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배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본인이 직접 찍어 보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촬영법과 정보를 줄줄 외운다고 하더라도 현장에 나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터득한 실전 촬영 경험과 맞바꿀만한 것은 없다. 온라인에서 ‘사진 잘 찍는 법’을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비법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이론에 만족하지 말고 실전 촬영에 부딪혀 보자. 내가 가진 카메라의 종류와 가격으로 가치를 매기기보다 내가 찍은 사진으로 말하는 아마추어 작가에 도전해 보자. VDCM 기자들이 매달 촬영지 선정부터 장비 세팅과 현장 촬영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실전 출사를 진행한다. 이 코너를 통해 장롱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 촬영의 즐거움에 빠지는 독자가 생겨나길 기대한다.

글•사진 | VDCM 편집부

 

 

Where?

이 달 촬영지는 춘천 상고대다. 상고대를 제대로 촬영하려면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야 하고 80% 이상의 습도, 영하 15° 이하의 모든 조건이 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새벽 3시 반에 서울을 출발해 강원도 춘천으로 향했다. 모래재 정상을 넘어 춘천 소양 3교에 도착해 해가 뜨는 아침 7시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우리 팀이 기대했던 상고대의 풍경은 펼쳐지지 않았다. 앞서 말한 조건들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장 촬영은 날씨나 시간 등 여러 변수를 동반한다. 앞으로는 한 장의 사진을 감상할 때, 그 사진을 찍은 사진가의 노고를 생각하자. 우리 팀은 춘천을 경유해 강원도 영월을 거쳐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루트를 짰다. 이 달의 촬영 이야기를 풀어본다.

 

SONY α 99 Ⅱ + SAL 70-200mm F2.8 G

우리는 강원도 춘천 소양 3교 아래에 도착해 상고대 촬영 준비를 끝냈다. 상고대는 물안개가 차가운 겨울 날씨를 만나 나뭇가지에 생긴 얼음 결정을 말한다. 상고대 촬영의 조건은 영하 15°, 습도 80% 이상, 바람은 거의 불지 않는 조건이어야만 한다. 촬영 당일에는 영하 13~14°, 습도 75%로 근소한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기대했던 상고대 풍경을 마주할 수 없었다. 새벽 잠을 포기하며 내려간 우리 팀이 모두 실망하고 발길을 돌리려고 하는 찰나 물안개가 짙게 피어 올랐다. 소니 α99Ⅱ에 망원 줌 렌즈를 장착한 후 소양 3교 위에서 내려다 보며 물 위에 있는 나무를 촬영했다. “비록 상고대를 볼 수는 없었지만 짙게 핀 물안개의 풍경은 쉽게 접할 수 없는 풍경이었어요. 작은 섬이 그야말로 몽환적으로 표현됐죠?”

TIP

망원 렌즈를 활용하자

망원렌즈의 특징 중 하나는 배경 흐림을 잘 표현하는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망원 렌즈를 활용해 인물 혹은 스포츠, 조류 촬영에 이용한다. 하지만 풍경 촬영에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광각 렌즈가 풍경 촬영 시 넓은 화각을 표현해 준다면 망원 렌즈는 배경을 압축시켜 강조시키기 때문에 일출, 일몰 촬영 혹은 특정 피사체를 강조하고 싶은 풍경 촬영에 유리하다. 하지만 충분한 노출을 확보하지 못하면 손떨림이 발생하기 쉽다. 노출을 확보한 상태에서 촬영하거나 삼각대를 활용해 촬영하자.

 

 

SIGMA sd Quattro H + A 24-105/4 DG OS HSM

영월 시내를 조금 벗어나면 봉래터널과 이어지는 봉래2교를 만날 수 있다. 대교 아래로 동강이 고즈넉하게 흐르고 주변 산세 또한 근사해 촬영 포인트로 손꼽히는 장소 중 하나다. 차량으로 대교 아래까지 진입이 가능하다. 영월로 떠나는 촬영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곳을 놓치지 말자. 볕이 좋은 날이면 교각에 따뜻한 볕이 드는데 주변 환경과 대비가 도드라져 묵직한 사진을 촬영 할 수 있다. 촬영 당일은 눈까지 내려 흑과 백의 대비를 주제로 촬영하기에 제격이었다. 위의 촬영 이미지는 교각에 비스듬히 내리 꽂히는 빛을 이용해 조형적 요소를 극대화한 것이다. 후 보정을 통해 마지막에 흑백 사진으로 변환했다.

TIP

적정노출을 잊어버리자.

노출계가 지시하는 노출을 적정 노출이라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직 초보. 반사율에 따라 노출 보정을 해야 한다는 뻔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적정 노출이란 촬영자가 머리 속에 떠올린 사진의 밝기다. 이번 촬영의 경우 카메라가 지시하는 적정 노출에서 벗어나 1 1/2 STOP 언더로 촬영했다. 빛을 받은 콘크리트의 경우 후보정시 하이라이트 톤을 조절하면 잘라낸 것처럼 부분적으로 톤 조절이 가능하다. 촬영하는 피사체의 특성에 따라 노출을 자유롭게 조절해 촬영해 보자. 엔셀 아담스가 말한 예측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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