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를 촬영하는 Rami Hyun 사진작가

“Let then Smile, Let them Remember”, 대한민국 위해 헌신한 용사들을 촬영하는 사진작가 라미현(본명 현효제)의 프로젝트 슬로건이다. 현 작가의 프로젝트인 project-soldier에 참여, 그의 카메라 앞에 선 군인, 소방관, 참전 용사들만 어느덧 6,000명이 넘는다. 그에게 사진은 가장 좋은 기록 도구다. 후대에 전할 진정한 용사들의 초상을 기록하고자 전 세계를 다니고 있다는 현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Rami studio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 이름은 현효제, Rami Hyu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부터 project-soldier란 타이틀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군인 및 참전용사 그리고 유니폼을 입고 나라에 봉사하는 분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미국 유학 당시 카메라로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을 담으면서 사진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그 후 사진 전공으로 전과를 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광고 및 여러 패션 사진을 찍었다. 현재는 project-soldier와 The portrait of tree 작업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Q. ‘project-soldier’에 대해서 소개해달라
project-soldier는 현재까지 4가지의 이야기로 진행중이다. 군인의 군복 입은 모습을 흑백으로 기록하는 ‘I am A Soldier’, 군인들의 단체 사진을 흑백과 컬러로 연출하는 ‘We are Soldier’, 군인들이 일하는 공간에서 촬영한 가족사진 ‘We are Soldier’s Family',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액자로 전달하는 ‘Korean War Veteran’이다. 현재는 project-soldier의 4번째 이야기 ‘Korean War Veteran’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슬로건은 [Let then Smile, Let them Remember]이다. “그들을 웃게 하자. 그리고 다음 세대가 그들을 기억하게 하자.”

We are Soldier's Family / 현효제 작가 제공
We are Soldier's Family / 현효제 작가 제공

Q. 어떠한 계기로 군인들을 촬영하게 되었나
2013년 육군 1사단의 부대 소개 영상을 제작하면서 많은 군인을 인터뷰했다. 그중 “30년 동안 가족여행 한번 못 가봤다. 나라에는 부끄러움이 없으나 아버지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한 원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본격적으로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분들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결심했다. 대부분의 군인들은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함께 나라를 지키는데 희생하지만, 사회적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의 헌신을 나의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Q. 참전용사를 찍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6년 한국에서 군인들의 사진을 주제로 사진전을 진행했다. 그때 한 외국인 노인분이 찾아오셨다. 그분은 미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참전용사였고 한국전쟁에 참여했다는 것에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다. 그분과의 만남 이후 참전용사들의 삶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project-soldier의 4번째 스토리 작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Q. 촬영 과정은 어떻게 되나
우선 정부 기관, 대사관, 외국인 지인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해외의 참전용사들을 찾는다. 연락망이 구축되면 그분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현장에서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촬영을 진행한다. 촬영을 마치고 꼭 ‘Thank you for Service’라고 인사를 한다. 그들의 헌신에 감사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이후 액자를 제작할 후원자를 모집하고 제작된 액자를 전달한다.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이렇게 한번 촬영을 하면 평균 1개월에서 5개월 정도 걸린다. 이는 연락부터 결과물의 전달까지의 기간이다.

촬영된 사진은 액자로 만들어져 참전용사들에게 전달된다. / 현효제 작가 제공
촬영된 사진은 액자로 만들어져 참전용사들에게 전달된다. / 현효제 작가 제공

Q.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다면
워싱턴 Armed Forces Retirement Center에서 뵈었던 존 패트릭 베이커라는 분이 기억에 남는다. 그분은 대한민국을 지켜냈다는 것에 매우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한국전 때 입었던 군복을 지금까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계셨다. 한국전쟁 당시 포병으로 참전했는데 얼마나 포를 많이 쐈던지 전쟁 이후에 청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사진도 당시 군복을 입고 찍었으며 50년 만에 한국을 다시 방문해 “비록 내 역할은 작았지만 발전한 한국의 모습을 보니 기쁘다”라고 말씀하셨다. 또 기억에 남는 분은 2016년 전시회에서 내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만들어준 살바토레 스탈라토님이다. 이분을 촬영할 때, 한 낡은 태극기를 꺼내 보여주셨는데 함께 전투한 한국인 해병대 전우들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했다. 빛바랜 태극기는 한국 해병들이 고이 적은 몇 자의 글자도 있었다. 그 태극기를 보면서 한미 해병대의 굳건한 우정을 볼 수 있었다. 

태극기를 들고 있는 미군 참전용사 살바토레 스탈라토 / 현효제 작가 제공
태극기를 들고 있는 미군 참전용사 살바토레 스탈라토 / 현효제 작가 제공

Q. 흑백으로 촬영한 사진이 많은데 그러한 표현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사진작가 richard avedon의 흑백 포트레이트 작업과 annie leibovitz의 그룹사진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주로 흑백으로 촬영하는 이유는 컬러는 시대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붉은색이 있다. 과거 붉은색은 사회주의나 공산당 등을 상징하는 색상이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 월드컵을 거치면서 그 의미가 조금은 변하게 됐다. 이처럼 컬러는 변화하지만, 참전용사와 군인들의 변하지 않는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흑백으로 작업한다.

Q. 작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2018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영국 ELY 지역에 참전용사 액자를 전달하러 갔을 때의 일이 기억에 남는다. 그해 7월에 촬영한 사진들을 액자로 만들어 가지고 갔는데, 영국공군 참전용사이셨던 스튜어트 선생님께서 제가 도착하기 5일 전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사모님께 액자를 전달 드렸는데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왔더라면 하는 죄책감이 들었고 매우 가슴이 아팠다. 지금도 몇몇 분들이 연락이 되지 않는데 그런 분들은 돌아가신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재 참전 용사들의 나이는 거의 80세에서 90세 되시는 분들이 많다. 한 분이라도 더 계실 때 더 바쁘게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Q. 힘든 일은 없었나
입국심사나 액자를 가지고 들어갈 때 세관의 문제도 있지만, 이는 미국 참전용사협회의 공식 허가권을 받은 덕분에 지금은 좀 유연해졌다. 이처럼 촬영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막상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주변의 시선이다. ‘돈이 없으면 안 가는 게 맞지’, ‘돈은 받으면서 하는 일인가’, ‘국가나 보훈처가 할 일을 개인이 하는 것이 안타깝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돈이 되지않는 일은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그런 시선들이다. 물론 매달 카드 결제일이 다가오면 부담스럽긴 하다. 그렇지만 많은 분들의 후원이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조금씩 사진 작업한 것들과 그동안 모아두었던 장비들을 하나씩 정리해 가면서 버티고 있다.

Q. 그럼에도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액자로 제작하고, 그분들이 받아보았을 때의 미소 가득한 모습이 내가 버티고 또 버틸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참전용사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이제까지 수많은 행사에 초청받았지만 난 수많은 참전용사 중 하나였다.” 이렇게 카메라 앞에 서니 이제야 내가 참전용사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해주신다. 그런 말들이 큰 힘이 된다.

Q. 사용하는 장비와 활용법은 어떠한가
사진사의 입장에서 최고의 예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장비로 그분들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촬영에 사용하는 장비는 핫셀블라드의 디지털 백, 그리고 라이카의 S2이며 2020년부터는 세기P&C와 시그마의 후원으로 sd콰트로, 그리고 FP를 사진과 영상 작업에 사용 중이다. 조명은 브론컬러와 프로포토를 쓰고 있다. 인물 포트레이트 같은 경우는 조명 빛이 투과될 수 있는 흰색의 배경을 설치 후 앞뒤로 조명을 발광시킨다. 단체 사진은 한 분, 한 분의 배치를 고려하며 공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컬러로 작업한다. 

 

Q. 촬영 시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솔직함이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한다면 마음을 열게 된다. 나 자신과 카메라 앞에선 모델에게도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면 그것은 사진에도 전달된다.

Q. 기록 매체로서 사진의 매력과 사진이 가지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사진은 단지 찍히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의 것을 기록해서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다’라는 말이다. 이는 학교를 다닐 때 선생님께서 항상 하시던 말이다.

Q. 라미현 작가에게 사진이란?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나에게 사진은 살아 숨 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그렇게 반복되면서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자 나의 언어가 된다. 이 작업을 하는 근본적 이유는 내가 찍은 참전용사의 사진을 다음 세대가 보고,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가 어떤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인지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우리는 그분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세대이지만 그 다음 세대는 그렇지 않기에 그래서 더 간절히 알려주고 싶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올해 미국 아티스트 비자인 O1 비자로 미국으로 건너왔다. 캠핑카를 하나 구해 1달에 2개 주 2년 동안 미국 전역인 48개 주를 다니며 미국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만나고 그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할 예정이다. 2020년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2021년까지 미국의 참전용사분들을 촬영하고, 2022년은 20개국을 다니며 촬영을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2023년 휴전 70주년에 맞춰 그동안의 사진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어떤 사진작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누군가가 Korean War veteran을 검색했을 때 이분들의 사진들이 많이 보이길 바란다. 사진가는 언제나 카메라 뒤에 있듯이 나보다 그들의 모습이 더 많은 이들에게 보이고 또 기억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rofile]

현효제 / Rami Hyun
“2013년부터 project-soldier란 타이틀로 군인 및 참전용사 그리고 유니폼을 입고 나라에 봉사하는 분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0 San francisco Academy of Art University BFA (Photography) 졸업


Solo Exibitions
2008 Rami’s Firstep, San francisco Polk st gallery
2010 She is in Paris, San francisco Leland gallery
2010 7days dating with Paris, 서울 청담동 Lespoir
2010 Paris Series, 서울 Palace Hotel
2010 Cityscape Series/ Nature Series, 경남 사천 LIG 연수원
2010 Peace and Piano Festival, 경기도 문화의 전당
2011 Peace and Piano Festival 2, 경기도 문화의 전당
2013 Life of Jeju Island, Jeju Culture Organization
2014 나무초상화 시리즈 (서울, 명동성당 평화화랑)
       The portrait of Tree sereis (Myung-dong cathilic church gallery, Seoul, Korea)
2015 The Portrait of Tree series, (서울, 카카듀 강남)
2015 The Portrait of Tree series, (인천, Nest Hotel)
2016 New York Central Park Winter Series (Seoul, Galleria Forte)
2016 “I am a Soldier” (일산, DXK KOREA)-9.7-10
2016 “I am a Soldier” (서울, 국회 의원회관)-9.26-10.2


Group Exhibitions
2013 아트 에디션 (서울 세텍)
        Art edition (SETEX, Seoul, Korea)
2015 벨트 아트 에디션 (서울, 갤러리 한)
        Belt Art Edition (Gallery Han, Seoul, Korea)
2015 아트로드 (파주, 갤러리 JM)
        Art Road (Gallery JM, Paju, Korea)
2015 아트에디션 홍콩 (홍콩, 마르코폴로 호텔)
        Art edition HongKong (Marco Polo Hotel, Hongkong, China)
2016 구상과 추상 (서울, 아트비앤)
        “Foreseen and Unforeseen” (ArtBn gallery, Seoul, Korea)
2016 아시아프 2016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Asyaaf 2016 (DDP, Seoul Korea)
2017 지상군페스티발 (계룡, 육군본부)
        Armyfestival (Gyeryong, Republic of Korea Army Headquar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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