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는 사람의 신체를 활용한 아크로바틱, 광대극, 마술, 동물조련 등 기교적인 볼거리를 선보이는 오락이다. 우리나라에 90년이 넘은 세월 동안 이어져 온 단 하나의 서커스가 있다. 한파가 덮친 평일, 대부도에 위치한 동춘서커스를 찾았다.
명불허전! 명품공연!
추억과 향수에서 초대형 아트서커스로 돌아오다!
92년 전통 동춘서커스 상설 공연 중
거대한 천막 공연장 곳곳에 홍보 현수막과 포스터가 붙어있어 기대감을 안고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벤치에 기다리고 있는데 한 관계자가 다가와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꺼냈다. “오늘 공연 못 할 수도 있어요~” 놀라 되묻는 말에 “웬만해선 공연을 하는데 관객이 없으면 공연을 할 수 없죠...” ‘이 추위에 대부도를 찾아 서커스 공연을 볼 사람이 몇이나 될까’하는 불안감을 안고 공연 시작 시각인 오후 2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 공연 시작 시각이 다가오자 관객들이 하나둘 입장했다.
공연장에 입장한 관람객은 젊은 커플과 노부부, 어린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들. 손가락으로 새어봐도 남는 관객들, 그의 배가 넘는 단원들이 펼치는 쇼가 시작됐다.
동춘서커스
우리나라 최초의 서커스단으로 1925년 일본 서커스단에서 활동하던 동춘 박동수 선생이 30명의 조선 사람을 모아 목포의 호남동에서 창단한 9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서커스다. 1960∼70년대에 전성기를 맞아 공연단원이 200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지고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서커스가 사람들의 욕구를 더는 충족시킬 수 없었다. 인기를 잃기 시작했고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동춘서커스는 여러 지역의 축제와 서울의 어린이대공원 등에서 근근이 활동하다가 2009년 11월 청량리 수산시장 옆 공터에 마련된 천막극장에서 해체를 발표했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노동부가 맺은 사회적 일자리 창출 업무협약을 통해 지원을 받아 해체의 위기를 넘겼다. 2010년 마사회의 후원으로 과천 경마공원과 하이서울 페스티벌 등에 참가하며 공연을 이어갔다. 2011년부터는 안산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대부도의 빅탑극장에서 공연을 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는 육체적인 고난도 묘기에 조명, 의상, 무대장치, 멀티미디어 등의 시각적 요소가 더해진다. 또, 음악과 함께 등장인물의 스토리를 꾸미는 극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총체연극의 형태로 진화하며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반해 동춘서커스는 열악한 환경과 경영난 속에 중국인 단원 20여 명으로 꾸려져 공연 내용과 볼거리가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의 자극에 눈과 귀가 단련된 우리에게 아날로그적인 서커스는 다소 밋밋하게 보일 수 있다. 동춘서커스의 공연명은 <초인의 비상>이다. 스마트폰 속 디지털 혁명으로 종말을 고했던 종이 매체가 여전히 살아 숨 쉬 듯, 동춘서커스의 비상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이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