 이용해서 기억에 남을 순간을 촬영하면 사진을 보는 순간, 입가의 미소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흥미로운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빛을 쫓아라

어둡고 잔뜩 흐린 날에도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빛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배우려는 사람은 가급적 다양한 날씨 속에서 촬영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빛이 좋은 날 찍은 사진은 사진가나 그 사진을 보는 이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안겨 줍니다.

빛이 이동하는 방향대로 동선을 잡고 촬영해 보세요. 어떤 ‘피사체’가 아닌 어떤 ‘빛’으로 사진을 찍어볼까 라고 접근해 보세요. 오늘만큼은 빛만 한번 쫓아 보는 겁니다. 그렇게 빛을 쫓다 보면 자연스레 빛 속에 넣어야 할 피사체가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죠. 빛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양을 등지면 흔히 말하는 순광이 되고 태양을 마주하면 역광이 됩니다. 물론 모든 상황이 두 가지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을 때 만큼은 순광과 역광에만 집중해 보세요. 빛이 주는 양날의 검을 모두 휘둘러 보세요.

빛을 볼 줄 알고 내 사진에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찾아오면 일상이라는 장르는 아주 무궁무진한 사진의 소재가 될 것입니다.

 

 

상상하라

제가 촬영하는 사진의 대부분은 “여기에서 이런 장면이 펼쳐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머리 속에 흰 도화지를 펼치고 그 위에 작은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는 거죠. 촬영 당일의 날씨와 촬영 지점, 빛의 양과 각도에 맞춰 “어떤 피사체를 주인공으로 삼을까”라는 즐거운 상상을 합니다. 촬영 전 상상을 통해 원하는 장면을 스케치 하더라도 현장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변수들을 만나게 마련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단순함입니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실수하는 대목은 바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다 담으려 하는 것입니다. 좋은 사진은 덜어내고 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사진에 실제 이것을 반영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상상을 통해 머리 속 밑그림을 자주 그리다 보면,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명확한 피사체만 떠올려지게 될 것입니다.

상상 스케치를 하는데 있어서 찍는 이의 감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촬영 현장에는 상상을 방해하는 주변의 소음이 많습니다. 저는 평소 촬영을 나가서 음악을 즐겨 듣습니다. 그러고 나서 촬영 현장을 다시 바라보면 신기하게도 촬영을 방해하던 소음은 온데간데 없고 온전한 빛과 피사체만 제 앞에 존재하는 경험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느낌 그대로를 담기 위해 집중합니다. 상상을 통해 스케치를 하는 그 시간 자체가 제게는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다려라

자 그럼, 상상을 통해 밑그림을 그린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상상 속 밑그림을 완성 시켜줄 피사체가 등장하거나 특정 상황이 만들어 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상상 이후에 반드시 따라오는 과정, 바로 기다림이죠.

많은 사진가들이 현장을 스치듯 지나치면서 셔터를 누르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은 사진을 얻을 기회를 놓칩니다. 조금만 더 머물러 현장의 빛을 파악하고 그 곳에 어울리는 피사체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면 보다 나은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여기보다 저 곳에 가면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 곳을 지나쳐 버립니다. 물론 그 짧은 순간에 아주 결정적인 장면이 펼쳐진다면 정말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 할 수 있겠지만, 만약 그 결정적 순간을 제대로 담지 못했거나 놓치게 된다면, 다시 그 장면이 펼쳐 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상상을 통해 밑그림을 그리고 그 밑그림이 결과물로서 완벽하게 내 것이 될 때까지는 많은 기다림이 따르게 됩니다. 물론 어느 정도 운도 따라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상을 결과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오늘 꼭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 못하더라도 다음에 다시 도전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의 믿음, 이렇게 촬영된 사진 한 장의 가치는 본인 스스로 가장 잘 알게 됩니다. 사진 찍는 즐거움은 여기에 있습니다.

 

안태영(똑딱이 포토그래퍼)
안태영(똑딱이 포토그래퍼)

[활동]

후지필름 글로벌 X-포토그래퍼 사진가

삼성전자 스마트 폰 갤럭시 사진가

[전시]

2017 일본 후지필름 X100F 교토 글로벌 전시

2016 삼성 갤럭시 S7

         제주 DAY & NIGHT 전시

2015 “걸고싶은 사진전” 갤러리 이룸

2012 “남미의 기억” 갤러리 마다가스카르

[블로그]

"사진은 즐거운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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