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화원 만항재와 함백산

천상의 화원에 여러 날 봄 잔치가 끝나가고

이제 여름잔치를 준비중이다.

봄을 끝내려는 봄비가 세차게 내리기를 여러날 

봄비에 젖은 꽃잎은 갈기갈기 찢어져 봄 기운을 담기엔 늦은 계절이라 함백의 운해가 적당할 시기라 금요일 늦은시간 함백산을 오르는 전진기지인 고한으로 늦은 밤 도착을 한다.

하늘엔 별이 총총 은하수를 담으러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 볼까도 했지만 이곳엔 물이 없어 또다시 정선으로 나가야 하기에 새벽 산행을 위해 잠을 청한다.

 

새벽 3시 30분 여명이 시작되기 까지는 한시간 남짓 남은 시간 언제나 그랬듯이 함백산 입구 KBS중계소 철문앞에 주차를 하고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둘러멘 가방이 꽤나 무겁게 느껴진다. 산행이 목적이 아니라 챙겨 담은 장비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른다. 산 사진을 찍던 시기에는 이까짓 무게에는 눈도 끔적안했는데 세월의 무게는 어찌 할 수 없나보다 다른 일행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사이 정상부 아래 헬기장에 도착하니 눈앞으로 펼쳐지는 운해의 바다가 태백시를 가리고 있다. 반대편 고한읍내도 서서히 운해가 드리우기 시작하고 강원랜드의 화려한 불빛도 희미해져 간다. 저 산아래는 오랬동안 친분은 쌓은 산꾼 재오기가 살고 있는데 오늘도 산꾼은 이름 모를 산속에 묻혀 산꾼의 몫을 다하고 있겠지.

운해의 바다에 잠겨있는 태백
운해의 바다에 잠겨있는 태백
고한 읍내와 강원랜드를 밝히는 불빛도 운해속으로 잠겨가고
고한 읍내와 강원랜드를 밝히는 불빛도 운해속으로 잠겨가고

 

함백은 매년 두세번씩 찾는 곳이다 야생화가 시작되는 봄부터 설화가 피어나는 겨울까지 비교적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산이기에 부담없이 찾는 산이다. 1573m의 함백산은 백두대간상에 위치한 남한에서 6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자동차로 가장 가까이 오를 수 있는 산이다. 태백시와 고한읍의 경계에 있는 만항재는 해마다 열리는 야생화축제로 많은 사진 동호인들이 찾고 있는곳이기도 하며 가끔 금대봉, 은대봉을 거쳐 두문동재로 향하는 길목엔 희귀한 야생화를 만날때도 있다. 두문동재에서 대덕산을 거쳐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 이르는 길도 야생화 천국으로 이곳은 생태보전지역으로 탐방전에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길이다.

여명빛은 두꺼운 구름층에 가려 멀리 바다에만 여명의 띠가 생겨있다.
여명빛은 두꺼운 구름층에 가려 멀리 바다에만 여명의 띠가 생겨있다.

함백의 아침은 여명과 함께 시작된다. 오늘은 구름층이 두꺼워 동해 바다에 길게 여명의 띠가 형성되어 있고 빠르게 구름이 지나간다. 정상 돌탑 뒤편에 마련된 포인트에 자리를 잡고 여명을 담아내는데 갑자기 카메라가 작동을 멈춘다. 셔터박스가 잠시 혼란을 일으켰다. 엊그제 서비스센타에서 셔터박스 무상교체를 권유했는데 아직은 쓸만해서 가지고 다니고 있는데 오늘 이 말썽을 부릴 줄이야 서브카메라로 몇컷을 담고 다시 작동하니 오작동은 어느새 풀리고 정상으로 작동한다. 

중계소 오른쪽은 태백산 입구쪽 여기도 운해의 바다가 펼쳐진다.
중계소 오른쪽은 태백산 입구쪽 여기도 운해의 바다가 펼쳐진다.

비가 오는 장마철까지는 잘 견뎌줘야 할텐데 함백의 운해와 여명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무더기 다른 일행들이 처음 찾았는지 카메라 셋팅부터 렌즈선택까지 물어보기에 바쁘지만 내코가 석자라 대답도 제대로 못해주고 내 사진을 담는데만 열중한다. 오늘은 구름층이 두꺼워 오랫동안 여명이 지속되고 해는 구름사이를 비집고 중천에서 비추기 시작한다. 

이제 헬기장 아래 고사목지대로 발길을 옮겨 일출 빛을 담을 시간이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살아간다는 주목의 고사목에 아직도 생명이 살아 있으니 살은 천년이 다하지 않은 것 같다. 고사목과 어우러진 아침 일출과 운해도 일품이다. 

고사목과 일출
고사목과 일출
함백에서 바라본 고한읍내
함백에서 바라본 고한읍내
멀리 오투리조트의 곤돌라 종점과 그 아래로 펼쳐진 운해
멀리 오투리조트의 곤돌라 종점과 그 아래로 펼쳐진 운해

 

이제 하산길로 접어들 시간 내려오는 길 양쪽으로는 진달래가 이제 시들어가고 철쭉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분홍빛 철쭉
분홍빛 철쭉

분홍빛 철쭉사이로 간간이 피어난 연영초의 하얀 빛이 오늘따라 더 희게 느껴진다. 내려오는 발길따라 피어난 야생화 구경에 힘들이지 않고 하산한다. 

연영초
연영초
 
벌깨덩굴
벌깨덩굴

새벽부터 움직인 탓에 피곤한 몸을 잠시 만항재 낙엽송 숲에서 쉬어가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동 이끼계곡이 궁금하여 잠시 상태를 확인한다. 아직은 많이 으르다 6월 하순이나 되어야 이끼가 제대로 일 것 같은데 벌써 오갈데 없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상동이끼계곡 현재 상황
상동이끼계곡 현재 상황

사진도 때가 있는 법 기다림의 미학을 갖추어야 작품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무조건 담으면 작품이 되는 줄 아는 동호인들이 경쟁하듯 담아내는 사진엔 생명이 없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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