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앤드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집단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초급자에게는 다양한 지점을 고루 만족시켜주는 만능 카메라지만 중상급자의 손으로 옮겨가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만다. 다양한 기능, 고배율 줌렌즈 등의 장점을 가진 대신 보급형 DSLR 혹은 미러리스 카메라와 맞먹는 크기와 가격 때문에 이 같은 시선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두 가지 관점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하이앤드 카메라는 없을까? 바로 그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탄생한 카메라가 라이카 V-LUX4다.

글ㆍ사진┃채동우 기자

접사모드로 촬영한 사진. 풀잎의 경우 역광 촬영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화질을 보여준다.

제품사양 <가격 : 137만원>
렌즈
Leica DC Vario-Elmarit 4.5-108mm F2.8
(환산 약 25-600mm)
줌 광학 24배 줌
매크로 모드 최대 광각 영역에서 1cm
초점 방식 자동, 마이크로줌, 얼굴인식, AF트레킹
이미지센서 1/2.3″ 1280만 화소
이미지 포맷 16:9, 3:2, 4:3, 1:1
장면모드
인물, 소프트 스킨, 셀프, 풍경, 파노라마, 스포츠,
야경, HDR 등
촬영모드 프로그램, 조리개 우선, 셔터스피드 우선, 매뉴얼
노출 측광 방식 멀티 패턴, 중앙 중점, 스팟
ISO 설정 자동, 80~6400
셔터 스피드 60초~1/4000초
플래시 모드
자동, 적목감소, 강제발광, 적목수정, 발광금지,
슬로우싱크
플래시 범위 30cm~13.5m(Wide/ISO Auto),
1.0m~13.5m(Tele/ISO Auto)
LCD 3.0인치 TFT LCD, 460,000화소
저장 매체 SD카드, 내장메모리 70MB
크기 125 X 86.6 X 110.2mm
무게 589.5g(베터리 포함)

F2.8 최대개방에서 환산화각 75mm 정도로 촬영했다.

1:1 포맷으로 촬영한 사진. 3:2나 4:3 포맷과는 다른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고배율 줌렌즈를 통한 다양한 표현

일반적으로 하이앤드 카메라는 고성능 줌렌즈를 탑재한 경우가 많다. 콤팩트 카메라는 작아야만 한다는 통념 때문에 렌즈 크기를 키울 수도 없고 덩달아 기능상에 많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하이앤드 카메라는 그렇지 않다. 중급기 DSLR 크기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렌즈를 설계할 수 있고 촬영의 편의성을 극대화시키는 액정 디자인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다. 쉽게 말해 하이앤드 카메라는 콤팩트 카메라와 DSLR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기종이다. 그러나 이런 시선은 기종 분류를 기계적인 측면만 보고 일직선으로 단순화했을 때 그릴 수 있는 도식이다. 카메라를 정의하는 관점의 각도를 조금만 틀면 하이앤드 카메라는 애매한 포지션이 아니다. 물리적 경제성, 즉 촬영 시 필요한 장비의 무게나 개수를 고려한다면 하이앤드 카메라가 모든 면에서 고루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기종이다.

그렇다면 라이카 V-LUX4는 어떤 면에서 칭찬할 수 있는 카메라일까. 일단 F2.8 고정 Vario-Elmarit 4.5-108mm렌즈가 눈에 띈다. 이는 풀프레임 환산 25-600mm로 광각영역과 망원 영역을 빠짐없이 커버한다. 특히 최대 광각, 최대 망원의 조리개 값이 F2.8로 같다는 점은 이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센서크기가 콤팩트카메라와 같기 때문에 DSLR 정도의 심도표현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이 같은 넓은 화각을 커버하는 렌즈를 장착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가 작은 센서크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망원영역에서 유용한 기능인 손떨림 방지도 꽤 우수하다. 이 또한 작은 센서크기 덕에 최대 망원인 환산 600mm에서 셔터스피드 1/15~1/30초 정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최근 콤팩트카메라의 주요 장점인 접사기능도 훌륭하다. 최대광각 영역에서 최단촬영거리가 1cm에 불과해 접사기능을 이용하면 색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센서크기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단 하나의 장비로 다양한 표현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최대 광각, 최대 망원 비교 사진. 광각사진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불상의 머리 위 동전을 확인할 수 있다.

편의성을 겸비한 만능 재주꾼

대부분의 콤팩트 카메라가 크기에 비해 많은 기능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바로 바디 크기를 줄이기 위해 파인더를 생략하는 것이다. 작아야만 한다는 통념을 거스를 수 없는데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싸우기 위해 더 많은 기능을 우겨넣어야 하기 때문. 이는 태생적인 한계이자 물리적인 한계다. 액정만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것과 파인더를 통해 피사체를 가늠하고 사진을 찍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파인더 유무는 조금 과장해 말하자면 이 기기가 카메라인지 아닌지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롯이 피사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이기 때문. 더불어 파인더를 보면 제대로 파지한 카메라는 흔들림도 줄일 수 있다. V-LUX4는 전작에 비해 훨씬 높은 해상도의 EVF를 장착해 이질감을 줄였으며 시도보정장치까지 탑재했다. 다만 파인더의 크기가 작아 갑갑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프리앵글 LCD도 V-LUX4의 장점이다. 콤팩트 카메라는 바디의 두께를 줄이기 위해 후면액정이 고정이거나 틸트 각도가 제한적이다. 그러나 V-LUX4의 프리앵글 LCD는 어떤 각도든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아주 낮은 곳에서 세로 로우앵글로 촬영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셀프카메라도 찍을 수 있다.

다양한 이미지 비율 지원으로 색다른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16:9, 3:2, 4:3, 1:1까지 총 4가지 화면비율을 지원한다. 물론 물리적으로는 트리밍과 같은 방식이긴 하나 파인더나 액정을 통해 구도를 잡고 다양한 화면 비율로 사진을 찍는 행위는 촬영이 끝난 사진을 잘라내는 것과 전혀 다른 느낌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DSLR을 축소시킨 듯한 전형적인 하이앤드 카메라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러나 V-LUX4의 다양하고 우수한 기능과 광각과 망원, 접사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표현의 자유로움은 누가 봐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다. 이런 장점들이 바로 V-LUX4를 단순히 초급자용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최대 광각 영역은 환산화각 25mm 정도다. 꽤 넓은 장면을 찍을 수 있다.

암부와 명부가 골고루 잘 표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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