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사진을 찍고 싶은 포토그래퍼들이 매년 목이 빠져라 고대하는 행사가 있다. 그 이름은 바로 '서울패션위크'다. 디자이너와 패션피플만 가득할 것 같은 행사장 속을 들여다보면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국내외 유명 모델들과 자라나는 꿈나무 키즈 모델, 그리고 그들을 촬영하는 스트릿 포토그래퍼들이 있다. 그 열기를 표현하자면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길목 한 곳이 통으로 모델과 포토그래퍼들의 작업 공간이 될 정도다. 이번 기획 기사에는 패션위크 기간 동안 DDP에서 만난 다양한 모델들과 포토그래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울패션위크 D-DAY, 촬영 준비로 부산한 포토그래퍼들
직업이 직업인 만큼, 정보를 끌어모으기 위한 단체 카톡방이 많은 편이다. 그중 사진에 관련된 카톡방은 4개다. 그날 따라 유난히 많이 울리는 알림에 카톡방에 들어가 보니 모두 패션위크에 대한 이야기들로 떠들썩했다. 일정 공유부터 패션위크 현장에서 찍기에 좋은 렌즈 추천까지, 쉴 새 없이 핸드폰 알림이 울리긴 하지만 발로 뛰어도 얻기 힘든 수많은 정보들을 편리하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방을 나갈 수 없게 만든다.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아는 이야기라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하루 전인 만큼 카톡방에는 실시간 검색어처럼 '패션위크'라는 단어가 떠다녔다. 주로 질문과 답변의 연속이다. 채팅에 참여중인 한 포토그래퍼가 패션위크에 가져갈 조명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다른 포토그래퍼들이 금방 답변을 내놨다. 유쾌한 생각, 고독스 등 국내 유명 조명 회사들의 여러 제품들이 금방 오르내렸다.

    
모델과 포토그래퍼 사이, 눈치 게임 시작
모델과 포토그래퍼 모두 기대감에 가득차 이른 아침부터 나오곤 한다. 하지만 역시 이른 아침에 사람은 많지 않다. 패션쇼장 역시 리허설중일 뿐이다. 심지어 주변에 있는 행사 부스 역시 오픈이 아직이다. 너무 일찍 나왔나라는 생각이 들 찰나, 먼발치에서 이미 촬영하고 있는 모델들이 보인다. 누군가 필자에게 모델과 포토그래퍼를 구분하는 방법을 묻는다면 방법은 하나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지, 가방을 들고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모델들은 화장품이나 개인 소품을 들고 다니는 이들이 많아 주변에 가방들이 놓여 있다. 혹은 패션 소품용으로 작은 클러치 백을 들고 있는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그 반면 포토그래퍼들은 모델을 빠르게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 스트랩을 어깨에 걸치고 있다. 물론 차림새로도 구분할 수 있다. 패션위크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보다는 개성 넘치는 옷을 착용하고 있다. 촬영하고 싶은 모델을 발견했다면 촬영 허락을 받고 바로 사진을 찍으면 된다. 기간 동안 DDP 근처에 있는 모델들은 주로 사진 촬영을 위해 일부러 방문한 것이 대부분이라 허락은 금방 받을 수 있다. 다른 포토그래퍼가 이미 촬영하고 있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자연 스럽게 동참해 같이 촬영을 즐기면 된다. 포토그래퍼들이 워낙 많은 탓에 한 명의 모델과 다수의 포토그래퍼들이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패션위크 기간 동안 패션위크에서 일상다반사다. 덕분에 빠르게 원하는 이미지의 모델을 먼저 촬영하려는 포토그래퍼들의 눈치싸움이 시작된다.

    
자라나는 꿈나무, 키즈모델

현장에서 TV 프로그램에서만 보던 유명 모델과 유튜버들까지 등장한 가운데 유난히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모델이 있었다. 개구장이처럼 뛰어다닐 것 같은 유소년층 키즈 모델이다. 성인 모델들이 내뿜는 카리스마 못지않은 분위기를 가진 키즈모델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등장하자마자 플래시 세례와 함께 포토그래퍼들에게 둘러싸이는 기이한 광경이었다. 사진 촬영이 익숙한지 카메라를 바라보며 시시각각 바뀌는 표정과 포즈는 필드에서 뛰는 성인 프로 모델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보통 키즈 모델들은 보호자가 동반하는데, 카메라를 들고 있기도 하고 그 옆에 같이 모델로 서기도 한다. 가끔 현장에서는 성인 모델들과 함께 서기도 해 재미있는 장면들을 포착할 수 있다.

    

사진 속의 재미 찾기, 패션 아이템

포토그래퍼에게 패션위크는 모델 인물 촬영을 쉽게 즐길수 있고 덤으로 패션 트랜드까지 알 수 있는 큰 축제다. 하지만 인물 위주의 촬영만 하다 보면 쉽게 질릴 수 있다. 그럴 때면 모델의 얼굴이나 포즈보다 개성 넘치는 패션 아이템에 주목해 보자. 투명 클러치백에 검은 자켓을 걸친 모델, 핑크 니트에 반바지를 입은 모델, 얼굴과 포즈에서 부분 부분을 촬영하다 보면 보다 더 재미있는 촬영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모델들이 생각하는 패션이란 무엇인가 알 수 있게 된다.

 

마치며
패션위크 동안 약 30여명의 모델들을 촬영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24시간이 채 안되지만 이틀 동안 참여한 것만으로도 모델과 포토그래퍼들의 들뜬 분위기는 온몸으로 체감이 가능했다. 특히 국내외 남녀노소 다양한 모델을 만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다. 포토그래퍼로서 단시간에 이렇게 많은 모델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서울 패션위크가 유일할 것이다. 평소 인물 촬영을 진행하고 싶은 포토그래퍼에게는 꼭 가보길 추천한다. 더할 나위 없는 출사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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