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서울의 도심을 벗어나 10분여를 달리면 의정부 수락산 자락에 위치한 자연 문화 공간 오크힐을 만나게 된다. 7000평의 넓은 대지에 자연 의 모습을 닮은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는 오크힐. ‘오크힐’이라는 이름은 도토리나무의 OAK와 언덕의 HILL을 결합한 단어다. 즉 ‘도토리나무 언 덕’이라는 뜻인 셈이다. 이곳을 둘러싼 나무들이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와 여기에 코끝 가득 향긋한 커피 향이 감도는 카페, 스테이크하우스, 그리 고 이어지는 빵 공장.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을 보자면 이름 그대로 도토리 나무 언덕에 온 느낌이 든다. 오크힐의 매력은 비단 자연적인 요소뿐만은 아니다. 오크힐은 오크힐에서만 존재하는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그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지키고 있다. 자연 속 문화공간 오크힐을 VDCM이 방문했다.

글•사진 | 조원준 기자 / 영상 | 김현철 기자

오크힐의 탄생

오크힐은 HDS 카메라 사업부가 있던 곳이다. 카메라 사업을 진행하던 HDS 이미징이 카메라 문화확산을 위한 방향모색의 일환으로 새롭게 조성해 재탄생한 공간이다. 현재 이곳은 HDS 푸드 사업부가 운영하고 있다. 오크힐의 남성규 대표는 처음 오크힐을 시작할 때를 회상했다. “카메라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보면 저는 돌연변이죠. 그분들이랑은 조금 다른 길이니까요. 새로운 길이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우려 섞인 관심도 많았어요.”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사진 영상 관련 사업을 진행해왔던 남 대표와 직원들은 주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했다. 그 바탕에는 수년에 걸친 조사와 카메라 사업을 통해 쌓아온 자체 콘텐츠들이 있었다. 사진을 비롯한 미술, 요리, 음악,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직원들이 함께 생각하고 꾸준히 연구했기에 가능한 자신감이었다. 커피로 첫 출발을 했던 오크힐은 어느덧 스테이크 하우스와 ‘오크힐 빵 공장’을 만들게 된다. 특히 ‘빵 공장’은 올 4월에 오픈한 공간으로 전문 파티쉐가 상주하며 하루 판매량만큼만 유기농 빵을 만들고 있다. 유기농 재료를 쓰다보니 원가가 높아지는 일은 당연했다. 원가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최고의 원재료와 최고의 전문 인력으로 믿고 먹을 수 있는 빵을 제공한다는 것이 남 대표의 목표다. 빵 공장은 문화적인 공간과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오크힐의 마지막 계획이며 0세부터 100세까지의 고객이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의 완성판이라고 남 대표는 전했다. 가을쯤에는 오크힐빵공장만의 시그니쳐 대표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오크힐

오크힐의 가장 큰 특징은 문화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것이다. 특히 요소요소에 사진 장비들이 눈에 띄어 마치 사진박물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크힐의 남성규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구성한 오크힐의 공간은 그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자 문화공간이다. 오래된 폴딩 카메라부터 영사기, 오래된 타자기 등은 남 대표가 수십 년에 걸쳐 직접 발품을 팔아 모은 소장품이다. 카메라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전문 직원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고 또 관심있는 카메라는 구매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것이 남 대표의 설명이다. “예전에 제가 카페에 있을 때 우연히 어린 손자와 할아버지가 니콘 FM2 필름카메라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봤어요. 할아버지의 추억과 손자의 추억이 공유되는 모습이었죠. 소름이 돋더라고요. 사소한 물건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될 수도 있겠구나. 이게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고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싶었죠.” 남 대표는 앞으로도 누군가의 추억이 될 수 있는 공간으로 오크힐이 자리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저는 오크힐이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물관처럼 쇼케이스에 전시된 것만 보는 것이 아닌 생활 속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족이 모여 밥도 먹고 카메라를 보고 또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요. 어떻게 보면 공부도 할 수 있고요. 그런 것을 우리 오크힐만의 것으로 가져가고 싶어요. 저희보다 자본도 많고 인력도 풍부한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있지만, 저희는 그들을 따라가기보다는 저희만의 가치를 지키는 공간으로 이곳을 만들어 갈 겁니다. 여기서 차곡차곡 쌓고 단단하게 만들어 나가야겠죠. 좀 더 쉽고 재미있고 즐겁게 사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요.” 

오크힐의 바탕은 OOO다

“‘우리의 기본은 무엇이냐 카메라다. 우리는 푸드 사업을 하지만 카메라와 사진, 영상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회의 때마다 강조해요.” 남 대표의 철학처럼 오크힐은 커피, 식사, 빵 등 다양한 푸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항상 그 바탕에 문화콘텐츠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커피 강의는 물론 의정부시와 예술의 전당과 연계한 각종 지역 문화사업, 학생 실습, 니콘 스쿨, 사진 동호회의 모임 ‘4인 사색’ 등을 진행했고 또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저희는 카메라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합니다. 푸드 사업도 하고 있지만, 사업을 위해서 콘텐츠를 하면 콘텐츠가 사업의 목적수단으로 전락해버려요. 우리의 콘텐츠가 단순히 사업만을 위한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항상 다잡고 있죠. 힘들고 복잡할 때면 창고에 들어가요. 거기서 카메라들을 쭉 보고 있으면 항상 기본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돼요. 또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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