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 월터는 누구보다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상상’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꿈꾸고 그 누구도 겪은 적 없는 특별한 순간을 맞이하게 되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일상을 사는 우리도 ‘월터’처럼 상상을 통해 특별함을 꿈꾸곤 한다.

실제로 이런 상상을 디지털 이미지로 실현하는 사진작가가 있다. 상상 속 이미지를 디지털 합성을 통해 구현하는 정기수 작가가 그 주인공인데, 그는 포토샵이 탄생한 초창기부터 꾸준히 작업해 온 디지털 아트 사진작가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디지털 아트 사진작가 정기수를 만났다.

 

진행 이상민 기자 사진 정기수

 

정기수 (Jung, Kisoo)

Exhibitions

2004 서울 국제 사진 영상 기자재전 & 디지털 영상전 초대작가 (서울, 코엑스)

2004 One Digital Day - 일상 꿈 기억 展 / 인텔 / 공모전 초대작가 (서울, 라메르)

2005 갤러리 스케이프 기획 초대작가 (서울, 갤러리스케이프)

2006 비쥬얼아트센터 보다 개인전 (서울, 보다포토갤러리)

2006 갤러리 진선 Collage전 (서울, 갤러리진선)

2007 <Style impact> 서울단체전 (서울, 더 스페이스)

2012 충무로 사진 페스티발 초대작가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2012 '3人의 視線 - 바다와 자화상' 초대작가 (서울, 인사동 본 갤러리)

2016 비엔토 단체전 “ Puzzle 새로운 시작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

 

Career

현) VIENTO 소속작가

현) V1 스튜디오 Photo Director

현) 소니 알파 아카데미 실장

전) 비쥬얼아트센터 보다아카데미 실장

전) 백제예술대학교 사진학과 출강

전)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학과 출강

전) ARC 스튜디오 Photo Director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진으로 디지털 아트 작업을 하는 정기수라고 합니다. 포토샵을 통해 디지털 아트 작업을 20년 가까이 하고 있고 그 외에 풍경 사진도 촬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니 아카데미에서 5년 넘게 사진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강단이나 다른 업체에서 포토샵이나, 사진 이론 등을 12년 정도 강의도 하고 있고요. 다른 강사들과 다르게 텍스트 위주의 강의보다는 실제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는 방식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시작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한 건 30살 즈음이였던 거 같아요. 사진을 좀 늦게 시작한 편이죠. 부모님이 사진관을 운영했어요. 그래서 사진을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접해와서 그 쪽 일을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디자인 관련 회사에 다녔어요. 회사에 다니다 보니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었어요. 가장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생각을 해보니 저에겐 익숙했던 사진이 답이었죠. 틈틈이 디지털 아트 작업을 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저 스스로 놀랐어요. 반응이 이렇게 폭발적일 줄 몰랐거든요. 디지털 아트를 17년 전에 봤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얼마나 새롭겠어요. 이후 큰 전시회에 유명한 작가들과 함께 초대를 받아 전시하게 되고 많은 사진 공모전에 수상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고 본격적으로 파인아트 작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Gravitation(중력)’ 시리즈
‘Gravitation(중력)’ 시리즈

그때 당시 디지털 아트 사진의 장르가 생소했을 텐데요?

90년대 중 후반에 디지털 아트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했지만, 해외에서는 많이 보급되어있는 장르였어요. 일반적인 풍경 사진이나 흔히 달력에서 볼 수 있는 사진들은 이미 포화 상태였고, 그걸 뛰어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예전부터 해 보고 싶었던 디지털 아트라는 장르를 시작했죠. 그런데 처음에는 욕을 엄청 많이 먹었어요. 일반적인 사진만 접했던 사람들이 내 사진은 사진이 아니라고 생각을 한 거죠. 당시 사람들은 합성이나 보정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이었어요. 대표적인 예로 제가 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사진 협회 측에서 ‘사진 같지 않다’는 이유로 저를 탈락시킨 일이 있었어요. 사전에 합성이나 포토샵은 안된다는 규정이 없었음에도 말이죠. 결국에는 항의를 해서 다시 대상을 받았지만, 초창기에는 이런 비슷한 일들이 비일비재했어요. 왜냐하면 한국에는 디지털 아트라는 장르가 생소했으니 전통적인 사진을 중시한 우리나라 사진 문화에서는 거부감이 든 거죠.

 

풍경 사진도 많이 찍으시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디지털 아트 작업을 할 때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면 촬영에 앞서 아이디어를 스케치나 글로 정리를 한 후 촬영을 해요. 필요한 배경도 생각하고요. 그렇게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멋진 장소를 찾게 되고 간 김에 풍경 사진도 찍게 되는 거죠. 풍경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제가 풍경 사진작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있고요. 예전에는 풍경 사진에 자신이 없었는데 많이 찍다 보니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자랑 같지만 많은 사람과 같은 장소에서 최고의 풍경 사진을 뽑으라면 자신 있어요. 많이 찍다 보니 저만의 노하우가 쌓이고 용기가 생겼어요. 여담으로 최근에 저에게 ‘날씨의 요정’이 라는 별명이 생겼어요. 최근 5년 정도 비가 오거나 흐린 날도 제가 도착하는 순간 신기하게도 날이 좋아지는 거죠. 그러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날씨의 요정'이라는 별명을 지어준거죠.

본인만의 풍경 사진 노하우가 있다면?

많은 사람이 광각 렌즈로 풍경을 모두 담으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풍경 사진을 찍을 때 망원 렌즈를 주로 사용해요. 시야가 좁혀진 상태로 프레임을 구성하는 거죠. 정갈하고 정돈된 풍경 사진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렇게 시야가 좁혀진 상태로 촬영을 하니 남들이 보는 시각과 다른 저만의 시각으로 촬영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이렇게 되기까지 ‘사진적 눈’을 기르기 위해 많이 훈련했어요. 유명하진 않지만 정말 좋은 사진을 찍는 해외 사진작가들도 많이 찾아보는 편이고요.

사진 촬영을 위해 가본 곳 중 매력적인 장소를 꼽자면?

개인적으로 일본의 훗카이도를 간 적이 있는데 눈이 부시도록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훗카이도는 일반적인 관광지 같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되고 있어요. 겨울의 설경이 가장 아름답지만, 사계절 각각의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매년 3회씩은 찾는 거 같아요.

 

디지털 아트라는 장르가 조금 생소합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디지털 아트 사진은 내가 상상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작업입니다. 어떻게 보면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내가 머릿속에 갖고 있던 상상력을 사진으로 풀어내는 과정이죠. 예전에는 회화나 조형 등으로 이런 점을 표현했다면 현재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화된 이미지를 합성을 통해서 실현하는 거죠. 최근에는 이런 디지털 아트 사진이 많아졌어요. 제가 포토샵 합성 수업을 하는데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사진을 오랫동안 찍으면 표현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합성이라는 하나의 수단을 통해 표현 영역을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거죠.

 

디지털 아트 사진의 작업 과정은?

저는 디지털 아트에 들어가는 이미지를 다 직접 촬영을 해요. 먼저 기본 배경이 되는 이미지를 찾아서 찍고 거기에 맞는 여러 소스를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장 촬영해 포토샵의 레이어 마스크를 이용해 합성해요. 하나의 사진이 탄생이 되려면 촬영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보통 촬영과 작업시간은 1~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Law of gravitation(만유인력의 법칙)
’Law of gravitation(만유인력의 법칙)

대표적인 디지털 아트 사진이 있다면?

달이 지구를 유영하는 이미지를 형상화한 ‘Gravitation(중력)’ 시리즈를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작업하고 있고, 최근에는 ’Law of gravitation(만유인력의 법칙)’ 시리즈를 작업하고 있어요. Law of gravitation은 지구 주변에 고철이 된 인공위성들이 더 강력해진 중력으로 인해 지구로 떨어지는 장면을 연출한 시리즈입니다.

구겨진 종이를 산으로 형상화해 만드는 종이산 프로젝트라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의 작업 방식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종이를 건네고 구겨진 채로 돌려 받아요. 이런 구겨진 종이들이 각각 다양한 형태의 산이 되고 종이를 구긴 사람의 이름이 작품명이 되는 거예요. 한 50명 정도를 생각하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내년이나 내 후년에 프로젝트를 완성할 생각이에요.

 

디지털 아트 작업이 전하는 메시지가 궁금합니다.

사진마다 해석이 다르겠지만 큰 틀로 보면 지구와 환경에 대한 메시지예요. 지구를 괴롭히는 요소들이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대한 경고나 경각심을 주는 거죠.

 

영감을 어디서 얻나요?

예전에는 꿈을 꾸면 그 기억을 기록했어요. 그래서 그걸 기반으로 작업을 했어요. 지금은 저의 기억들을 주제로 제가 상상한 장면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여러 소스를 찾아요.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나요?

폐허가 된 마을에 아이가 서 있고 그 옆에 큰 인형이 서 있는 사진 작업이 있는데 사진 속 아이가 제 아들이에요. 이 사진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제가 사진에 빠져 있을 당시 여러 문제가 겹쳐 아들 옆에 있을 시간이 없었어요. 풍요롭지도 못했고요. 현재는 장성했지만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아들을 위한 작품을 만든 거죠. 옆에 서있는 인형은 제가 부재했을 때 대신 아이를 지켜주는 수호신인 거죠.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지켜주고픈 제 마음이 반영된 작품입니다. 지금은 아들과 단둘이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서로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있어 내심 뿌듯합니다.

 

사진의 매력은?

저는 사진 찍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지금도 어디를 가든지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녀요. 대부분의 사진가가 그러겠지만 사진을 찍는 과정이 좋아요. 사진을 찍으러 가서 마주한 풍경을 보고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사진은 기억에 대한 기록이잖아요. 10년 뒤에 내가 갔던 장소를 제가 기억은 하고 있지만 제 기억 속에서는 점점 사라지죠. 하지만 사진은 10년 뒤에도 희미해진 기억을 다시볼 수 있는 기록으로 남길 수 있죠. 저희 집안이 사진관을 해서 다른 사람보다 많은 게 하나 있어요. 바로 앨범이에요. 제가 가족과 주변 지인을 찍어서 모은 앨범만 4권이 넘어요. 저는 이 앨범들이 저의 가장 큰 보물이고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기억에 대한 기록, 그게 사진의 매력이죠.

 

본인만의 사진 철학이 있다면?

순수하게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공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소수의 사람이 자신들의 사진 세계를 구축하고 벽을 쌓아서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기보단 편견 없이 사진적인 교류를 했으면 해요. 특히 우리나라가 사진 문화가 보수적이라 생각하는데 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만나다 보면 한국의 사진 문화가 워낙 보수적이다 보니 거기에 들어갈 틈이 없다고 해요. 틈을 내어주고 벽을 허문다면 아마추어든 전문 사진작가든 누구나 와서 사진을 즐기고 타인의 작품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죠. 그러다 보면 우리나라도 매그넘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가 탄생하지 않을까요?

촬영 장비가 궁금합니다.

카메라는 소니 a7R III를 주력으로 쓰고 있고 렌즈는 FE 100-400mm F4.5-5.6 GM OSS, FE 16-35mm F2.8 GM, Sonnar T* FE 55mm F1.8 ZA 렌즈를 사용해요. 대형 인화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고화소 카메라를 선호하는데, 소니 a7R III는 저에게 안성맞춤이죠. 특히 Sonnar T* FE 55mm F1.8 ZA는 제가 선호하는 화각이기도 하고, 휴대가 편해 어디서든 촬영할 수 있어서 자주 사용하는 편이죠. 서브 카메라로는 RX100 VI를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써 볼 요량이었는데 나중에 촬영한 이미지를 보정하면서 상상 이상으로 사진 퀄리티가 뛰어나서 항상 들고 다녀요.

 

소니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와 장점은?

가장 좋은 것은 DR(Dynamic Range)이에요. 다른 카메라에 비해서 상당히 뛰어나죠. 저에겐 이런 계조 표현력이 상당히 중요한데 소니 3세대 카메라는 15스탑까지 복원이 가능해요. 가령 눈으로 볼 땐 블랙으로 보이는 사진도 후보정을 통해 충분히 살릴 수 있어요. 제가 눈에 보이는 장면을 그대로 연출할 수 있게 된 거죠. 사진을 찍다 보면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르게 표현되는 점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데 그런 점을 a7R III가 해결해 준 셈이죠. 소니 풀 프레임 미러리스가 3세대로 접어들면서 이런 암부 복원력이나 기술력이 확실히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앞으로의 사진 작업이 궁금합니다.

꾸준히 하는 작업들을 이어나갈 생각이고, 최근 작업 중인 Law of gravitation(만유인력의 법칙) 시리즈에 인물 사진을 더하는 작업도 하고 있어요. 이 작업은 인물 사진 전문 작가와 협업을 통해 진행하고 있고요. 또한 강의를 하면서 저의 노하우를 모두 전하고 싶어요. 다음 달에는 후지산을 가는데 여러 사람을 초청해 함께 가요. 이렇게 제가 봤던 장면과 기억하고 싶은 장면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저 혼자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니깐요. 사진을 함께 공유하면서 발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포토그래퍼로 기억되고 싶은지요.

‘사진을 좋아하는 작가’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도 그렇지만 저를 봤을 때 ‘저 사람은 사진을 정말 좋아하나 봐’, ‘사진에 미쳤나 봐’ 할 정도로 그냥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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