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는 피사체를 사진으로 거의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카메라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단순히 눈 앞의 장면을 기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진은 장면을 해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흑백 정물 사진이 이런 해석의 역할을 해 준다.
흑백 사진을 사용하면 실물을 그대로 담아야 한다는 제한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마음껏 뽐낼 수 있게 된다. 사진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흑백 사진만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진의 역사이자 유산으로 받아들여지는 동시에 현대적인 최첨단 기술로 취급되고 있다.
흑백 사진은 시대를 타지 않는 사진이다. 우리가 수많은 컬러 사진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무채색 사진은 여전히 사람의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끌어 모으는 힘을 지니고 있다. 닷지 앤 번, 필름 효과 기능으로 사진의 초창기 시절을 재현하여 오늘날에도 강렬한 느낌을 전하는 여러 필터와 같은 효과를 적용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흑백 사진을 촬영하는 데 필터를 쓴다니, 구식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어느 면에서는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적절한 Raw 혹은 JPEG 컬러 이미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색상 필터 효과를 쉽게 복제해서 입힐 수 있다. 하지만 많이 쓰이는 두 가지 필터, 편광 필터와 ND 필터의 효과는 라이트룸이나 포토샵을 이용해도 제대로 복제하기 어려운 것들이므로 실제 촬영할 때 실물 필터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좋다.
 

편광 필터

편광필터 미사용
편광필터 미사용

이 필터는 파란 하늘의 밝기를 조금 줄여 주고, 물과 같은 비금속성 표면에 반사되는 것을 없애 준다. 또 이미지 전반의 대비를 높여 주는 역할도 한다. 다만, 한 가지 부작용은 들어오는 빛을 약 2스탑 정도 줄여서 셔터 속도를 좀 더 늘려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편광필터 사용
편광필터 사용

 

원본 컬러 이미지

이 이미지는 기준이 되는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소의 원본 색상 이미지로, 소의 적갈색 털과 파란 하늘, 녹색빛 초원의 각 색이 색상 필터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선택했다.

 

적색 필터

적색 필터는 소의 털이 오렌지색/붉은색에 가까워 톤을 밝게 해 준다. 반대로 푸른 하늘은 약간 어둡게 만들고, 전경의 녹색/노란색 풀밭에 대비를 더 해주는 역할을 한다. 풍경 사진에 대비를 더하기에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필터이다.

 

녹색 필터

이 필터는 풀밭의 녹색과 노란색 톤을 밝게 해 주지만 하늘이나 소에게는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 필터는 관목이나 잔디를 밝게 해 주는데 효과를 발휘하지만, 동시에 흑백 인물 사진을 촬영할 때 피부톤을 어둡게 하고 대비를 높여 주는 데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청색 필터

이 사진을 보면 소는 거의 검은 색이 되었지만 하늘은 훨씬 밝게 나왔다. 흑백 사진을 촬영할 때 많이 쓰는 필터는 아니지만, 안개낀 날이나 희뿌연 날에 촬영할 때 분위기를 더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프로처럼 촬영해 보자!

미니멀한 이미지를 촬영하려면 화면 구성에 최소한의 요소만 사용하고, 카메라 설정을 정확하게 하면 된다. 물의 디테일을 줄이기 위해 3스탑 ND 필터를 사용했다. 이렇게 하면 셔터 속도를 늦춰서 잔물결의 움직임을 흐릿하게 만들어 전경의 수면을 매끄럽게 다듬고, 빠른 셔터 속도 때문에 산만한 물결이 그대로 잡히는 일을 없앨 수 있다. 여기에 2스탑 ND 그라드 필터를 동시에 사용하여 하늘을 어둡게 해서 디테일과 함께 분위기를 살렸다.

(출처: 영국 Digital Camera / 편집•정리: 박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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