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똑, 까똑. “○○아 잘지내고 있나? 뭐하고 지내노?” 오랜만에 친구의 문자를 받았다. 그러면 안되지만 습관적으로 카톡 프로필을 살펴본다. 역시나가 역시나다. 내 나이대 들어 오랜만에 연락오는 경우는 십중팔구가 같은 이야기다. “나 결혼한다.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 분명 좋은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맘이 썩 기쁘기만 한 건 아닌 것이 마음의 여유가 많이 없는 탓인가 보다. 이번 커플은 각자 새내기 때 내가 챙겨줬던 이들이라 뭔가 더 신기하고, 생각이 많아졌다. 복잡한 생각도 내려놓을 겸, 기분 전환 겸 X 올림푸스 PEN E-PL9과 함께 가까운 인천을 찾았다. 
글·사진 | 유민호 기자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길
김천에서 태어난 남자, 그리고 포항에서 태어난 여자가 천안에서 만나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 둘을 각각 알다 지금은 서울에 올라온 내가 멀리서 그 소식을 듣는다. 어떻게 두 사람이 알게 된 것인지 세 사람이 한 번에 다 모인 적은 없어서 모른다. 다만 두 사람 다 내게 있어서는 특별한 사람들이라 이번에 들려온 소식이 갑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둘을 각각 만났던 20대 초반부터 나는 관계에 대한 가치관만은 뚜렷했다. 고집했던 것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내 가치관에 있어서 ‘판단’을 하지 않는 사람을 만날 것, 그리고 본인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사람을 만날 것. 그 당시에 이런 생각에 딱 맞았던 것이 그 두 사람이었다. 두 말 할 것 없이 가까워졌고, 맘이 통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이런 사람들인가 싶었던 날들이었다. 
함부로 대상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온전히 그대로를 담아낼 수 있는 화각과 카메라라는 점에서 오늘 가지고 나온 올림푸스 PEN E-PL9과 M.Zuiko Digital 25mm F1.8 렌즈를 선택한 것과도 같은 가치 선택이 들어갔을 지도 모르겠다. 다른 카메라들도 많지만 자연스러운 사용감과 작은 크기가 맘에 들어 가볍게 주머니에 넣고 떠날 수 있었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시도
절친들의 좋은 소식에 왜 내가 맘이 적적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만 지금 이렇게 멈춰서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원인이었다. 딱히 누가 그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이맘때의 생각이 그렇다. 대다수가 변화를 맞는 시기에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라고 할까. 이럴 때 내가 선택하는 방법은 평소와 다른 분위기, 가보지 않은 장소에 스스로를 넣어보는 것이다. 여행 장소로 택한 인천의 월미도 테마파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봤지만 한 번도 가보지는 않았던 곳이었다. 최근 본 <박화영>, <미쓰백> 이라는 영화에서 일부 보긴 했지만 내가 과연 저길 가볼 일이 있을까 싶다가 이번 여행지 선택 때 문득 생각이 났다. 


그냥 나가는 게 아쉬워 들었던 카메라도 이런 기분 전환의 일환이었다. 큰 덩치의 DSLR 카메라로 망원으로 인물을 담는데 익숙한 내게, 한 손에 들어오는 올림푸스 미러리스와 광각 렌즈의 조합은 충분히 신선했다. 순간순간을 담아내는 게 이렇게 쉽게 되는 일이었나? 오랜만에 가볍게 시작한 여행이 마음을 가볍게 하는 시작이 됐다.


몸도 맘도 편한 여행 끝에 내린 답
굳이 가서 놀이기구를 타거나, 먹으러 돌아다니거나 하지 않아도 그 상황과 분위기에 섞여있으면 기분 전환이 되는 이런 여행이 나만의 묘한 힐링 레시피다. 여느 기분 전환 여행과 마찬가지로 순간순간 지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맘에 체증이 됐던, 멈춰있던 나에 대한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멀리서 스스로를 생각해본다. ‘상대적으로 남은 하고 있지만 내가 하고 있지 않은 것’, ‘그들은 선택했지만 나는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굳이 묶여 있을 필요는 없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내린 나의 답은 그것이었다. 조금은 마음의 무게를 덜고 메시지를 보내본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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