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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벗삼아 1400년 전 백제의 밤을 거닐다

삼국시대의 찬란했던 역사와 유물을 간직하고 있는 백제의 수도 부여.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곳곳에 백제의 숨결이 서려있는 유적과 유물들을 간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왕궁 터를 재현한 백제문화단지는 4월부터 11월 야간개장을 통해 그 위상을 한층 더 발휘하고 있다. 올 여름 특히나 지루했던 긴 장마와 무더위가 걷히고 선선해진 이 가을밤. 달빛을 벗 삼아 1400년 전 찬란했던 백제의 밤을 느껴본다.

정양문 - 5D MARK4 / 16mm / F13, 15sec / ISO400

백제 문화단지는 충청남도 부여군 합정리 일원, 100만평에 이르는 대지에 8,077억 원을 투자하여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총 17년간의 역사적인 대장정으로 유적들을 복원한 곳이다. 백제 왕궁인 사비궁, 대표적 사찰인 능사, 계층별 주거문화를 보여주는 생활문화마을, 개국 초기 궁성인 위례성, 대표적 묘제를 보여주는 고분공원,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백제역사문화관 등 1,400년 전 문화대국이었던 백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계절 내내 많은 관광객들과 사진가들이 방문해 사진을 담아가지만, 4월부터 11월까지 금. 토. 일요일에만 개방되는 백제문화단지의 야경과 함께 추억을 담아가는 이는 많지는 않다.

천정문과 전정전 - 5D MARK4 / 70mm / F11, 30sec / ISO100

해가 지고 문화단지에 불빛이 들어오면 백제왕궁이 지니고 있는 야경의 아름다움과 그 위용에 압도되어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먼저 문화단지의 정문격인 정양문(正陽門)을 맞이하는데 해가 가장 높이 떠 온 세상을 밝고 환하게 비출 때를 정양이라고 해서 정양문이라 일컫는다. 정양문을 통과하면 우리나라 삼국시대 중 왕궁의 모습을 최초로 재현한 대백제의 사비궁과 천정전을 마주한다, 천정전(天政殿)은 사비궁의 정전으로 국가의 큰 정사를 하늘에 고하여 결정했다는 천정대(충청남도 기념물 제49호)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신하들이 왕에게 신년을 맞이하여 인사를 드리거나 왕의 즉위식등 각종 국가의식을 거행하였고, 외국의 사신을 맞이하던 사비궁 내 가장 중요한 건물이었다. 낮과는 달리 밤이 보여주는 사비궁, 일몰 직후의 하늘빛과 함께 이루는 천정문과 천정전은 마치 영화의 멋진 배경을 보는듯하다.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오기를 추천한다.

인덕전 - 5D MARK4 / 16mm / F11, 15sec / ISO400

천정문의 왼쪽은 서궁이 자리하고 있으며, 서궁은 외전과 내전으로 나뉘어지고 외전인 인덕전(麟德殿)은 신하들의 집무공간이다. 인덕전이라는 이름은 태평성대에 나타난다는 영물인 기린(麒麟)의 덕을 의미하며, 무관도 덕을 행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서궁의 정전인 무덕전(武德殿)은 왕이 평소 무관에 관한 집무를 보던 곳으로 무덕전의 무(武)는 서쪽을 의미한다. 이곳의 두 건물은 차이를 두어 만들었는데 왕이 집무를 보는 무덕전은 인덕전보다 기단이 높고 인덕전 처마와는 다르게 기둥 위에 45도로 돌출된 하앙을 두어 처마를 높게 하였으며 용마루 양쪽에 치미를 올려서 왕의 품격에 맞추어 제작되었다.

능사의 오층목탑 - 5D MARK4 / 16mm / F9, 15sec / ISO400

사비궁을 나와 오른쪽으로는 높이 38m의 웅장하게 세워진 오층 목탑이 세워져있는 능사가 나온다. 능사(陵寺)는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 세운 백제 왕실의 사찰로 세계문화유산인 능산리 유적에서 발굴된 원형과 같은 크기로 재현하였다. 능사의 재현을 위해서 부여읍 동남리에서 출토된 금동탑 편의 하양양식과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익산미륵사지석탑을 참고하였고, 백제시대의 대표적인 가람배치인 중문-탑-금당-강당이 일직선으로 배치하도록 하였다. 능사안의 오층 목탑은 38m높이의 목탑을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채 끼워 맞추는 전통기법으로 건축하여 1400년 전 건축기술의 진가를 보여주는 건물이다. 가장 꼭대기에 있는 상륜(上輪)의 몸통은 구리로 제작되었고, 표면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13호인 칠장이 도금의 방법이 아닌 순금을 손수 수작업으로 정성들여 입힌 후 정제된 옻칠을 한 것이라고 한다. 능사를 나오면 연못귀퉁이에 위치한 정자를 볼 수 있는데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수경정이다. 수경정(水鏡亭)은 7월이면 연꽃에 둘러 쌓인 모습이 장관일뿐만 아니라 연꽃이 피기 전 초봄에는 능사의 오층석탑의 반영을 담을 수 있어 많은 사진가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장소이기도하다.

수경전 - 5D MARK4 / 35mm / F9, 15sec / ISO400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의 야간개장이라 찬란했던 백제의 밤 마실을 충족하기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1년 내내 야간개장이 이루어져 자연이 기지개를 켜는 봄의 기운과 소복이 쌓인 눈을 밟으며 1400년 전의 백제의 겨울밤 또한 감상에 젖어들고 싶다.

촬영팁
1. 야경을 담기위한 삼각대는 필수이다.
2. 해가 진 후 30분 이내에 촬영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해가 진 직후의 하늘은 붉은 노을이나 검푸른 색의 하늘 배경이 나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검은색이 짙어지기 때문이다.
3. 고풍스러운 모습을 넓게 담기위해서는 광각계열의 렌즈를 준비해간다.
4. 야경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예쁜 빛 갈림을 담기위해서는 조리개는 F8~F11이 적당하다. 조리개를 너무 조이면 날카로운 빛 갈림으로 인해 예민한 사진이 될 수 있다.

이진우 기자  21jij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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