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언 디몰더의 가이드

거리 사진은 모든 사진 장르를 통틀어 가장 까다로운 장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재미있고, 보람이 큰 장르이기도 하다. 거리 사진을 찍으려면 관찰하는 능력, 그리고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피사체를 인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거리 사진은 우리 눈으로 보는 방식을 크게 바꾸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곳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어도 우리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은 계속 새로운 사람들이 메우기 때문에 매 순간 달라지게 된다. 이 새로운 사람들은 모두 생김새도 다르고, 모두 다른 곳을 향해 다른 걸음걸이와 속도로 걷고 있다. 거리에서 찍을 수 있는 것을 가장 잘 찍기 위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9. 빛에 주목하라
사진의 어원은 ‘빛을 이용해 그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사진을 보정하고 편집할 때 빛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쉽게 잊는다. 그러니 항상 빛에 관심을 가져 보자. 지금 나는 빛의 양에 주목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질과 방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이 피사체의 겉모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중요하다. 좋은 사진은 피사체를 정의하고 관심을 끌어오기 좋은 빛에 의존한다. 따라서 어떤 사진이든 바로 빛을 가장 신경 써야 한다.

나는 거리 사진을 찍을 때 흥미로운 빛이나 조명을 찾아 사진을 감상하는 사람의 시선을 사진 속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내가 찍은 사진들 중에서는 빛 자체가 피사체가 된 것이 많다. 다른 사진에서도 빛이 배경에서 또 다른 피사체를 그리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빛이 다양한 방향으로 풍부하게 비치는 장소나 조건을 찾아 보도록 하자. 사진을 찍는 대상의 3차원적 질감에 무게를 더해주는 하이라이트와 그림자를 만들 수 있다.
흥미로운 빛을 찾았다면 노출을 조절해 이 빛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설정하자. 카메라의 자동 측광 시스템이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어두운 영역을 중시하여 약간의 흥미로운 빛과 그 디테일이 날아가는 일이 꽤나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서는 곳

거리 사진을 촬영할 때에는 조명이나 피사체를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사진을 촬영하려는 위치는 얼마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내 위치를 바탕으로 얼마나 많은 빛이 피사체를 비추고, 얼마나 많은 그림자가 생기도록 할 것인지 정할 수 있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사진을 찍을 때에는 이를 잊는 경우가 매우 많다. 피사체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을 걸어다니면서 다양한 곳에서 빛이 보이는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10. 과다 노출은 하지 말자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카메라는 사진을 보기보다 조금 더 밝게 찍게 되어 있다. 그림자 부위의 디테일까지 잘 잡아내어 후면 스크린에서 사진을 잘 볼 수 있고, 사진을 인쇄했을 때에도 느낌이 잘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밝은 거리 사진은 대부분 분위기가 다소 죽는다. 나는 거리 사진을 찍을 때 내 카메라의 노출 보정을 기본적으로 -1/3EV, 만약 밝은 날이라면 -1EV로 설정하여 배경이 어둡고 피사체가 적절히 노출되도록 한다.

적절한 노출을 확보하려면 전체 화면의 밝기 범위가 아니라 피사체에 떨어지는 빛을 기준으로 노출을 진행해야 한다. 피사체를 비추는 빛과 배경을 비추는 빛 사이의 관계를 파악한 뒤, 카메라가 이를 얼마나 잘못 판독하고 노출 보정을 실시하게 될 것인지 추측해 보자. 그리고 노출도를 바꾸어 보자. ±1EV 장면이 얼마나 나아지는지 확인하면 놀라게 될 것이다.


11. 그림자를 찾아라
빛이 있다면 그림자가 있다. 당연한 사실이다. 빛이 강하면 강렬한 그림자가 나타나 화면 구성에 큰 도움을 준다. 그림자가 사진의 피사체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물리적 실체가 없는 그림자를 간과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진을 찍기 위해서 반드시 물리적 실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좋은 사진과 따분한 사진의 차이는 관찰에서 시작된다. 그러니 눈을 크게 뜨고 시각적 자극을 형성하는 요소를 찾아 보자. 그림자는 특히 흥미로운 피사체인데, 우리가 쉽게 인식할 수 있는 형상의 왜곡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길게 뻗은 패턴을 만들기도 하고, 그림자가 내려앉은 곳의 표본을 감싸기도 하기 때문이다.


12. 흥미로운 사람들과 장면을 골라라
따분하고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을 때도 물론 있지만 일반적으로 거리 사진은 흥미롭고, 이야깃거리가 많은 장면을 보여 주는 것이 목표이다. 사진작가로서 우리의 일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어떤 현실을 보여줄 것인지 고를 기회는 있다. 만약 흥미롭지 않은 사람들의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도 마찬가지로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왜 이런 사람과 장소를 보여 주는 거지? 특별한 것도 없는데”라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사진을 보여줄 때에는, 그 사람들이 사진을 보여주는 이유를 추측하기 마련이다. “이거 봐봐, 오늘 봤던 거 한 번 찍어 봤어.”

흥미로운 사람들과 장소를 찍자. 물론 모델 사진을 찍으러 파리로 가라는 소리는 아니다. 주변에서 매일같이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니 한 번 찾아보라는 뜻이다. 익숙한 장소도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찍으면 신선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에게도 주목할 만한 점이 하나씩은 존재한다. 휘날리는 머리, 멋진 모자, 펑키한 재킷, 표정이 다양한 얼굴과 드라마틱한 손 제스처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것들이 사진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사람의 행동, 각 개인을 구별해 주는 특별함이다.


13. 다가가자
사진의 목적은 자리에 없던 누군가에게 그 자리에 있었던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사진을 보는 사람을 그 곳으로 데리고 가서 그 곳에서 받을 수 있었던 느낌을 전해 주는 것이 목표라 생각한다. 이렇게 하려면 인간의 시선이 집중될 수 있는 화각을 반영하는 렌즈를 쓸 필요가 있다. 우리의 시야각은 180도 이상에 달하지만, 실제로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전면에 놓인 것들뿐이다. 모든 포맷 카메라의 표준형 렌즈면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범위이다.

개인적으로 사진의 효과가 가장 강해지고, 가장 큰 현실감이 느껴지게 하려면 표준형 렌즈 여러 종류를 사용하고, 내 스스로가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 화면에 잘 드러나도록 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진을 촬영할 때 피사체에 물리적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이를 보는 감상자도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사진작가는 바로 이러한 느낌, 이러한 연결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14. 독특한 각도를 활용하자
전 세계에서 하루에 찍히는 절대 다수의 사진은 눈 높이에서 찍힌다. 그러니 특별한 사진을 찍고 싶다면 각도를 달리 해서 찍어 보자. 카메라를 라이브 뷰로 활용한다면 훨씬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뷰파인더 사용자들도 바닥에 걸터앉아 낮은 곳에서 거리를 쳐다보며 촬영하기도 한다.
저각/고각 사진의 느낌이 신선한 것은 일반적으로는 느낄 수 없는 시선이기 때문이다. 사진 감상자들도 익숙한 장소를 시선 외의 높이나 각도에서 본 적이 없다. 그러니 각도나 높이만 달리 해도 사진이 새로워지는 것이다. 낮은 각도에서 높은 곳을 올려다 보는 형태로 촬영하는 것으로 배경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거리에서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들은 대부분 땅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촬영할 때 위를 바라보는 각도를 선택하면 피사체를 하늘이나 무언가 흥미로운 건축물을 배경으로 삼아 찍을 수 있게 된다. 훨씬 정돈되어 단순한 사진을 만들 수 있으며, 감상자가 피사체에 더욱 쉽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관심을 흐트러트릴만한 것이 사진 안에 훨씬 적기 때문이다.

높은 각도에서 아래로 찍을 때에는 도로 포장용 블록이나 보도블록의 선, 아니면 땅에 페인트로 그린 선 등을 이용해 시각적 형상을 만들 수 있게 된다. 혹은 머리 위 정도의 높이에서 아래로 찍는 시각으로 촬영하는 것도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숙해지지 않은 각도이기 때문이다.

 

실루엣 만들기

낮은 시점에서 촬영하면 밝은 하늘이나 빛나는 건물 벽면에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만들 수도 있다. 실루엣은 사람이 팔을 흔들거나 성큼성큼 걷는 모습 등의 좋은 동작을 바탕으로 형상을 만드는 데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이나 헤어스타일이 특이한 사람을 사진에 담기에도 좋다. 형상 그 자체가 피사체가 되기 때문이다.


15. 가끔은 물어보라
보통 거리 사진은 솔직한 사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싶을 때 물어볼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질문을 받고 허락했을 때부터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따라서 ‘솔직한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기 어려워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누군가 흥미로운 사람을 찾았다면 사진 한 장 찍어도 좋겠냐고 물어봐도 아무 문제 없다. “안녕하세요, 모자 괜찮네요! 사진 한 장 찍어도 괜찮을까요?” 이 때 일어날 최악의 상황은 “아뇨, 그건 안 되겠는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이다. 그 때는 “알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인사하면 된다. 왜 사진을 찍고 싶냐는 질문이 돌아온다면 “보기 정말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거리 사진을 찍고 있거든요. 이 주변 지역 사진 촬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마침 눈에 띌 만큼 보기 좋아서 여쭤봤습니다”식으로 답하는 것도 좋다.
미소를 짓고, 개방적으로 다가가자. 당신이 잘못하고 있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도 기분 나빠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지 안다면 아마 놀라울 것이다. 사진 찍히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참 포즈를 취해줄 수도 있다. 이렇게 친구가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데미언 디몰더
데미언은 다양한 사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 겸 사진 저널리스트이다. 카메라와 시각적 자극에 대한 크나큰 관심이 거리를 계속 관찰하며 훌륭한 사진을 찍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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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국 Digital Camera / 편집•정리: 박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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