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즐기는 이들에게 있어 출사는 언제나 설렘을 주는 단어다. 이번에는 새로운 한 해를 맞아 비행기를 타고 아주 먼 곳으로 떠나보기로 했다. 낯선 장소에서 마주하게 될 새로운 피사체를 위해 활용할 장비들을 준비한다. 좋은 장소에서 멋진 광경들을 담으려고 비싼 비용을 들여 구입한 장비들인데 멀리 가는데 무겁다고, 거추장스럽다고 챙겨가지 않을 수는 없다. 기대를 안고 맞이한 출발 당일,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수하물 검색대 앞에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수하물 규정에 어긋나 짐을 다시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황당하게 느껴지겠지만 이 상황은 당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다. 규정을 꼼꼼하게 체크해 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번 호에서는 비행기 타고 떠나는 출사가 낯선 이들을 위해 꼭 숙지해야할 수하물에 대한 규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에디터 박지인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수하물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수하물은 크게 탑승객이 직접 휴대하는 기내 수하물과 항공사에 맡겨 운송하게 되는 위탁 수하물로 나뉜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카메라와 촬영장비들은 모두 위탁이 불가한 전자기기 및 고가품, 파손/손상되기 쉬운 물품으로 분리돼 반드시 기내 수하물로 운송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시간에는 기내 수하물에 대한 규정들로 구성했으며 그 내용은 대한항공을 기준으로 했다.

 

1. 반입 가능한 가방의 크기

기내에 탑승객이 직접 휴대하는 개인 수하물은 총 2개까지 허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내용으로 제작되는 소형 캐리어 하나에 노트북 가방, 서류가방, 핸드백, 백팩 등이 추가로 활용된다. 휴대수하물은 탑승 후 반드시 항공기 내 비치된 선반이나 좌석 밑에 보관하게 되어있는데, 이러한 공간들의 크기가 곧 수하물 크기의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기사에서 참고한 대한항공은 수하물의 규격을 세 변을 합했을 때 115cm 이내, 각 변은 가로 40cm, 세로 20cm, 높이 55cm로 제한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력 카메라 가방 브랜드들이 선보이는 여행 특화 캐리어 및 백팩들은 이러한 규정을 바탕으로 설계되고 있어 이에 부합하는 가방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만 하루 이상의 일정과 다수의 장비를 가져가는 여행이라면 장비의 안전성, 휴대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가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2. 수하물의 무게와 장비의 구성

수하물 무게 규정에 맞춰 짐을 꾸리는 과정이야말로 여행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카메라를 동반하는 여행의 경우 촬영장비의 구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된다. 대한항공은 기내에 반입시키는 총 2개의 휴대수하물 무게를 12kg으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맞춰 효율적인 촬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방의 선택부터 시작해야 한다. 카메라 가방은 고가의 장비를 보호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추기 위해 다소 무게가 나가는 특수한 소재와 설계로 제작된다. 백팩은 약 2kg 이내, 캐리어는 평균 4~5kg 정도의 무게를 보인다. 두 종류의 가방 모두 DSLR이나 미러리스 바디 하나에 유연한 화각을 제공하는 줌 렌즈 2~3개 정도를 넉넉하게 수용한다. 백팩은 캐리어에 비해 가벼운 만큼 단초점 렌즈나 기타 액세서리를 더 배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백팩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는 휴대성과 기동성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캐리어는 백팩에 비해 나를 수 있는 장비는 제한적이지만, 보다 확실한 안전성을 제공한다. 각기 일장일단이 있는 셈이다.

 

3. 배터리에 관한 규정

 

평소 익숙치 않은 단어들이 등장하는 배터리에 관한 규정들은 언뜻 보면 굉장히 까다로워 보이지만 몇 가지 키워드만 이해하면 쉽게 준비할 수 있다. 먼저 우리가 휴대하게 될 카메라 배터리에 대해 알아보자. 카메라 배터리는 리튬을 포함하는 충전식 배터리로, 위탁 수하물에 포함할 수 없으며 용량과 개수의 제한 하에 기내 수하만이 가능한 종류이다. 항공사에서 배터리의 용량을 판단하는 단위는 Wh(와트시)다. 100Wh 이하는 소형으로 분류돼 여러 개를 휴대할 수 있으며 100~160Wh 사이의 배터리는 개수가 크게 제한되거나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다. 최신 DSLR 및 미러리스 카메라의 배터리는 평균 14~16Wh의 용량으로, 앞서 설명한 소형 배터리에 속한다. 대한항공은 최대 5개까지 기내 반입을 허용해 여유롭게 휴대할 수 있다. 혹시 본인이 소지하고 있는 배터리에 Wh 단위로 용량이 표기돼 있지 않다면 *아래의 공식에 대입해 확인해보도록 하자. 그리고 또 한 가지 팁. 배터리들은 서로 부딪치는 일이 없게 따로 보관하거나 각기 다른 케이스에 보관하여야 하며, 단락 방지를 위해 전극 부분에 절연테이프를 부착해야 한다. 미리 준비해 수하물 검사대에서 배터리를 다시 정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 (mAh/1000) x V = Wh

 

4. 삼각대도 휴대할 수 있을까?

 

삼각대는 많은 사진가들이 선호하는 출사의 든든한 조력자다. 촬영 시 흔들림을 잡아줘 낮은 셔터 스피드로 빛을 확보함은 물론, 장노출이나 다중 촬영과 같은 특수한 기법의 연출을 돕는다. 삼각대도 기내 반입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다만 여러 제한 조건들이 따른다. 첫 번째로 삼각대를 접었을 때 최대 길이가 60cm 이하여야 하며, 두 번째로 무게 또한 다른 수하물들과 합했을 때 12kg 제한을 넘지 않아야 한다. 세 번째 조건은 삼각대의 끝이 날카롭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데, 흉기로 사용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초소형․초경량화에 초점을 맞춰 설계되는 트래블러 삼각대들은 대부분 이러한 조건들에 무난하게 통과한다. 본인의 삼각대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앞서 언급한 사항들에 소유한 삼각대가 부합되는 지 꼼꼼하게 확인한 후 다른 장비들과 조율해 효율적인 촬영 시스템을 구성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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