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매거진 Body
궁극의 스냅 슈터, GR3 체험기

한정된 기간 속에서 매번 깊이 있는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언제나 일을 붙잡고 지내왔다. 일탈과 휴식을 위해 제주도까지 내려갔건만, 여행가는 와중에도 가져가는 가방에는 이번 호에서 리뷰하기로 한 장비들이 한 아름이었다. 도착 첫날은 본격적인 제주도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저마다 한 덩치 자랑하는 카메라들을 끌고 다니느라 지쳐 침대에서 하루를 보냈다. 어쩌면 끌려다닌 건 필자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과감해지지 않으면 주변만 서성이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날 아침, 업무에 대한 걱정과 크고 무거운 풀프레임 카메라를 모두 내려놓고 가방 한 편에 넣어두었던 자그마한 GR3를 꺼내 가볍게 숙소 주변 산책을 나섰다.

견고한 만듦새, 편리한 조작성
완성도 높은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

리코의 GR 시리즈는 사진을 가볍게 즐기기에 특화된 렌즈 일체형 콤팩트 카메라의 형태이지만 전문 사진작가들의 서브 카메라로도 활용되는 프리미엄 기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흔히 스냅 포토그래피라 부르는, 자유로운 촬영 기법 아래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 분야를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고 있다. 사실, 필자가 이번에 함께하게 된 GR3의 외관에 대한 첫인상은 시중의 여타 콤팩트 카메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주머니에도 쉽게 들어가는 작은 크기, 가벼운 무게. 무엇이 특별한 걸까?

GR3에 대한 반전은 손으로 카메라를 쥐었을 때부터 시작됐다. 메탈 소재로 제작돼 매우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적당한 곡선과 마찰력 있는 재질들이 안팎으로 더해져 안정적인 그립감을 주었다. 조작계의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모든 버튼들이 한 손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게끔 기기의 오른쪽에 배치하고 입체감 있게 디자인해 누르기에 편리했다. 특히 상단 셔터 버튼을 큼지막하게 제작한 것이 압권인데, 검지에 알맞은 크기로 소위 사진 애호가들이 말하는 ‘손맛’이라는 경쾌한 조작감을 느끼기에 적절했다. 한눈에 보더라도 견고하고 조작성이 뛰어난 완성도 높은 바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형 센서와 좋은 렌즈의 조합
뛰어난 이미지 품질

GR 시리즈의 진가는 이미지 퀄리티에 있다. 결과물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GR3의 기계적인 스펙을 먼저 알아보자. GR3는 콤팩트 카메라지만, 시중의 일반적인 모델들이 1인치 크기의 센서를 탑재하는 데 반해 무려 APS-C 판형의 대형 센서가 탑재됐다. 화소도 약 2424만에 달한다. 크롭 센서 판형의 DSLR/미러리스 카메라 급의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렌즈의 광학 설계 또한 수준급이다. 35mm 환산 28mm 화각의 단초점 렌즈가 탑재됐는데, 총 4군 6매의 구성으로 그 안에는 비구면 렌즈 2매가 포함됐다. 뛰어난 선예도와 색 수차 억제력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른 아침, 해가 막 떠오른 관광지의 모습을 GR3로 담아봤다. 이국적인 형태와 색을 가진 건물들과 그 사이로 떨어지는 빛이 매력적인 곳이었다. 광량이 풍부하다면 대부분의 이미지 센서는 꽤 준수한 퀄리티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하지만 빛이 부족하거나 역광처럼 밝고 어두운 부분의 대비가 큰 환경에서는 센서의 크기가 화질을 좌우한다. 센서가 클수록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암부의 디테일을 더욱 깨끗하게 복원할 수 있게 된다. 다음의 사진은 역광 상황에서 촬영 후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암부를 보정한 결과물이다. 디테일과 색이 크게 무너지지 않고 깨끗하게 복원됨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1인치 콤팩트 카메라와는 차원이 다른 품질이다.

순간의 기록에 충실한 카메라
지금까지 필자가 사용해본 소감을 정리해보자면 GR3는 콤팩트 카메라의 강점인 휴대성과 견고한 만듦새, 사용자 중심의 편리한 인터페이스, 그리고 사진을 진지하게 대하는 DSLR/미러리스 카메라 유저들도 만족할 만한 뛰어난 이미지 표현력을 가진 카메라라는 것이다. 이 밖에 기능적인 장점에 대해 덧붙이자면 위상차 AF와 콘트라스트 AF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AF 시스템을 탑재해 빠르고 정확한 AF 성능을 보여준다는 것과 매크로 기능으로 피사체에 아주 가깝게 다가가 촬영할 수 있다는 것, 카메라 자체적으로 크롭 기능을 탑재해 화소의 일부만을 사용하는 대신 환산 35mm, 50mm 화각을 추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강력한 손 떨림 보정 기능의 탑재 그리고 다양한 컬러 이펙트를 통해 독특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 정도가 있겠다. 사실 짧은 시간 동안 기기가 가진 모든 매력을 전달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카메라를 다뤄본 입장에서 바라본 GR3는 민첩하고 편리하며, 빠르게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을 낚아챈다는 스냅 촬영의 본질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궁극의 스냅용 카메라, 그 명성이 부끄럽지 않은 기기이다.

본 리뷰에 사용된 카메라는 GR3의 Street Edition으로, 메탈릭 그레이 컬러 바디와 오렌지-옐로우 색상이 가미된 링 캡이 포함된 한정 모델이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지정된 거리에 초점을 맞춰 촬영할 수 있는 풀 프레스 기능과 특별한 그래픽의 전원 종료 화면이 추가되었다.

박지인 기자  wldls9077_vdcm@naver.com

<저작권자 © 월간VDC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지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