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사진은 한 도시의 정서를 담고 있다. 고층 아파트들이 내뿜는 조명으로, 해 지는 모습과 일렁이는 불빛으로 도시를 장식한다. 이들 뒤에는 보이지 않는 기다림의 미학이 있다. 손정천 작가의 야경 사진은 화려하면서도 깊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고, 현재는 올림푸스 소속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는 손정천 작가와 야간 촬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진행 | 김유미 기자

 

 

대학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사진을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신혼여행을 싱가포르로 갔었다. 그때 처음으로 올림푸스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는데 사진이 만족스럽게 나왔다. 날씨와 장소가 좋았던 것도 있지만, 카메라에 대한 기억이 좋았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올림푸스 카메라를 사용했고, 아이들 셋을 꾸준히 담았다. 그렇게 아이들을 찍다가 SLR 클럽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진 분야를 접하게 되었다. 접사, 가족, 스냅, 제품 사진 분야에 이어 현재는 타임랩스, 야경, 천체 사진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업물 중 특히 야간, 타임랩스, 궤적 사진이 눈에 띈다. 간결하면서도 이상적인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소수보다 대중을 위한 사진을 찍는 편이다. 예술 사진의 경우 작가 만족이 더 클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예술 사진, 상업 사진 모두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사진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깔끔하면서도 그들이 선호하는 색감의 사진을 촬영하게 된 것 같다.

 

 

특별히 이 촬영 분야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나? 
박경균 작가의 권유로 타임 랩스 촬영 분야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후 날씨가 좋으면 산을 탔고, 촬영을 했다. 타임 랩스는 결과적으로 영상이지만 사진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야경 사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분야가 분야인지라 평소 날씨와 장소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날씨는 좋으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서울에서 야경을 찍는다면 장소는 거의 정해져 있다. 산 아니면 이미 알려진 촬영 포인트다. 산으로 가면 한 번에 보통 카메라 네 대, 삼각대 네 개, 렌즈 여섯 개를 가지고 올라가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도 산마다 각각 일출과 일몰 풍경이 다르고, 해의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새로움이 있다. 산을 지속적으로 찾는 것도 이런 이유다.


추구하는 촬영 시간대는 언제인가? 
일출 아니면 일몰 시간대를 추구한다. 일출 촬영은 해 뜨기 1시간 전, 일몰 촬영은 해 지기 1시간 전에 도착하는 편이다.
 

 

유명 랜드마크, 인기가 많은 촬영 장소에서 촬영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주간과는 다르게 야간 촬영 시에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원활한 야간 도심 촬영을 위해 사전에 준비해야 할 사항은 어떤 것이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삼각대다. 산에 올라가면 바람이 아래와는 다르다. 아래에서 약간의 바람이 분다고 하면 위에서는 강한 바람이 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인왕산에서 촬영할 때 삼각대가 바람에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요즘은 대부분의 카메라가 화질이 좋기 때문에 야경 사진에서 조금이라도 선명하지 않았다는 건 흔들렸다는 증거다. 튼튼한 삼각대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다음은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다. 산은 어둡고 위험한 곳이 많다. 밧줄을 잡고 암벽 등산해야 하는 산들도 있다. 안전을 위해 머리에 쓰는 헤드라이트를 챙기거나 기타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이 좋다. 옷은 아무리 여름이라고 해도 긴 팔은 챙겨야 하고, 가을이면 경량 패딩 정도는 챙겨야 한다.


초보자가 야간 도심 촬영을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감도는 최저 감도를 유지한다. 야경 사진은 장노출로 촬영되기 때문에 ISO 100에서 200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조리개는 자신이 가진 바디와 렌즈 내에서 회절 현상이 생기지 않는 선에서 최고의 화질을 얻을 수 있는 값으로 설정한다. 올림푸스 기준으로는 F8이다. 타사의 경우에는 F16, F18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RAW 파일로 촬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야경 사진은 50%가 찍는 거라면 50%는 보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암부는 올리고, 명부는 낮추고, 색은 화려하게 살려야 하는 등 계조가 깨지지 않으려면 RAW 촬영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추가로 릴리즈를 사용하거나 지연 촬영을 사용하면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작업 과정에서 얻은 야간 사진 촬영 팁이 있다면? 
야경 사진은 날씨가 변수다. 아무리 좋은 장비, 좋은 사진가가 있어도 날씨가 좋지 못하면 아무것도 찍지 못한다. 이렇기 때문에 날씨를 파악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촬영을 나서기 전 날씨 앱과 기상청 홈페이지를 통해 시정거리, 구름, 풍향, 해의 각도, 습도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풍향에 따라 미세먼지가 많기도, 황사가 밀려오기도 하므로 잘 살펴야 한다. 기상청 예보를 가까이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일상 촬영에서 망원 렌즈를 주로 사용한다고 들었다. 야간 도심 촬영에서도 망원 렌즈를 즐겨 사용하는 편인가? 
야경 촬영은보통 광각에 놓고 찍지만 망원으로 찍을 때도 있다. 망원은 사진이 압축되어 보이기 때문에 도시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 때때로 선호한다. 색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현재 어떤 장비를 사용하는가? 
올림푸스 OM-D E-M1 Mark ll, PEN-F를 사용한다. 렌즈는 M.ZUIKO DIGITAL ED 12mm F2.0을 주로 사용하는데 작은 크기임에도 화질이 뛰어나다. 특히, 주변부 화질이 뛰어나 야경 사진 촬영 시 선호하는 편이다. 
 

 

 

미러리스 카메라 내에서 촬영을 도울 기능들을 소개한다면. 
별 궤적 사진은 수백 장 찍어서 프로그램으로 합성하거나 포토샵으로 액션을 걸어서 합성하는 방법이다. 이때 올림푸스 라이브 컴포지트 기능을 사용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별 궤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라이브로 보여주고, 전체가 밝아질 수 있는 장면에서 노출 오버된 부분만 나중에 합성해 주어 빠르고 편리하게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기능이다. 이밖에 고해상도 촬영 모드가 있다. 센서가 1/2픽셀로 8번 움직이고, 그 후 한 장으로 합성을 해 주는 기능인데, RAW 파일로도 촬영할 수 있어 즐겨 찾는 기능이다.


마지막으로 도시 야경 촬영을 즐기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다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산에 오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같은 곳을 찍는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과의 유대 관계라고 생각한다. 세팅 후 돌산에 누워 찬바람을 만끽하는 일도 좋다. 촬영할 때 누군가 함께 하는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

손정천 작가

2014 아시아 오세아니아 사진전 입상 
2016 올림푸스 글로벌 콘테스트 사진전 입상 
현 뉴욕주립대 송도 캠퍼스 및 유타 대학교 포토그래퍼 
현 게티 이미지 사진 스톡 작가 
현 게티 이미지 타임랩스 스톡 작가 
현 올림푸스한국 공식 작가

 

저작권자 © VDC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