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고화소 카메라를 선호한다. 같은 값이라면 더 높은 화소수의 카메라를 선택하고자 한다. 하지만 촬영 데이터를 보관하는 것까지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소중한 내 사진을 빠르고 안전하게 저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글ㆍ사진┃김범무 기자

3600만 화소의 해상도를 갖춘 소니 A7r.

카메라의 성능이 날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이제 DSLR은 풀프레임 센서로 3600만화소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에 따라 렌즈와 주변기기의 성능도 함께 향상됐다. 최근에 출시되는 렌즈의 성능은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화질에 있어 완전무결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모델도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해상도가 높아지면 프린트 할 수 있는 크기도 더 커지고 촬영 후에 사진을 크롭해 사용하기에도 여유가 있다. 대신 촬영한 파일의 용량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저장할 수 있는 넉넉한 저장공간과 사진 파일을 빠르게 읽고 쓸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하다.

최근 출시된 3000만화소대 카메라의 RAW파일 용량을 살펴보면 약 30MB에서 80MB사이이다. 최소 용량으로 잡더라도 서른장 남짓이면 1GB에 이르는 수준이다. JPG파일과 함께 저장할 경우 한 장의 사진이 차지하는 용량은 50MB가량. 작업량이 좀 많은 사람이라면 64GB 메모리카드를 가득 채우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4K영상은 1분 촬영한 데이터가 1GB가 넘는다. 압도적인 해상력을 갖춘 만큼 용량도 크다. 사진은 4K영상을 캡쳐한 것이다.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2만장 정도 사진을 촬영하면 1TB 하드디스크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셈이다. 어느 세월에 사진 2만장을 찍겠냐 싶겠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2110만화소인 캐논 EOS 5D Mark Ⅱ로 1TB의 하드디스크를 가득 채우는데 1년 정도면 충분하다. 만약 3000만 화소 급이라면 훨씬 더 짧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보정하고 그 파일을 같은 하드디스크에 저장한다고 치면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하다. 포토샵 파일인 PSD의 용량은 레이어를 조금만 올려도 수 백MB로 증가한다. 원본사진, 포토샵 보정 사진, 완성본까지 합치면 용량은 몇 배로 늘어난다.

사진촬영뿐 아니라 영상까지 작업한다고 하면 필요한 하드디스크 용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압축률이 낮은 영상은 풀HD 영상이라 해도 그 수준이 200Mbps에 달한다. 4K 영상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4K 영상의 용량은 분당 1GB의 용량으로 계산하면 쉽다. 그나마도 압축률이 높은 파일의 예다.

클립 몇 개 촬영하면 64GB 메모리쯤은 금새 채울 수 있다. 때문에 카메라의 해상도 향상만큼이나 이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의 중요도도 높다. 아무리 좋은 사진이라 할지라도 보관할 곳이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4K 시대를 연 파나소닉 루믹스 DMC-GH4. 고해상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제품인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 저자장치가 요구된다.

하드디스크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다. 과거에는 촬영한 사진을 CD나 DVD로 구워서 보관했다. 데이터 보관용 디스크는 일반 제품보다 내구성이 우수한 대신 고가였다. 하지만 카메라 화소의 증가와 함께 사진의 용량도 커지면서 데이터를 DVD로 보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64GB 메모리 하나를 DVD로 옮긴다면 약 14장의 디스크가 필요하다.

때문에 하드디스크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하드디스크는 사용하는 시간에 영향을 받는다. PC 하드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그만큼 많이, 오래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드디스크를 사진 저장 용도로만 활용한다면 상대적으로 더 오랜 기간 동안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데이터 보관용 DVD와 같이 내구성이 특화된 하드디스크를 구입한다면 데이터 유실의 걱정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인터페이스는 SAS와 SATA를 모두 지원한다.

WD Re는 내구성에 집중한 제품이다. 오랫동안 멈추지 않고 연속으로 작동해야 하는 서버, 기업 저장장치를 고려했다. 컴퓨터와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는 SAS와 SATA를 모두 지원한다. 속도는 SAS와 SATA 모두 동일하게 6Gb/s다. 서버용 제품의 신뢰성은 상상 이상이다.

수십 명에서 수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접속하면서 동시에 들어오고 나가는 데이터의 양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CPU, 메인보드, 메모리, 하드디스크에 이르기까지 서버용 제품이 따로 출시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제품의 MTBF(Mean Time Between Failure, 장비가 수명이 다 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의 평균)는 140만 시간(SATA는 120만 시간)에 달한다. 더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내구성은 물론 RAFF, TLER 등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생길 수 있는 오류에 대한 대비까지 한 것이다.

서버는 쉼 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의 내구성이 우수해야 한다.

내구성이 우수한 제품인 만큼 사진, 영상 파일을 장기 보관하는데도 적합하다. 서버에서 사용해도 되는 수준이기에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할 때의 기대 수명은 훨씬 길다. 어쩌면 하드디스크가 망가지기 전에 이를 읽어 들이는 SATA 인터페이스가 먼저 사라질지도 모른다.

WD Re는 서버용 하드디스크다.

제품사양
인터페이스 SAS 6Gb/s, SATA 6 Gb/s
폼팩터 3.5인치
RPM 7200
용량 4TB
캐시 SATA 64MB, SAS 32MB

제품사양
인터페이스 SATA 6 Gb/s
폼팩터 3.5인치, 2.5인치
RPM 10000
용량 1TB
캐시 64MB

SSD(Solid State Drive)는 초고속 반도체를 매체로 하는 대용량 저장장치다. 하드디스크 규격으로 출시된 메모리카드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물론 메모리를 제어하는 장치는 차이가 있다. 이것의 장점은 빠른 속도와 작은 크기다. 대신 용량에 비해 가격이 매우 비싸다.

하드디스크와 SSD는 서로 다른 용도를 가지고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컴퓨터 안에서 OS와 기타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용도로 SSD를 사용하고 데이터를 저장하는 용도로는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를 권하는 이유는 비단 비용 때문만이 아니다.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읽는 데는 SSD와 하드디스크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우에는 하드디스크가 더 빠르기도 하다.

벨로시랩터를 벤치마크 프로그램으로 테스트했다. 1MB 이상의 파일을 순차적으로 쓸 때의 속도가 203.7MB로 높은 편이다.


SSD는 작은 용량의 데이터를 옮길 때 빠르게 작동하지만 큰 용량을 순차적으로 이동할 때는 벨로시랩터와 비슷하거나 다소 모자란 성능을 보였다.
벨로시랩터는 10000 RPM으로 작동하는 고속 하드디스크다.
WD 벨로시랩터는 빠른 하드디스크의 대표주자다. 하드디스크 내부의 저장공간인 원판 모양의 플래터를 무려 10000RPM으로 돌려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읽고 쓴다. 일반 하드디스크의 속도는 7200RPM이며 외장하드라면 5400RPM 정도다.
PC에서 테스트 했을 때 벨로시랩터의 속도는 읽을 때 208.4MB/s 쓸 때 203.7MB/s 가량이었다(AMD FX6100 3.3GHz, 8GB RAM 적용 시스템 기준). SSD는 같은 사양에서 읽을 때 265.9BM/s, 쓸 때 136.1MB/s 였다. 즉 벨로시랩터가 쓸 때 SSD보다 더 빠른 셈. 물론 기타 항목은 좀 더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SSD는 작은 용량의 파일을 무작위로 읽고 쓸 때 더 빨랐다. 벨로시랩터는 큰 용량의 파일을 순차적으로 쓸 때 SSD 이상의 속도를 냈다. 이 결과를 볼 때 사진, 영상과 같이 큰 용량의 파일을 처리하는 경우 벨로시랩터는 SSD에 전혀 뒤처지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소요되는 비용은 SSD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인터페이스는 SATA 6Gb/s다.
이렇게 컴퓨터를 꾸미면 어떨까? OS와 프로그램은 SSD에 설치하고 파일의 저장은 안정성이 뛰어난 Re에 한 다음 편집이 필요할 때마다 작업 파일을 벨로시랩터에 옮겨서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할 지 모른다. 하지만 프로 작가들은 종종 아주 작은 차이에 큰 비용을 지불하고는 한다. 당시 그 액수가 다소 크게 보일지라도 작업을 할 때에는 작은 차이가 쌓여 투자한 비용보다 더 큰 이익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VDC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