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매거진 Culture
<인터뷰> 빛으로 담은 황홀한 순간 – 풍경 사진가 박흥순

좋은 풍경 사진을 찍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매번 같은 장소를 오가며 보는 익숙한 풍경이라도 시간과 날씨에 따라 새롭게 보일 때가 있다. 이렇듯 풍경 사진은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빛’을 잘 이해해야 함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그날의 날씨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좋은 풍경을 마주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자신이 머릿속에 그린 이미지를 담기 위해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같은 장소를 찾는 열정의 사진가가 있다.

끄네끼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풍경 사진가 박흥순이 그 주인공이다. 해무로 둘러싸인 신비로운 도시,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파도와 그 앞에 서 있는 한 사람,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거대한 달과 마주한 사람의 사진. 그의 사진을 보면 우리나라에 이런 풍경이 있나 싶을 정도로 신비롭고 아름답다. 그의 풍경 사진에 대한 열정과 노하우를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자.

 

진행 및 정리 이상민 기자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풍경 사진가 박흥순

안녕하세요. 대구에서 활동하는 박흥순입니다. 예전엔 주로 slr클럽이나 팝코넷에서 활동했었고, 지금은 주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사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커뮤니티 닉네임은 sg553/끄네끼입니다. 현재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로 활동 중입니다.

 

*. ‘끄네끼’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하십니다. 이런 닉네임을 지으신 이유는?

제가 풍경 사진을 찍을 때 주로 쓰는 스킬이 넓은 스트랩을 이용해서 노출 차를 줄이는 건데 그 끈이 경상도 사투리로 끄네끼라고 합니다. 그래서 같이 사진 활동을 하는 지인이 끄네끼라고 지어줬습니다.

 

*.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운이 좋게도 소니 a7 사진전에 출품한 저의 사진이 2회, 3회 두 번에 걸쳐 대상을 받았습니다. <소니 알파 유저 전시회>, <Hi 2017 박흥순> 등 전시회도 열었고요. 지금은 2017년 5월부터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로 선정 돼 활동 중입니다. 슬슬 권태기가 오는 시점에서 이 활동이 저에게 채찍질하는 계기가 돼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전국을 다니는 중입니다.

 

*. (풍경)사진의 길에 들어선 계기가 있는지요.

사진을 시작한 지는 30년이 돼 가는데 본격적인 풍경 사진은 2006년 DSLR을 처음으로 접하면서 시작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식당에서 풍경 사진으로 만들어진 달력을 보고 ‘나의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보자’라고 결심했죠. 그 뒤로부터 매년 풍경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아산병원에서 달력 사진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평소 달력 사진에 대한 애착이 많아서 꼭 한번 전시회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 사진전을 열 수 있었습니다.

*. 작가님의 풍경 사진을 보면 특히 ‘빛’을 잘 다루시는 것 같습니다.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어떻게 보면 좀 단순 무식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곳의 풍경을 찍을 때는 미리 원하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고 갑니다. 그리고 머릿속에 그린 그 장면이 펼쳐질 때까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가는 거죠.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가 있어도 그자리에 가지 못하면 사진으로 담을 수가 없죠. 좋은 풍경을 담기 위해서는 촬영 기법도 중요하지만 일단 부지런히 노력하는 정성과 약간의 운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풍경 사진에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자면 날씨입니다. 기상청 홈페이지나 위성지도를 이용해 미리 날씨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태양과 생활’이나 ‘TPE’ 같은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하면 해의 방향이나 달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어 촬영지의 구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도로의 CCTV를 이용해서 현지 기상상태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을 동원해서 출사지의 정보를 얻지만 막상 원하는 풍경을 담을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은 게 풍경 사진이더군요. 그래서 제가 지인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안 가고 후회 말고 가서 실망하자’라고.

 

*. 닉네임이기도 한 ‘끄네끼’라는 촬영 기법이 궁금합니다.

주광이나 야경에서 하늘이 들어가거나 반영에서 노출 차이가 심할 때 제 나름대로 노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입니다.

방법은 카메라의 노출을 어두운 부분 쪽에 맞추고 넓은 검은색 스트랩이나 끈으로 명부를 가리거나 흔들면서 촬영을 해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노출 차이를 줄여 줍니다. 쉽게 설명하면 ND그라데이션 필터와 같은 효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그라데이션 필터는 마음대로 빛을 조절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물론 포토샵을 이용해 노출을 조정하는 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디지털 후보정은 미묘하게 화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높은 화질의 결과물을 얻고 싶다면 끄네끼 기법을 활용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가 커서 노력이 많이 필요한 방법이지만 숙달되면 노출 차이가 심하더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끄네끼' 기법으로 촬영한 사진

 

*. 본인이 느끼는 풍경 사진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풍경 사진의 매력은 같은 장소에서 절대로 같은 장면을 볼 수 없다는 것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해가 뜨고 질 때 빛이 풍경을 감싸는 느낌이 다르고, 온도 차로 안개가 짙게 지는 날이나 맑고 청명한 날이 다르죠. 또 우리나라는 사계절을 갖고 있어 계절에 따라 다른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시간대나 계절, 날씨에 따라 같은 장소에서 전부 다른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자연이 주는 감동. 그건 직접 느껴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영상매체나 잡지에서 접하는 느낌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 사진에서 고생한 흔적이 사진 곳곳에 보입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2016년 10월 태풍 지나가던 날 그 모습을 담기 위해서 동해 쪽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가는 길이 전부 산사태로 막혀서 두 시간을 우회하는 길로 갔더니 이미 상황이 끝나버려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네요. 집에서 그 포인트까지 1시간 반이면 가는데 무려 가는데 네 시간이나 소요된 거죠. 그래도 태풍이라고 그 끝자락을 담은 사진이 소니 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찍은 사진이 공모전에 수상까지 해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소니 공모전 대상작

 

*. 특별히 애착 가는 사진 BEST 3를 꼽자면?

모든 사진에 애착이 가지만 굳이 뽑자면 영종도에서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나오는 장면을 담은 사진과 부산에서 제대로 된 해무를 찍은 사진, 마지막으로 머릿속에 그렸던 장면을 3년 만에 제대로 담았던 달 사진을 BEST 3로 꼽고 싶습니다.

비행기가 구름 뚫고 나오는 사진은 영종도에 일몰을 담으러 가는 길에 차에서 창밖을 보다가 우연히 안개를 헤치며 나오는 비행기의 모습을 봤습니다.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서 그날 날씨를 꼼꼼히 체크 후 대구에서 다시 올라가서 이틀을 공항 근처 차에서 기다리면서 원하던 장면을 담았었습니다. 구름을 뚫고 비행기의 머리가 보이는 순간의 감동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부산의 해무는 4년 동안 여름이면 거의 부산을 출근하다시피 내려가서 웬만한 해무들은 담았으나 광안대교를 덮은 장면만은 담지 못하고 있었는데 광안대교 CCTV를 확인하니 어마어마한 장관이 펼쳐지고 있더군요. 이때다 싶어 황급히 차에 시동을 거는데 시동이 안 걸리는 겁니다. 그래서 급하게 아는 분의 택시를 대절해 부산까지 내려가서 담았던 기억이 나네요.

달 사진은 일몰 장면을 담았던 장소였는데 문득 저기로 달이 지면 그 장면도 참 멋지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앱을 이용해서 검색을 해보니 충분히 가능하겠다고 생각해 그해 봄에 도전을 했는데 아쉽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이후로 봄 그 시기만 되면 계속 갔으나 하늘이 도와주지 않더군요. 3년 만에 제대로 된 날씨를 만나서 찍으려고 하는데 마침 과수원 전지 작업하러 나오신 분까지 달에 들어가는 멋진 장면이 연출돼서 그동안의 고생이 다 날아가는 기쁨을 맛본 사진입니다.

 

*. 가장 즐겨 사용하는 장비가 있다면? 

전 화각을 중요하게 생각해 전 구간 줌렌즈를 애용하는 편입니다. 카메라는 고화소인 소니a7R III에 렌즈는 1635, 24105, 70400 이렇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제가 고화소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예전에 어떤 매체에 사진요청을 받고 원본을 보내드렸는데 원본이 6백만 화소라 지면에 크게 싣기에는 화소가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그때부터 고화소에 집착했습니다.

항상 고화소의 목마름을 해결해주던 카메라가 소니였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a7R III는 4200만에 달하는 고화소와 뛰어난 화질로 언제나 큰 만족감을 줍니다. 제가 풍경 사진을 찍을 때 초광각 렌즈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일반 광각 렌즈인 1635부터 가지고 있는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FE 16-35mm F4 ZA OSS는 자주 사용하진 않지만 한 번씩은 사용할 때가 있어서 가지고 다니는데 가볍고 작지만 충분한 화질이 보장돼서 선택한 렌즈입니다. 그리고 FE 24-105mm F4 G OSS 렌즈는 광각부터 준 망원까지 두루 커버하는 렌즈라 자주 사용합니다. 저처럼 게으른 사람이 사용하기엔 최고의 풍경용 렌즈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애용하는 렌즈인 70400은 지금은 단종돼 신형으로 나온 일명 ‘은갈치’라 불리는 SAL 70400 F4-5.6 G SSM입니다. 보통 풍경은 광각렌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전 망원 렌즈를 활용한 풍경 사진을 좋아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렌즈입니다.

 

*. 소니 카메라를 사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소니 카메라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미놀타 DSLR인 a-7D를 사용하다가 미놀타 카메라 사업부가 소니로 넘어가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같이 넘어오게 된 경우입니다. 소니 카메라를 사용해보니 이전에 사용한 미놀타 카메라의 인터페이스와 비슷해 사용하기 편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색감을 잘 표현해 줬습니다. 특히, 계속 발전하는 기술적 요소가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사용하는것 같습니다.

 

*. 사진을 찍을 때 윤리적인 문제가 가끔 대두되고 있습니다. (사진을 위해 자연을 훼손한다든지, 의도적인 합성 사진을 진짜로 둔갑한다든지 등)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풍경 사진에서 의도적인 합성 사진은 그 장면을 담기 위해 고생하시는 사진가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행위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연훼손은 사실 저도 현장에서 많이 봐 왔습니다. 화각에 걸린다고 나뭇가지 자르는 사람, 그걸 자기가 했다고 자랑하시는 분도 있더군요. 넘어가지 말라고 쳐놓은 울타리를 넘어가서 찍는 사람, 사진 찍는다고 떼로 몰려다니면서 길을 막는 사람 등 기본적인 선을 지키면서 사진을 촬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남은 소니 프로 포토그래퍼 활동을 열심히 하고 끝나면 요즘 살짝 관심을 두고 있는데 풍경과 어울리는 자동차 사진을 찍어볼까 합니다.

일반적인 풍경과 자동차가 있는 풍경보단 극적인 기상 현상과 함께하는 그런 사진들을 담고 싶습니다. 뭐 굳이 자동차라는 소재에 한정을 두는 건 아니지만 지인과 몇 번 작업을 해보니 충분히 매력적인 작업이 되겠다 싶어서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 추가로 더 하고 싶으신 말씀은?

이 자리를 빌어서 제가 이렇게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상민 기자  esang_vdcm@naver.com

<저작권자 © 월간VDC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상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