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 시장 점유율 1위, 캐논에서 만들어온 중급기 DSLR 라인업은 카메라 시장의 부흥기와 그 흐름을 같이해왔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 유저들의 대표 카메라로 자리한 캐논 DSLR. 이들 카메라가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는 것은 누구나 촬영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완성도 높고 쉬운 바디 설계에 있다. 2019년 9월 캐논이 신작 DSLR 카메라 EOS 90D를 꺼냈다. 90D는 캐논 카메라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어느 정도 충실하게 따르고 있을까? 지난 10월 필자의 입장에서 만나본 DSLR EOS 90D의 사용기를 전한다.


오막포를 닮은 외관

캐논의 새로운 중급기 DSLR, EOS 90D(이하 90D)가 출시된 것은 지난 9월이다. 전작인 80D와 놓고 봤을 때 외관 형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시각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조금 더 세세히 살펴보면 분명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EOS 90D에 하이엔드급 카메라인 오막포(EOS 5D Mark Ⅳ)에 포함되는 멀티 컨트롤러를 채용한 것이다. AF 포인트 위치는 물론 다양한 설정변경을 수행할 수 있는 멀티 컨트롤러는 좀 더 빠른 AF 위치 이동을 가능하게 했으며 카메라를 쥔 상태에서 엄지만으로 설정의 직관적인 변경을 경험할 수 있다. 즉 변화하는 환경에 더욱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것이다. 전작인 80D는 물론 상위기종인 풀프레임 DSLR 6D Mark Ⅱ에도 채용되지 않은 기능의 채용은 설계 시 얼마나 캐논이 사용자 편의를 고려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왼쪽) 80D / (오른쪽) 90D
(왼쪽) 80D / (오른쪽) 90D

여기에 하나 더, 그 립부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쥐어봤을 때 확실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기존 투박하고 뭉툭했던 느낌에서 더욱 깊어지고 얇아진 듯하며 더욱 깊숙이 손가락을 넣고 잡을 수 있어 그립감이 안정적이었다. 비슷한 제품을 굳이 말한다면 EOS R의 그립감과 매우 유사하다.
   
 
크롭바디의 고화소 능력

EOS 90D는 3,250만 화소를 자랑한다. 화소가 높다는 것은 단순히 이미지의 섬세한 표현력이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후보정 작업에서 유연성이 높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EOS 90D의 APS-C의 센서 크기에 3,250만 화소는 풀프레임 바디에 비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며 최신 영상 엔진인 DIGIC8 탑재로 고용량의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AF와 ISO 성능의 진화

카메라의 성능을 판가름 짓는 요소 중에 AF는 단연 중요한 핵심이다. EOS 90D는 기존 1포인트, 존 AF, 대형 존 AF, 자동 선택 AF에 새로운 AF인 ‘스팟 AF’를 적용했다. 기존 1포인트 AF보다 작은 영역을 초점 영역으로 지정할 수 있어 더욱 미세한 AF 조작이 가능하다. 또한 AF 모드가 존 AF, 대형 존 AF, 자동 선택 AF인 경우에도 AE 센서와 DIGIC 8이 실시간으로 얼굴의 위치를 감지해 적정 노출을 설정할 수 있다. 사람의 얼굴 정보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캡처된 대상을 지속해서 추적할 수 있다. 눈을 실시간 초점 포인트로 AF가 동작하는 Eye detection AF 로 사진과 동영상 모두에서 인물의 눈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저휘도 환경에서의 AF 성능 또한 EV-5로 빛이 부족한 야간과 실내 촬영에서도 초점을 잡을 수 있는 수준이다. ISO를 한계 이상으로 올리면 노이즈로 흔히 말하는 ‘사진이 깨진다’라는 느낌을 준다. 그렇기에 필자는 ISO를 800 이상으로 올리는 것을 최대한 삼가고 있으며 삼각대와 플래시로 대부분의 촬영을 커버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장비가 없는 상태에서 빛이 제한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어쩔 수 없이 ISO를 올릴 수밖에 없다. EOS 90D의 고감도 저노이즈 성능 테스트를 위해 ISO를 단계적으로 높여보았다. ISO 2,400부터 조금씩 노이즈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25,600까지 올렸을 때도 준수한 노이즈 억제력을 보였다.


부드러운 연사촬영

부드러운 미러 동작으로 10매의 고속 연사에도 흔들림이 적은 이미지를 만든다
부드러운 미러 동작으로 10매의 고속 연사에도 흔들림이 적은 이미지를 만든다

필자가 90D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초당 최대 10매의 고속연사 촬영이 가능하다는 부분이었다. 스펙상 10매였으나 실제 촬영시 11매까지 파일이 저장되어 있었다. 실제 스포츠 촬영 시 대상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포착하기에 적합할 정도의 수준이다. 기존 80D의 경우 초당 7매의 이미지를 기록할 수 있었으나 90D부터는 고속으로 촬영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DIGIC8과 미러 드라이브 메커니즘의 개선으로 초당 10매의 연속촬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고속 촬영 시에도 AF는 수직 이동과 수평 이동 모두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어떤 순간에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는 불규칙한 피사체를 잡아내는 데 꽤 유용하다. 또한 부드러운 미러 동작으로 바디의 흔들림을 극도로 제어해 셔터의 움직임으로 인한 작은 바디의 흔들림 등 이미지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최소화하고 있다.

    
촬영 경험의 확장

폭넓은 초점거리, 화각대의 렌즈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한 대의 바디로 더욱 무궁무진한 촬영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만큼 이미지 표현에서 렌즈는 중요하다. 90D는 약 80여 종에 이르는 EF, EF-S 렌즈를 이용할 수 있어 더욱 폭넓은 표현이 가능하다. 필자가 기존 80D와 함께 사용하던 EF-S 10-18mm F4.5-5.6 IS STM, EF-S 18-135mm f/3.5-5.6 IS USM과 함께 사용했을 때 가벼우면서도 광각에서 망원에 이르는 화각대를 고루 누릴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구도와 조작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스위블 액정, Wi-Fi와 블루투스로 스마트 기기와의 호환성이 높아져 보다 스마트해진 촬영 경험을 제공한다.

 

    
마치며
캐논 중급기 DSLR의 최신작 EOS 90D를 사용해본 결과 일상 속 찰나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최적의 장비였다. 중급기 바디와 중상급기 바디를 합쳐놓은 성능에 고속연사는 스포츠 분야에서의 활약을 기대해 볼 만한 수준이다. 또한 고해상도 센서와 영상엔진이 캐논의 색감을 적절히 표현해 지나가는 거리 곳곳에 스며든 가을 풍경을 캐논만의 따스한 색감으로 표현해내기에 충분했다. 고해상도와 빠른 데이터 처리 능력, 하이엔드급 카메라에 필적할 만한 AF 성능은 90D를 더욱 확실하면서도 완벽한 캐논 대표 중급기 DSLR로 아니, 상황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최상의 촬영 경험을 제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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