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매거진 Feature
INTERVIEW_Rock Never Dies! 공연포토그래퍼 이병희

화려한 조명 아래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아래 연신 셔터를 누르며 공연장의 뜨거운 열기를 담는 이가 있다. 콘서트와 뮤직 페스티벌에서 아티스트들의 생생한 모습을 기록하는 공연 포토그래퍼 이병희 씨다. 록 마니아인 그는 현재 이승환과 서태지, 몽니 등 록 밴드들의 전담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고, 최근에는 평양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도 다녀왔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프리랜서 포토그래퍼로서 무대를 촬영해왔으면서도 다음 공연을 위해 항상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병희 작가. 뮤지션들이 좋아하고, 팬들이 기억해 주는 포토그래퍼로 남고 싶다는 그를 VDCM이 만났다.

 

인터뷰 진행 이상민 기자  사진 제공 이병희 작가

 

 

공연 포토그래퍼 이병희

director and photographer CHESTER

www.chesterphotography.co.kr

@chester_photography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체스터(Chester)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이병희라고 합니다. 주로 아티스트들의 공연 사진을 촬영을 하면서 음악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진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행사 사진도 진행하고 있고요.

 

공연 포토그래퍼가 된 계기는?

사진은 서른 살부터 시작했습니다. 조금 늦게 시작했죠. 고등학교 시절엔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수능 점수에 맞춰서 간 게 교대였어요. 이후 초등학교 교사를 3년 정도 했는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교사생활을 하면서 사진을 취미로 시작을 하다가 사진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진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 길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상업사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공연 사진을 찍은 건 아니였어요. 제가 록 음악을 좋아해서 항상 공연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죠. 공연 사진은 다른 장르와는 다르게 진입장벽이 높아요. 그런데 우연찮게 지인의 소개로 2011년에 열린 월드디제이 페스티벌에 오피셜 포토그래퍼로 참가했는데 그때 찍은 사진들을 참가한 밴드들이 맘에 들어 해서 지금까지 공연 사진을 찍고 있어요.

아, 참고로 제가 나온 교대 출신으로 교사가 안 된 분이 제가 알기론 두 명이 있는데, 이외수 선생님과 저에요.

 

록밴드의 공연 사진이 많은데 이유는?

제가 록 음악을 좋아해서 그런 거 같아요. 촬영 요청이 들어오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하긴 하는데 평소 록, 블루스, 재즈 등을 좋아해서 아무래도 록밴드 공연 사진이 주류를 이루는 것 같아요. 대학교 때 스쿨밴드도 했었어요. 대학가요제도 나갔는데 예선에서 탈락했지만요.

현재는 4년째 이승환 밴드의 전담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고, 서태지 씨 공연도 전담으로 하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4년 서태지가 9집으로 오랜만에 컴백하고 전국 투어를 했을 때 함께하게 됐어요. 우리 나이대에 서태지라고 하면 거의 우상 같은 존재였어요. 그런데 먼저 연락이 왔어요. 전국 투어 콘서트 전담 포토그래퍼로 제안이 온 거죠. 설레였죠. 그때부터 서태지 씨와 함께 투어를 함께 돌면서 사진을 찍었죠.

2013년에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 시티브레이크' 오피셜 포토였을 때도 기억에 남아요. 그때 헤드라이너로 메탈리카가 내한했는데 ‘전설’로 불리는 메탈리카를 직접 촬영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손이 떨릴 정도였죠. 본격적으로 공연 사진을 찍은지 2년 정도 됐을 때라 어떻게 찍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좋았어요.

 

평양 공연에 다녀왔다고 하는데, 소감은?

올해 평양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에 전담 포토그래퍼로 다녀왔어요. 처음 제의가 왔을 때는 겁도 났고 가도 되는 건가 했었는데 갔다오고 나니 사람들이 더 궁금해하더라고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버스로 이동하면서 본 평양의 모습이 뭔가 비현실적이더라고요. 평양 전체가 하나의 세트장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 6, 70년대 모습 같더라고요.

첫 공연 때 김정은 위원장이 왔는데 리허설만 찍고 본 공연을 찍지 못했어요. 김정은 위원장이 와서 촬영이 안 된다고 해서 백스테이지에 다른 사진 기자분들과 함께 감시 아닌 감시를 받으며 촬영을 못 했어요.

 

현장에서 다양한 일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저는 현장에서 두 대의 카메라를 써요. 그중 망원렌즈는 무조건 있어야 하죠. 그런데 서태지 대구 투어 중 망원 렌즈를 마운트를 하다가 떨어져서 망원 렌즈를 아예 쓰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 공연은 24-70mm 렌즈로 다 커버했어요.

이승환 공연 때는 레이저를 많이 쏴요. 굉장히 드문 일인데 셔터가 열리는 순간 레이저 빛이 센서에 들어온 거에요. 레이저를 맞아 센서에 이상이 나면 사진에 라인이 생기거나 깨지는 경우가 있어요. 센서가 나간 줄 모르고 찍다가 막바지에 리뷰를 하는데 그때 알게 된거죠. 저는 광각으로 현장감을 나타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사진에 선이 간 부분을 크롭했어요. 근데 이승환 씨 측에서 피드백이 왔어요. ‘왜 이렇게 사진이 재미가 없냐’고요. 뜨끔했죠. 이제는 이런저런 사고를 많이 겪다 보니 내공이 쌓여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좋아하는 포토그래퍼는?

로 스할핀이라고 영국분인데 록 포토그래퍼 중에서는 최고봉이죠. 록의 역사와 함께한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57년생인데 지금도 록 밴드들과 투어를 다니고 계세요. 대단하죠.

 

공연 사진가로서 자신에게 영향을 줬던 인물은?

앞서 말한 로스할핀도 있고 MJKIM이라는 김명준 포토그래퍼가 계세요. 이 분은 폴 매카트니만 거의 10년이 넘게 전담하시면서 해외에서 활동하시는 분인데 최근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영향을 받았어요.

 

프리랜서 공연 사진가로서 겪는 어려움은.

외국의 경우 사진가를 같은 아티스트로서 인정을 해줘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스태프의 개념으로 보는 경향이 있죠. 사진에 대해서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안타깝죠. 공연에서 사진은 뒷 순위로 밀려난 분위기에요.

공연 사진을 찍을 때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임해요. 프리랜서로서 직업적 불안감도 있고, 거의 중노동에 가깝지만 여전히 재밌어요. 외국 공연 포토그래퍼들처럼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공연 사진의 매력은?

공연 사진은 제가 본 것을 다시 재해석해서 담는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한 뮤지션이 공연을 하면 많은 관객이 같은 장면을 보고 찍잖아요. 그런데 전부 달라요. 저는 그것을 재해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저만의 개성이 담겨있어 사람들이 제 사진을 보면 ‘이 사진은 체스터가 찍은 거다’하는 사진이요. 똑같은 장면이지만 내가 다르게 만들 수 있는 거죠. 패션 사진 등은 연출을 할 수 있는데 공연은 그런 연출을 할 수가 없어요. 있는 환경을 활용해서 그 안에서 제가 새롭게 재해석을 하는 거죠.

 

오랫동안 공연 포토그래퍼로서 남다른 노력이 있을 거 같은데.

계속 노력해요. 저는 공연이 시작하기 5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하려 해요. 현장에 도착해 큐시트를 받고 리허설 공연을 보면서 그 공연의 전반적인 내용을 공부해요. 동선도 다 파악하고요. 계속해왔던 공연이면 이렇게까지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새로운 공연 같은 경우는 항상 미리 공부를 해요. 공연은 한번 하면 끝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미리 상세하게 체크를 하고 공연 촬영을 준비하죠.

예전에는 몰랐는데 한 가수를 오래 찍으니깐 매너리즘이 생기더라고요. 이승환 밴드나 서태지, 몽니 등 한팀을 오래 찍다 보면 공연에서 비슷한 레퍼토리에 비슷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요. 사진도 비슷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스스로 압박하고 연구를 많이 해요.

예를 들면 이승환 씨 공연은 카메라 3대를 써요. 한대는 제가 갈 수 없는 곳에 원격으로 조종을 하고 나머지 두 대는 제가 메인으로 찍을 수 있는 곳에서 촬영해요. 이런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죠.

 

공연 사진을 찍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현장감이에요. 사진을 보고 ‘이 공연이 재밌었겠다’라고 느끼고 ‘다시한번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표현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진을 좀 화려하게 찍어요. 광각을 사용해서 스케일도 크게 찍고요.

요즘은 그 아티스트의 감정을 사진에 표현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 아티스트가 무대에 오르기 전의 느낌이나, 무대가 끝난 뒤 느끼는 감정 등 단순히 무대 위의 화려함이 아니라 한 아티스트의 감정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해요. 아티스트와 오랜 작업으로 쌓인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 이런 작업이 가능하다고 봐요. 이승환 씨 같은 경우는 ‘멋있는 사진만 찍을 수 있으면 어디서든 찍어도 된다’는 마인드여서 어느 동선에서건 찍을 수 있어요. 사진가로선 정말 좋죠.

 

공연 사진 팁이 있다면?

공연에서 현장 조명 활용이 중요해요. 일반적으로 조명의 플레이가 한 번에 그치지 않아요. 공연에서 조명이 노래에 맞춰 기승전결이 있고 패턴이 있기 때문에 그 흐름을 파악하면 조명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현장감을 느끼게 하려고 저속 셔터를 활용하는 편이에요. 관객들의 움직임이나 뮤지션들의 퍼포먼스를 좀 더 역동적으로 담을 수 있죠. 완전히 색 다른 사진을 찍을 땐 카메라를 삼각대에 올려두고 장노출로 찍을 때도 있어요. 그리고 로우앵글을 많이 활용해요. 밑에서 찍으면 좀 더 다이내믹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어요.

 

본인만의 사진 철학이 있다면?

찍지 말아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선 저의 촬영이 우선이 아니라 아티스트와 관객의 호흡, 그들의 감정선을 깨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은 공연하는 사람과 관객을 방해하지 않고 촬영할 방법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현재 어떤 카메라를 쓰나요?

니콘 D5, D750, D500 이렇게 씁니다. 원래 캐논을 썼는데 외국 공연 포토그래퍼들 대부분이 니콘을 쓰는 걸 보고 니콘으로 넘어 왔어요. 니콘이 빠르고 초점도 잘 맞고 좋은데 공연 사진에서 라이브 뷰를 쓸 때 초점을 잘 못 잡더라고요. 그래서 놓친 사진이 많았어요. 최근에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했는데 이런 상황에선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그래서 미러리스 카메라를 추가로 들일까 고민 중이에요.

 

앞으로의 사진 작업은?

요즘에 공연 사진이랑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진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매번 움직이고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을 찍다 보니 내가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풍경이나 정물 사진을 찍고 싶어요.

올해 초 아이슬란드에 다녀왔었어요. 일반적인 풍경과는 다른 모습에 정말 좋았죠. 그런데 날씨를 제 맘대로 컨트롤 할 수 없으니 풍경 사진도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꽃과 같은 피사체를 매크로 렌즈를 활용해 디테일하게 작업을 하려고 구상 중이에요. 항상 북적이면서 정신없고 시끄러운 곳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이제 조용한 환경에서 개인적인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포토그래퍼로 기억되고 싶은가.

포토그래퍼들 사이에서 유명한 사진가보다는 뮤지션들이 기억하는 사진가가 되고 싶어요. 뮤지션들이 제 사진을 기억해 주고, 또 그 팬들도 좋아하는 포토그래퍼요.

이상민 기자  esang_vdcm@naver.com

<저작권자 © 월간VDC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상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