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디자이너&포토그래퍼 김세호 원장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막연한 설렘을 갖고 헤어디자이너이면서 프로 포토그래퍼라는 당당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김세호 원장을 만났다. 그의 명함에 있는 biascut이라는 단어처럼 새로운 시도를 통해 본인만의 사진 세계를 구축하고 분명한 목표를 향해 걷고 있는 김세호. 이름을 널리 알리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후배들이 새로운 미용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주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VDCM이 들어본다.
인터뷰 진행 조원준 기자 인터뷰 사진 김유미 기자
헤어와 사진을 찍는 일.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사실 저는 어렸을 때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진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진학을 하려 했는데 집에서 반대했어요. 제가 사진을 좋아하는 것을 한때의 객기로 생각을 하셨나 봐요. 그리고 그다음에 헤어를 하겠다고 했죠. 또 반대를 하시는 거예요. 그때는 정말 끈질기게 설득했어요. 그래서 헤어를 시작하게 됐고요. 본격적으로 헤어와 사진을 함께하게 된 계기는 제가 1996- 1997년도에 영국 런던으로 헤어 공부를 하러 갔을 때 였는데요. 그곳에서 헤어디자인과 사진을 함께하는 디자이너들을 보게 됐어요. 디자이너들이 각자 속한 브랜드의 사진을 찍는 것이었죠. 그 모습을 보고서 ‘아! 저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구나’, ‘내가 좋아하는 일 두 가지를 한 번에 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사진공부를 했고요.
처음 사진을 접하고 본격적으로 사진에 뛰어들 때까지, 그간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처음 제가 사진을 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이전부터예요. 그때 집에는 캐논 오토보이, AE-1 프로그램 등 사진기가 여러 대 있었는데 그것들을 가지고 사진을 많이 찍었죠. 사진을 찍어 놓으면 아버지가 출근하실 때 필름을 가지고 가셔서 2~3일 정도 후에 인화를 해서 가지고 오셨어요. 재미있는 이야기로 제 초등학교 동창들은 그 시절 사진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제가 어딜 가든지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친구들을 찍어줬기 때문이죠. 그걸 또 친구 수대로 인화해서 전해줬고요. 어렸을 때부터 사진과 가까웠던 경험이 있었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헤어디자이너가 돼서는 해외 출장을 가게 되면 헤어 셋팅을 끝내고 촬영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는게 좋았어요. 노트에 기록하고 또 그것을 재현해 보기도 했고요. 당시 보그(VOGUE)에 정용선 사진부장님이 계셨어요. 우리나라 뷰티사진의 1세대 어른이시기도 하시죠. 그분의 촬영을 꼭 한번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촬영의 헤어를 담당하는 직장 동료에게 ‘꼭 한번 보고 싶은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부탁을 드렸고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부장님이 허락을 해주신 거예요. 그 계기를 통해서 사진 전공자도 아니고 더불어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제가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거죠. 그리고 2003년도에 김중만 선생님을 만나게 됐어요. 마담피가로 촬영으로 3일 연속 출장이 있었는데 ‘촬영 김중만’이렇게 딱 쓰여 있는 거예요. 당시 제가 출장을 안 나가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제가 3일 전부 나가겠다고 했죠.
김중만 선생님과의 첫 만남 어땠나요?
당시 김중만 선생님의 사진집을 2권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출장 현장에 가지고 갔어요. 그리고 가서 사인을 부탁드렸어요. 선생님 입장에서는 머리하러 온 애가 갑자기 사진집을 가져와서 사인을 해 달라고 하니 궁금하잖아요. 그리고 제 소개를 드렸죠. “저는 헤어디자이너인데 사진을 너무 좋아합니다. 그래서 사진을 하고 있는데 사진을 좀 배워보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제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내일 올 때 작업한 것들 있으면 가지고 와보라고 하셨어요. 다음날 현장에 가져가니깐 선생님이 쭉 보시고서는 “네가 하고자 하는 바는 어느정도 알겠으나 기초가 부족하다 보니 표현하고자하는 바를 표현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 같구나. 내가 너를 도와주고 싶다”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선생님과 인연이 된 거죠.
주로 작업하는 사진은 무엇인가요?
저의 작업 대부분은 인물을 대상으로 해왔어요. 그리고 인물사진에서 헤어를 중점적으로 한 이유는 저의 생활이기도 하지만 헤어가 굉장히 형태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공간 사진이나 정물 사진을 좋아하는데 그 형태를 헤어에 대입을 해서 만들어보고 또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거죠. 그게 제 정체성이에요.
헤어디자인과 촬영을 동시에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으신지요?
당연히 힘들죠. (웃음) 근데 제 개인 작업에 있어서 헤어와 사진을 함께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작업이에요. 또 그게 제 정체성이기도 하고요. 제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미학적인 것을 떠나서 한 사람에 대한 이해와 그 이해를 바탕으로 헤어디자이너로서 표현을 하고, 또 기록하는 거고요. 저는 촬영에 앞서 최소한 하루 전에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요. 저에 대해 설명을 하고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촬영을 설계해요. ‘이 사람의 캐릭터와 이미지는 이런 것이구나! 그러니 헤어를 통해 표현해야 봐야겠다.’ 그리고 대상을 제 관점에서 기록하는 거죠. 그리고 헤어와 인물사진의 공통분모는 바로 대상과의 교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열고 헤어를 하면서 교감을 해요. 저는 그 방법이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헤어를 하는 중간마다 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거죠. 상대와 계속해서 교감하면서 촬영의 이미지를 정리해요. 제 작업에서 머리를 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직접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헤어를 촬영하시는데 헤어와 사진의 연결고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진이나 헤어도 어찌 보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잖아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머리를 맡긴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신뢰하거나 기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사진과 헤어가 그런 부분에서 톱니바퀴처럼 연결이 되어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 작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 또는 인물은?
우선은 인물사진에서는 배우 전도연 씨와 배우 윤진서 씨요. 이 두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 두 작업은 제 인생 작업이라고 생각을 해요. 특히 전도연 씨 같은 경우는 제가 2003년도 초반에 머리를 해드리고 촬영을 했어요. 한 10분 남짓 촬영을 했어요. 당시 제가 중형카메라를 새로 장만했는데 찍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부탁을 드렸죠. 제가 그때 헤어에서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였지만 사진에서는 새내기였을 시기여서 어떻게 찍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두 롤을 찍었던 것 같아요. 그 결과물을 보고 놀랐던 게 두 롤(30장)을 찍었는데 30장의 느낌이 전부 다 달랐어요. 따로 포즈를 취한 것도 아닌데 그 짧은 시간에 30가지의 표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와 정말 연기자구나! 존경스럽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게 있어서도 정말 멋진 경험이었고요.
사용하시는 장비는 무엇인가요?
캐논도 쓰고 핫셀블라드도 쓰고, 폴라로이드도 있고 또 필름카메라도 여러 대 쓰고 있어요. 최근에 캐논 1D X Mark Ⅱ를 새로 장만했고요. 그리고 핫셀블라드는 H4D를 쓰다가 H6D로 새롭게 장비를 마련했죠. 그리고 또 폴라로이드도 사용하고 있는데요. 아날로그 적인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어서 사용을 하고 있어요. 필름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보일 때마다 사서 모으고 있어요. 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 중에 핫셀블라드로만 작업하고 있는 것이 2개가 있는데요. 하나는 ‘원더월드’ 또 하나는 ‘흑백누드’에요.
이 작업들의 공통적인 포인트는 사람 그리고 헤어에요. 카메라로 그 대상을 온전히 표현해 줄 수 있는 작업이죠. 이 두 작업은 오직 핫셀블라드로만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일 억 화소의 고화소 장비답게 파일 하나의 사이즈는 280MB정도입니다. 연사를 날리며 찍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정적인 이미지, 좀 더 디테일을 요구하는 이미지에 사용합니다. 계조가 훌륭하기 때문에 그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이미지에는 항상 H6D와 함께 합니다.
최근 활동은?
2015년부터 헤어쇼 NOISE EVENT에 Official Photographer로 참여하고 있어요. 그와 함께 미용인들을 위한 포토슈팅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사진을 찍고 싶으세요?
앞으로도 인물사진을 주로 찍을 예정이에요. 제 생활과 바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를 인물사진만 찍는다고 생각들 하시는데 인물사진 이외에도 풍경, 건축 사진들도 많이 찍고 있어요. 좀 잡학 다식 하다고나 할까요? (웃음)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헤어디자인을 하면서 느낀 점은 현재 한국 미용시장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발전을 이뤄냈지만, 아직 영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체계적이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그리고 많은 부분 기성화 되어 있는 것도 현실이고요. 시장이라는 것은 새로운 시도와 기성성이 서로 맞물려 돌아갈 때 발전할 수 있어요. 현재 한국은 세련된 미와 테크닉으로 인기가 높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지않으면 30년 전 홍콩 영화시장의 선례를 따라갈 수 있어요. 그래서 선배들이 하지못했던 부분의 멘토가 되어서 후배들에게 한국의 미용 문화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또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초석의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현재는 헤어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50대 즈음에는 사진의 비중을 더 높이는 것이 목표예요. 일반 포토그래퍼가 아닌 헤어 아트디렉팅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 포토그래퍼의 길을 걷고 싶어요.
포토그래퍼 그리고 헤어디자이너 김세호를 있게한 멘토는 누구인가요?
20대 30대를 지나오며 정신적, 기술적 멘토가 되어주셨던 선배들에게 배운 정신을 아마도 자연스럽게 후배들에게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것 같아요. 첫 스텝 생활과 함께 미용직업에 대한 세상의 넓은 시야를 알게 해주신 이철 대표님,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준 조성아 원장님, 포토그래퍼 김중만 선생님, 마음으로 커트하는 준코 고바야시 원장, 비달사슨 유학시절 중 만난 스승인 피터 그래이의 영향이 제 사진과 헤어아티스트의 활동에 초석이 된 것처럼 많은 분들의 도움이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되었죠.
김세호 원장에게 사진이란 어떤 것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사진이란 흘러서 사라지는 순간, 그 순간의 찰나를 기록해서 영원히 남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영상이 대세라고 하지만 저는 30초짜리 영상을 사진 한 장이 이길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사람들이 살아온 모든 메시지가 응집돼서 표현되는 사진 한 장이 영상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헤어와 사진을 같이 하면 프레임 안에서 헤어의 형태와 구조를 보고 시술할 수 있기에 헤어와 사진은 서로 필요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1차원적으로 그냥 시술하는 것과 2차원적으로 거울을 보면서 시술하는 것, 3차원적으로 멀리 떨어져 바라보며 시술하는 것과 비교해 본다면 사진의 중요성에 대한 해답은 헤어 디자이너의 몫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