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라산 유채꽃밭

그 꽃 - 고은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못 본 

그 꽃 

 

제주도 한라산을 네 번 오르내렸다. 무엇을 보겠다고 오른 것은 아니였다. 인생 자랑삼아 추억 하나 얹어 보려고?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하다 한번쯤 호기롭게 "한라산 가봤어?"하고 묻곤 한다. 자랑스럽게!

그래서인가 정상에 올랐는데 딱히 감동스럽게 본 것이 딱히 기억엔 없다. 

 

멀리 확 트인 푸른 바다를 보았고 메마른 백록담 아래 배고픈 까마귀를 만났었다. 얼음이 날리는 무서운 바람과 맞서는 오색찬란한 등산복 차림의 빼곡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무릎까지 빠지게 쌓인 눈밭을 걷다가 밑창이 떨어져버린 운동화 때문에 훈련병 시절 행군이 생각날 만큼 힘들고 고생스러웠다. 그래도 추위 속에서 먹던 김밥 한 줄과 차 한잔, 주차장에서 하산을 기다려주던 아내의 얼굴이 참 반가웠었다.

 

눈과 상고대가 아직 덮고 있는 한라산 등산 길에 들어서면 세찬 바람에 춥고 힘들지만 멀리서보이는 한라산 주변은 유채꽃 만발한 봄이 한창이다.

 

그러고 보면 오르고 내려와 보니 그 모든 것이 추억이고 풍경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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