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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여름, 나른한 오후의 단상

 

*모든 사진은 SIGMA Art 135mm F1.8 DG HSM으로 촬영했습니다.

늦은 오후 창을 비스듬히 통과해 길게 늘어진 햇살을 맞으며 단잠에 빠져본다.

스르륵 꿈속에 빠지기 전 떠오른 몇 가지 단상들.

 

글·사진 이상민 기자 모델 김문주

 

#. 여름, 선풍기

올여름은 유난히 뜨거웠다. 111년 만에 폭염이라니. 밖에 잠시라도 걸으면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지고, 비가 올 것 같은 습한 날이면 더욱 힘들었다. 목덜미에 아가미만 달렸으면 곧 매운탕이 될 탕 안의 물고기가 된 기분.

폭염이 시작할 즈음까지도 난 선풍기조차 꺼내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까짓 더위쯤이야’하는 생각과 1년 동안 묵은 선풍기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야 하는 귀찮음이 앞섰던 것. 이런 게으른 생각은 며칠 못 갔다. 아침에 일어나 내 몸이 촛농처럼 녹아내려 침대와 한 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 뒤 결국 더위에 굴복했고 선풍기와 에어컨을 쐬며 항복 선언을 했다.

그리고 그 참을 수 없었던 몇 주가 흐르고 온풍기 같던 선풍기 바람이 밤엔 제법 선선하게 분다.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 다시 먼지가 쌓인 선풍기를 두고 켤지 고민하는 시간이 오겠지.

 

아, 내년엔 덥지 말아야 할 텐데.

 

#.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

-강아지 키울 생각 없어?

-응. 별로.

-왜? 너 강아지 좋아하잖아.

-엄청. 그런데 새로 들이긴 싫어.

-강아지를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키우긴 싫다고?

-응. 문을 열고 들어오면 폴짝폴짝 뛰면서 반겨줘.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느낌을 매일 느낄 수 있으니 행복해. 하지만 밥도 제때 챙겨 줘야 하고, 산책도 데리고 나가야 하고, 배설물도 치워 줘야 하고 귀찮은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야.

-누군가를 좋아할 땐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갖는 게 좋지 않을까?

-맞는 말이야. 사실 그전에 잘 챙겨주지 못했어. 내가 없을 때 방안에 혼자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걸 생각하니 불쌍하기도 하고. 나의 욕심으로 상대방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강아지를 들일 맘이 생길 수도.

-여전히 넌 변명만 늘어놓는구나.

#. 코인 노래방과 듀엣곡

난 코인 노래방 예찬론자다. 일반 노래방과 달리 눈치 안 보고 2절까지 부를 수 있고, 500원짜리 동전 몇 개로 노래 몇 곡 부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간편함이 좋다. 가끔 어린 친구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야 할 때가 있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난 대부분 혼자 코인 노래방에 간다.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리는 옛 노래에 끌려서, 이어폰으로 자주 듣는 노래를 직접 부르고 싶을 때, 아니면 그냥 마음이 동할 때던지 혼자 간단히 부를 수 있으니.

오랜만에 친구와 코인 노래방에 갔다. 장르 불문 번갈아 가며 신나게 노래를 부르니 어느새 마지막 곡이다. 그가 선택한 마지막 곡은 88 서울올림픽 주제곡인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

그가 태어나지도 않은 해의 노래라니 의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남녀 듀엣곡으로 부르기 좋단다. 하지만 막상 곡이 시작되자 여자 파트는 거의 없고 고음은 모두 남자 파트였다. 고음 불가인 난 꽥꽥대며 평화를 부르짖었고, 그는 옆에서 깔깔댔다.

 

#. 친구들과 모여 살짝 취기가 올라올 땐 시시껄렁한 말들이 오가거나 가끔은 진지해질 때가 있다.

-넌 꿈이 뭐였어?

이 무슨 쌍팔년도 청춘 드라마를 보는 듯 손발이 오그라드는 질문인가?

하지만 난 성실히 답했다.

-유명한 사람. 나의 천재성을 발휘해서 유명해지는 거야.

그래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덤으로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집, 좋은 차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거지.

-조금 진부한데?

-지금은 꿈이 바뀌었어.

-그럼 지금 꿈은 뭐야?

-조금 특별한 사람. 보통의 삶을 사는 조금 특별한 사람.

-꿈도 야무지네. 술이나 마시자.

이날 우리는 좀 더 허무맹랑한 얘기를 나눈 뒤 코인 노래방을 갔다.

 

인물 촬영 끝판왕 SIGMA Art 135mm F1.8 DG HSM for Sony

소니 E 마운트로 새롭게 출시한 시그마 Art 135mm F1.8 DG HSM은 중망원 영역대로 135mm 단 화각을 가진 F1.8의 대구경 렌즈다. 5000만 화소 이상의 초고화소 카메라에 대응하는 압도적인 해상력이 돋보이는 렌즈다. 특히 머리카락 한 올도 표현할 수있는 해상력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보케, 뛰어난 아웃포커스로 인물의 클로즈업뿐 아니라 전신 촬영에서도 피사체를 돋보이게 해 인물 촬영에 강점을 보인다.

렌즈 구성

10군 13매

조리개 값

F1.8~F16

필터 크기

82mm

촤단 촬영 거리

87.5cm

조리개 날 수

9매(원형 조리개)

무게

1,130g

대응 마운트

시그마/니콘/캐논/소니

 

이상민 기자  esang_vd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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