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거리 상점의 스피커에서는 연일 한일월드컵의 응원가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또 한 곡. 바로 밴드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당시 이어폰에서 연일 흘러나왔던 그 음악의 주인공을 직접 만났다. 바로 체리필터의 드러머 손스타를 만났다.
글 | 김범무 기자
사진 | 손스타 작가
드러머 손스타
손스타는 올해로 1 8년째를 맞이하는 장수밴드 체리필터의 드러머이자 래퍼다. 대한민국의 밴드 역사를 통틀어 이렇게 오랫동안 동일한 멤버를 유지한 밴드를 흔치 않다고 한다. 다들 중간에 멤버가 교체되거나 해체됐다.

체리필터는 국내 음악평론가들 사이에서 평이 높은 밴드다. 보컬의 독특한 음색과 가창력이 있어 곡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음반을 낼 때 마다 완성도가 더욱 높아진다는 평도 받고 있다.

드러머 손스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그는 한창 새로운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 때가 벌써 2013년 9월이었으니 벌써 9개월 전이다. 기자를 만나기도 전부터 준비를 했다고 하니 거진 일년 동안 음반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셈이다.

“앨범은 아마 6월 정도에 나오지 않을까 해요. 원래 계획은 그게 아니었는데, 완벽을 기하려고 하다 보니 늦어지고 있습니다. 말이 그렇지 1년 동안 매일 같은 노래를 듣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어휴~! 이번 앨범은 정규는 아니고 싱글이 될 거에요. 노래는 많이 만들어 놨는데, 최근에는 앨범의 의미가 많이 없어져서 싱글로 부지런하게 발표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템포를 조금 더 빨리 해야지요.”

레드불의 날개를 달았다

밴드의 드러머로써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이지만 그 못지않게 많은 열정을 쏟는 분야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사진이다.


손스타는 레드불(Redbull)의 전속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다. 레드불은 오스트리아의 에너지 드링크 제조사다. 레드불은 ‘레드불이 날개를 펼쳐줘요’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익스트림 스포츠, 서브컬쳐 등을 지원하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레드불이 국내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을 사진으로 담는 이가 바로 손스타다.


“레드불과의 인연은 레드불 코리아에서 제가 촬영한 사진을 보고 연락해 오면서 시작되었어요. 함께 작업을 해보지 않겠냐고 요청이 왔는데, 오퍼(Offer,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일정조건을 제시하는 일종의 매매계약) 없이 제가 먼저 작업을 해서 보냈어요. 재미있더라고요. 사진 찍는 사람들은 항상 피사체에 목말라 하잖아요. 레드불에서 진행하는 활동은 흔히 만날 수 없는 모습이고, 그 것을 멋지게 찍을 수 있으니 일을 수락하게 되었지요.”


레드불이 지원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촬영하면서 그는 일반적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환경을 접하게 됐다.


“베이스점프를 촬영할 때였어요. 한국에 방문한 척 버리(Chuck Berry) 선수가 점프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함께 경비행기를 타고 양양 상공에 올랐습니다. 밧줄로 의자에 몸을 묶고 촬영을 했죠. 하늘이 어떤가 싶어서 비행기의 한쪽 문을 덮고 있던 덮개를 젖혔는데 순간 바람이 불면서 카메라의 스트랩이 빨려나갈 듯 펄럭거리는 거에요. 엄청난 곳에 올라왔구나 싶었어요. 몇 천 번을 점프했을 척 버리 선수도 옆에서 수없이 스스로를 격려하더라고요. 치밀하게 계산하고 뛰는 것이라 해도 두렵고 위험한 것은 동일한 것이지요. 점프를 할 때마다 그의 곁에는 죽음이 가까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는 것 자체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렇듯 목숨을 걸고 익스트림 스포츠에 뛰어드는 이들을 가장 멋진 모습으로 담기 위해 손스타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물론, 그들이 하는 스포츠에 대해 공부한다. 카메라를 자신의 몸처럼 다루기 위해 연습하는 것도 잃어버리지 않는다. 그의 손에는 매일같이 카메라가 들려있다고 한다.


“숙련이 되지 않으면 속도가 나오지 않거든요. 카메라를 제 몸 다루듯 다루지 않으면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것을 순간적으로 표현해 내기가 어렵습니다. 촬영 환경은 결코 저를 배려하지 않습니다. 레드불이 주최한 경기에 참가한 이들은 그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사진 찍자고 ‘잠깐만요’ 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경기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기술과 룰을 숙지합니다. 그 쪽 박사가 돼야 해요. 사진적으로 봤을 때 멋진 장면도 그 분야 사람이 보면 실패한 기술일 수 있거든요. 제가 기술을 모르면 사진이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죠.”


찰나에 지나가는 상황을 담아내기 위해 그는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장비의 구성도 교체했다. 그는 지금까지 단초점 렌즈를 주로 사용했다. 그러나 레드불의 전속 포토그래퍼가 된 이후로 줌 렌즈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렌즈의 속도가 피사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거에요. 그래서 줌렌즈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단렌즈가 더 높은 효현력을 갖춘 것을 알고 있지만, 급하게 변하는 환경에 대처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삼총사(광각, 표준, 망원에 이르는 세 종류의 고정조리개 줌렌즈를 의미한다.) 렌즈를 구입하고 바디 두 개에 각각의 렌즈를 장착해 사용했습니다. 차라리 렌즈를 갈아 끼우느니 다른 호흡을 찾아내자는 것이지요.”


이렇게 열정을 다해 촬영한 사진은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레드불 스리랑카에서는 손스타가 촬영한 ‘레드불 F1 쇼런 인 코리아’ 사진을 보고 그에게 촬영을 의뢰했다.


“제게 온 메일을 보고 처음에는 거짓말인줄 알았어요. 음반 녹음 중이었지만 멤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스리랑카로 갔죠.”


그곳에서 그는 다이엘 리카르도(Daniel Rcciardo)가 운전하는 레드불 F1 카의 쇼런을 촬영했다. 또한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공간에서 레드불 F1 카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드라이버를 2일동안 쫓으며 그의 일상을 담는 작업도 진행했다.


“촬영기간 내내 비가 와서 비를 맞으며 작업했습니다. 드라이버와 일주일 동안 같이 지내니 그 분야에 대해서 해박해 진다고 해야 하나. 드라이버는 운전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구나, 레이스가 시작하기 전에 수많은 시간을 준비하고 체크하고 하는구나. 한 번의 쇼런을 위해 스텝들이 엄청나게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멋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촬영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그들을 더 멋지게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레드불 전속 포토그래퍼로 처음 촬영을 시작했을 때에는 그는 밴드 드러머라는 이력과 튀는 외모 때문에 선수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경기 참가 횟수가 늘어나고, 함께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는 어느덧 익스트림 스포츠, 서브컬처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은…

그가 포토그래퍼로써 익스트림 스포츠만 촬영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그는 사진작과 오중석과 함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장수사진 행사에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의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행사에도 그의 재능을 기부했다.


“거창한 대의명분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시작할 당시에는 사명감 같은 것은 없었지요. 하지만 작업을 더해가다 보니 마음이 바뀌더라고요. 지금까지 사진을 찍을 기회가 많지 않았던 분들에게 사진을 드렸을 때 굉장히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계속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다문화 가정을 촬영할 때에는 그의 마음은 그렇게 편하지 않았다. 촬영을 더해갈수록 그의 생각은 더욱더 깊어졌다.


“다문화가정 촬영을 하다 보니 이러한 가정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족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생각할 때 다문화가정 하면 서로 다른 외모를 떠올리게 되는데, 일본 중국에서 온 분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경우에는 외모는 큰 차이가 없거든요. 그럼에도 그 가정 안에는 문화적인 차이가 분명히 있어요. 그러한 과정 속에서 가정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됐지요.”


다양한 분야에서 포토그래퍼로써 인정받고 있는 그이지만, 촬영하고 싶어도 촬영하지 못해 안타까운 이들이 있다고 한다. 바로 체리필터의 멤버들이다.


“멤버들이 사진 찍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니까 일상적인 모습을 담아서 사용하고 싶은데 그게 안되죠. 가까운 사이라서 오히려 더 힘들어요. 대신 공연을 할 때 멤버를 촬영합니다. 한 곡이 끝나고 나면 뒤에서 한 컷, 옆이 있는 멤버도 한 컷 그러고 나서 곡이 시작하면 카메라를 내려놓고 다음 곡을 연주하지요. 이렇게 촬영한 사진이 꽤 있어요. 이러한 사진의 가치를 떠나서 그 나름대로의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처음 그를 만나 자신을 가리키는 말 중에 무엇이 가장 마음에 드냐는 질문을 했을 때 그는 ‘드러머’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사진에 대해 이야기 하는 그의 모습은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있을 때 그의 모습 못지않게 행복해 보였다.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사진전시가 있냐고 물으니 아직은 비밀이라고 대답하는 그. 그러나 그 말 속에는 언젠가는 전시를 열 것이라는 의지가 분명히 담겨있었다. 그 때 그가 공개할 사진이 어떠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손스타


록밴드 체리필터(Cherryfilter)의 드러머 겸 래퍼. 동시에 레드불(Redbull)의 공식 포토그래퍼로 익스트림 스포츠와 서브컬쳐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사진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는 www.son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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