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뮤지엄은 오는 5월 3일부터 10월 28일까지 날씨의 다양한 요소를 사진, 영상, 사운드, 설치 작품으로 결합해 날씨에 대한 감수성을 확장하는 전시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를 개최한다. 전시는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의 요소들—햇살, 눈, 비, 안개, 뇌우 등—을 매개로 작업해 온 세계적인 아티스트 25여 명의 다양한 시선이 담긴 작품을 선보인다.

 

날씨는 그리스 신화의 천둥번개, 19세기 영국 소설 속 폭풍우, 대중가요 가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거치며 오랫동안 예술, 문학, 철학, 패션, 디자인뿐 아니라 삶을 이루는 대부분 영역에서 필연적 원동력이 되어왔다. 본 전시는 날씨를 주제로 독창적 미감을 보여주는 사진부터 촉각과 청각을 극대화한 설치작품까지 작가들의 다양한 관점을 소개한다. 총 세 개의 챕터 “날씨가 말을 걸다,” “날씨와 대화하다,” “날씨를 기억하다”로 크게 나뉘어 전개되는 전시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여섯 가지 이야기가 담긴 한 권의 수필집처럼 구성된다.

 

첫 번째 챕터 “날씨가 말을 걸다”에서는 날씨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들을 다채로운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들을 통해 일상 속 무심히 지나쳐오던 날씨를 재발견하게 된다. 프롤로그가 던지는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라는 질문과 함께 전시장에 입장하는 관객은 빛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작가 크리스 프레이저(Chris Fraser)의 설치 《Revolving Doors》를 체험하며 날씨의 세계로 진입한다. 이어 사랑하는 이들과 나른한 햇살 아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아날로그 카메라로 기록하는 마크 보스윅(Mark Borthwick)의 작업이 ‘햇살’ 섹션을 연다. 이 섹션에는 평범한 날들의 기억과 사소한 감정의 소중함을 담는 올리비아 비(Olivia Bee), 해변의 풍경을 유쾌한 시선으로 포착하는 다큐멘터리의 거장 마틴 파(Martin Parr)의 작업이 따뜻하게 제시된다. 궂은 날씨로 인식되는 날씨의 요소들을 서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눈, 비’ 섹션에서는 요시노리 미즈타니(Yoshinori Mizutani)가 구현한 여름 날 내리는 포근한 눈의 비현실적인 이미지와 북극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낭만적이고 동화적인 시선으로 기록한 예브게니아 아부게바(Evgenia Arbugaeva)의 작품들을 마주한다. 햇살과 눈, 비를 만난 관객은 낮이 밤으로 변하는 통로를 지나 ‘어둠’ 섹션으로 향하게 된다. 이곳에는 어슴푸레한 빛과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고 사진을 통해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마리나 리히터(Marina Richter)의 작업과 더불어 짙은 어둠과 아련한 밤의 서사를 탐구하는 미묘한 작업들이 전시된다.

 

두 번째 챕터는 “날씨와 대화하다”에서는 시각, 촉각, 청각 기반의 작품들을 입체적으로 경험하며 날씨에 관한 감각을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계단을 따라 2층에 오르면 끝없이 푸르른 하늘의 존재를 문득 깨닫는 순간에서 오는 설레임에 주목한 이은선의 작품을 시작으로, 인공적인 염료나 물질로서의 색이 아닌 자연현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푸르름에 관한 ‘파랑’ 섹션에 도착한다. 인류와 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살펴보는 무스타파 압둘라지즈(Mustafah Abdulaziz)의 프로젝트, 특정 시간대의 공간과 빛, 파란 그림자 등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제시하는 마리아 스바르보바(Maria Svarbova)의 시리즈는 관객에게 주변 환경에 대한 시지각적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뒤이어 구름과 안개의 시각적, 촉각적 감각을 다루는 ‘안개’ 섹션에서는 다채널 영상과 함께 물리적으로 안개를 구현해 관객이 짙은 안개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설치작품과 베른나우트 스밀데(Bendnaut Smilde)의 《Nimbus》 시리즈가 시적 오브제로서 구름과 안개를 다룬다. 하늘이 시각, 안개가 촉각을 열어주었다면 ‘빗소리’ 섹션은 청각에 집중한다. 디렉터 홍초선을 비롯한 국내 사운드 전문가들이 채집한 빗소리가 재현된다. 관객은 이 소리에 집중해 30m에 이르는 전시장의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걷는 체험을 하게 된다.

 

세 번째 챕터 “날씨를 기억하다”에서는 에필로그 ‘그곳에 머물렀던 당신의 날씨’를 통해 다섯 작가의 개성에 따라 날씨가 기록되는 방식을 엿보며 각자의 기억 속 날씨가 어떠한 감정과 형태로 자리 잡는지 관찰한다. 주변의 사물들에 빛, 바람을 투영시켜 풍경을 기록하는 울리히 포글(Ulrich Vogl)의 설치부터, 매일 촬영한 사진에 같은 날의 세계적 이슈나 개인적인 사건들을 손글씨로 기록해 병치시키는 야리 실로마키(Jari Silomäki), 화면에 이질적인 요소들을 중첩시켜 초현실주의적 장면을 연출하는 김강희, 우수 어린 날씨와 작가의 시적 글귀들을 기록하는 알렉스 & 레베카 노리스 웹(Alex & Rebecca Norris Webb) 부부의 사진을 페이지 넘기듯 이동하며 만날 수 있다. 이어 아날로그 슬라이드 영상으로 채워진 명상적인 공간에서 지나간 햇살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나누는 마크 보스윅(Mark Borthwick)의 《Abandom Reverie'》가 마지막으로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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