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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식물의 생태를 기록하다, 국립생태원 주광영 박사

식물도감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어렸을 때 보던 자연과학책과는 다른 것일까? 과학도감, 역사도감 등 학창시절 많이 접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를 만나기 전까지 ‘도감’이라는 단어는 필자에게는 생소한 것이었다. 도감이란 그림이나 사진을 실물 대신에 볼 수 있도록 하는 책으로 즉 정보를 담고 있는 그림과 사진들을 모아놓은 집합서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만난 주광영 박사는 서천에 위치한 국립생태원 온실식물부에서 온실 내 식물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온실식물부는 온실에 위치한 열대식물, 대형수목, 지중해식물, 온대식물, 난초과식물, 사막식물 등의 생육을 관리하는 부서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식물들의 생태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의 작업실은 40도에 육박하는 온도와 축축한 습도가 가득한 온실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이곳에서 묵묵히 식물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하나의 연구정보로서 도감으로서 사진이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주광영 박사를 VDCM이 만나봤다.


인터뷰 진행 조원준 기자 

 

안녕하세요 박사님, 본인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주광영이라고 합니다. 현재 저는 충남 서천에 위치한 국립생태원 온실식물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온실식물부 부장으로서 온실에 있는 전반적인 식물들의 생장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진을 찍은 지는 한 35년쯤 됐습니다. 요즘은 주로 식물 사진을 찍고 있고요. 식물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도감에 관심이 많았어요. 몇백 년 전에는 식물의 모습과 정보를 하나의 그림으로 담아서 책을 냈는데 그것을 도감(도해)이라고 불렀습니다. 식물도감을 보시면 식물의 그림과 함께 설명이 있잖아요. 작은 그림에 식물의 외관, 부분, 씨앗, 꽃가루, 뿌리모습 등 많은 정보를 담아서 이 그림만 봐도 이 식물이 어떤 것이다 하는 것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도해라고 부르는 것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 정보는 전달성과 확산성, 그리고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는 데 있어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카메라가 없던 수백 년 전에는 그림을 그리고 책으로 펴내면 소수 몇 명의 사람들만 책을 접할 수 있었고 정보의 전달력이 약했죠. 현재는 책을 통해서도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어요. 이제는 여기에 더해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정보를 접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카메라 등 많은 장비가 등장한거죠. 책보다 정보를 무한히 담아낼 수 있고 이동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그것들을 잘 활용한다면 도감의 그림과 같이 식물을 기록하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현재에 맞는 기록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고 카메라 장비로 식물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Epiphyllum pumilum

기록의 방식으로 사진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가장 핵심은 기술의 발달입니다. 사진과 도감 속 그림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도감의 그림은 한 장의 작은 그림 안에 원하는 정보를 자유자재로 세세하게 담을 수 있습니다. 짧게는 1년 동안 또는 수년 동안 관찰하면서 표본을 수집하고 그 형태를 그리는 겁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찍으면 식물의 형태가 기록됩니다. 예전에는 필름, 현재는 정보 값으로요. 물론 색도 기록이 되지요. 이 점에서는 사진과 도감의 그림은 상당부분 유사합니다. 다른 점은 그림은 평면적으로 되어 있고 전 구간이 흐림 없이 일정하게 기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카메라의 광학적 특성에 의해 아웃포커스라고 불리는 것이 발생합니다. 만약 카메라가 이런 부분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제가 카메라로 식물을 기록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렌즈가 발달하면서 선명하면서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고 카메라가 발달하면서 더 큰 정보 값을 기록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편집프로그램이 진보하면서 광학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젠 사진이 식물 정보를 기록하는 장치로써 새롭게 탄생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물을 기록하는데 있어서 사진만으로도 정밀하게 원하는 사진들을 촬영하고 이를 쉽게 관리 할 수 있다는 점은 제게 큰 메리트로 다가왔습니다.


 

Notocactus magnificus

주로 기록하는 대상은 무엇인가요?

현재는 온실에 있는 선인장들을 담고 있습니다. 선인장 중에서도 외래종 선인장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선인장들은 이미 연구도 많이 되어있고 그에 관련한 자료들도 많이 있지만, 아직 해외 선인장과 해외 식물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는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 그래서 그 식물들에 대한 기초적인 데이터작성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도 그 일환이고요. 

 

기록의 방식은 어떠한가요? 촬영에서부터, 결과물 완성의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스튜디오 촬영에 앞서 많은 단계의 준비과정이 필요하듯이 식물 촬영에 있어서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의 작업에는 카메라는 기본이고 피사체에 근접해서 찍을 수 있는 렌즈와 흔들림을 최소한으로 만들어주는 다리가 4개인 쿼드포드, 릴리스, 배경을 일정하게 하기 위한 배경천 등이 필요합니다. 식물들은 외부의 바람과 환경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식물이 자라고 있는 온실을 작업실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보통 하나의 식물을 촬영하는데 3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수백장의 사진을 찍습니다. 조명 대신에 자연의 햇빛을 이용하고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에만 작업을 진행합니다.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남기기 위해서죠. 사진을 찍은 다음에는 여러 장의 사진을 편집프로그램을 이용해 하나의 사진으로 만듭니다. 포커스 스태킹이라고 부르는 사진합성 기법입니다. 보통 80장의 사진을 선별해서 하나의 사진으로 만들어요. 저는 예술작품이 아닌 기록으로서의 사진을 찍고 있기 때문에 촬영과 합성만 진행합니다. 이외의 다른 요소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 이외의 것들을 건드리면 제대로 된 기록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사용되는 촬영장비는?

촬영에 따라 사용하는 장비가 다릅니다. 대표적 장비는 범용 벨로우즈 유닛 인 Novoflex의 BALPRO에 렌즈를 장착한 ‘마크로 셋트1’과 자이스의 마크로 렌즈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BALPRO는 벨로우즈 방식이기 때문에 렌즈의 광축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고 레일시스템으로 미세한 거리조절까지 가능합니다. 최대한 피사체에 근접해서 촬영할 수 있죠. 마크로 촬영에 강점을 보입니다. 또 캐논과 니콘 등 카메라를 번갈아 사용하고 있는데 어댑터만 있다면 다양한 카메라를 호환하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를 지지하는 장비로는 Novoflex QuadroPod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리가 일반적인 삼각대보다 1개가 더 많은 4개로 안정성이 있죠. 배경은 검은 천을 활용합니다. 일관성을 위해서 하나의 천만 사용합니다. 촬영은BALPRO 1 SET와 자이스 마크로 렌즈를 번갈아 가며 사용하고 종자나 더 작은 것을 찍을 때에는 Leitz Photar 50mm 1:4 Microscope 렌즈를 사용합니다.

사진을 어떻게 활용하시나요?

저의 사진은 기록 외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생태원에서 필요한 참고사진들을 촬영하기도 하고요. 생태교육 자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보고서에 활용하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가요?

사진으로 특히 식물을 기록한다는 것은 저 말고도 이미 많은 분들이 해온 작업일 겁니다. 저는 제가 있는 환경에 맞게 우리나라에는 없는 선인장과 식물들을 기록하면서 하나의 DB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말이죠. 사진은 자료의 정리와 응용성이 인쇄 그림보다는 자유롭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는데 있어서도 그 관용도가 높습니다. 이동성도 있고요. 꾸준히 촬영하고 추가하고 사진으로 남길 겁니다.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것도 있고 생태원 업무의 일환으로서도 사진을 계속 찍어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이 온라인 도감, 홈페이지, 홍보 활동을 통해서 식물을 알아가는 일에 활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홍보나 온라인 도감 등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DB를 구축하고 사진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봐야겠죠. 

조원준 기자  wjcho8111_vd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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