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난 유목민처럼 여기 있다.

천산산맥(天山山脈)의 한 자락인 쿠시대초원에서의 반나절은 내가 실크로드에 있음을 망각한 순간이었다.

천산의 초원은 비단 같다.

계곡마다 가득한 오색의 야생화들이 눈길을 사로잡고 발아래는 에델바이스가 지천이다. 설악산에서 어쩌다 마주하면 그렇게 반갑던 에델바이스! 행여 발아래 밟힐까 조심하려해도 피할 틈조차 주지 않는다.

세리목호수
세리목호수

드넓은 초록의 초원위에 하얀 파오가 점점이 보이고 푸른 호수로 흘러가는 물줄기가 초원을 가로지르고 그 주위에 소와 양, 말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을 지금 난 스치는 바람과 함께 그냥 보고 있는 것이다.

천산의 주변은 산맥에서 녹아내린 눈이 수많은 호수와 강을 이루고 있고 덕분에 사람과 가축 외에 많은 생명들이 터 잡고 살아가는 곳이다.

목동이 양떼를 이동하고 있다
목동이 양떼를 이동하고 있다

쿠시대초원은 천산산맥의 중턱 2,500mm지점의 카라준초원과 계곡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카라준초원이 야생화로 주단을 깔아놓은 천상(天上)의 화원이라면 쿠시대초원은 푸른 목초지로 이루어져 있다.

쿠시대초원
쿠시대초원

카라준초원처럼 화려한 꽃방석은 아니지만 첩첩이 주름진 계곡의 선이 아름다운 곳이 바로 쿠시대 초원이다. 일몰과 함께 서산의 빛이 비스듬히 내려와 굴곡진 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쿠시대초원
쿠시대초원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나는 천산의 한켠에 미아가 되어 쿠시대초원의 아름다운 빛을 영혼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초원은 그냥 햇살을 맞이하고 나는 그 초원에서 마음의 풍요를 담아본다.

 

                             2013. 5. 30. 천산산맥 쿠시대초원에서

 

『천산산맥(天山山脈)은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중국)에서 키르기스스탄까지 뻗어있는 산맥이다. 산맥과 그 산맥 사이에 있는 계곡과 분지는 대체로 동서방향으로 약 3,000㎞에 걸쳐 뻗어 있으며 최고봉은 포베다 산이다. 몽골족이 텡그리라고 불러서 한족이 천산으로 바꿨다, 이 천산산맥은 해발고도 3,600∼4,000m, 길이는 2,000km, 너비는 400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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