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든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것을 이루지는 못한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버킷리스트의 실천이 더욱 돋보이는 작가가 있다. 평범한 주부였지만 본인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사진 생활을 시작한 그녀. 현재는 사진 갤러리이자 카페 ‘필트레’의 운영하면서 소소한 꿈을 실천해 나가고 있는 김정연 사진작가를 만나봤다.
인터뷰 진행 | 강미선 기자

 

ⓒ 김정연
ⓒ 김정연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정연이라고 합니다. 현재 갤러리 카페 ‘필트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사진에 대한 관심은 있었는데, 당시에 바로 시작하진 못했었어요. 평범한 주부로 살다 보니 어느덧 제 자신을 찾고 싶어졌어요. 흔히 버킷리스트라고 부르죠? 인생에서 한 번쯤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적는 목록 말이에요. 제 인생의 버킷리스트 1위는 그림이었고 2위는 사진이었어요. 2014년 이맘때 즈음 한양대 아카데미를 다니게 됐죠. 다시 사진 공부를 시작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김정연 작가가 만든 작품을 필트레에 전시한 모습
김정연 작가가 만든 작품을 필트레에 전시한 모습

버킷리스트 1순위가 사진이 아닌 그림이라고 하셨는데요, 왜 그림을 두고 2순위인 사진을 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사진을 시작하기 전에 직업적으로 도자기에 그림 그리는 일을 했었어요. 도자기에 그리는 그림들은 창작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사진을 모티브로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정확히는 세밀 묘사라고 하죠. 사진을 보고 도자기에 똑같이 그려 넣었어요. 종이에만 세밀 묘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도자기에도 똑같이 그릴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찍은 사진을 그리고 싶어졌어요. 또,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이면 저작권 문제도 없고요(웃음). 거창한 이유는 없었고요 그냥 제가 찍은 사진과 찍은 사진을 그린 도자기를 같이 놓고 전시하고 싶다라는 바람으로 사진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게 잘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 김정연
ⓒ 김정연

주로 어떤 사진을 찍으시는지 궁금합니다.
디자인적 요소가 담긴 사진을 촬영하려고 노력해요. 유명한 곳에 가서 찍는 풍경 사진은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들이 찍지 않는, 나만의 피사체를 찾아요. 벚꽃을 찍으러 가도 꽃의 단면을 본다든지,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찍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며 촬영하고 있습니다.

 

카페 필트레도 운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필트레는 어떤 공간인가요?
필트레는 프랑스어로 드립 커피라는 뜻이에요. 또 한편으로 저에게는 카메라의 필터라는 의미도 동시에 가지고 있죠. 운영한 지는 3년이 조금 못 됐네요. 2016년 7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사진들을 전시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사진을 시작하면서 전시 공간이나 사진을 주제로 이야기를 할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꼈어요. 그 공간이 필트레가 된 거죠. 그렇다고 완전한 전문 갤러리 카페는 아니에요.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의 놀이터’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카페 필트레에 전시된 이정희 작가의 작품들
카페 필트레에 전시된 이정희 작가의 작품들

필트레에 전시되는 작품들의 선정 기준이 따로 있으신가요?
사진의 마무리는 찍은 사진을 출력·인화해서 보거나 전시하는 것이라고 배웠어 요. 하지만 모든 그림을 액자로 만들어서 전시를 하기에 일반인은 부담스럽기 마련이죠. A4 용지든, A3용지든 어떤 식으로 전시하든 간에 본인의 색깔이 있고, 독창적이라면 자유롭게 전시하도록 하고 있어요. 아직은 전문적인 갤러리 카페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지인들을 초대하고 있어요. 현재 전시된 작품은 이정희 작가의 작품들이고, 다음엔 VDCM 회원들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에요.


카페를 운영하면서 사진 생활을 이어가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가지를 함께 하며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으셨나요?
초창기에는 카페 운영을 하면서 동시에 사진 생활을 하려하니 사진을 찍을 기회가 부족한 것이 많이 아쉬웠어요. 많이 찍지 못하니 사진이 늘지 않아 그에서 오는 권태감도 있었죠. 그때 한양대 사진아카데미에서 인연을 맺었던 교수님이 “사회생활을 아예 안 할 수는 없다”라고 하시면서 카페 안에서 사진에 관한 일을 해보는 건 어떠냐고 권유하셨어요. 그때부터 카페 안에서 사진과 관련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어요. 주스, 액자, 도자기 등을 찍어보기도 하고 이 카페 안에서 다른 사진사분들과 소모임을 갖기도 시작했죠. ‘해랑인사’이라는 사진 모임도 있고, 포토샵을 알려주는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때로는 VDCM 아카데미 분들과 모여서 이야기하기도 해요. 카페 안에서 끊임없이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체기를 극복했던 것 같아요.

 

사진 생활과 관련해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습니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세계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국내부터 시작해서 해외까지. 카메라 들고 자유롭게 여행 다니는 게 소원이에요. 유명한 관광지들도 들러 봐야겠지만, 각 지역의 다른 면모를 찾아서 사진과 함께 글을 남기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사진을 시작하고 싶은데 잘 모르겠거나 교육을 받고 싶은데 시간이 잘 안 맞는 분들, 혹은 사진의 시작을 함께하고자 하는 분들이 필트레로 오셨으면 합니다. 저도 아마추어라 많은 것을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제가 아는 것들을 알려드리고 사진 생활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분과 함께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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