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초기, 라이카 Q 시리즈의 신제품을 리뷰하는 선임 기자를 보며 언젠가 신뢰받는 기자가 되면 많은 카메라 유저들이 동경하는 라이카의 M 시리즈 모델에 대해 다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M 시리즈는 1954년부터 현재까지, 약 65년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철학과 신념을 유지하며 업계의 동향에 발맞추어 발전해 온 이들의 모델에서는 카메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까지 살펴볼 수 있다. 카메라라는 도구와 사진의 본질적인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번 10월 호를 준비하면서 M 시리즈의 최신작 M10-R을 체험해보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필자가 체험한 3일간의 기록과 경험에 대해 공유해본다. 

 

글·사진 박지인 기자

 

M 시리즈는 1932년 개발된 RF 매커니즘을 오늘날까지도 활용하고 있다. 88년 전 촬영 방식이라는 뜻이다. 자동으로 조정되는 ISO와 셔터 스피드, 라이브 뷰 등 디지털적인 요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뷰파인더를 통한 포커싱 과정에서만큼은 철저하게 옛날 아날로그 형태를 그대로 따른다. 수동으로 파인더 안 두 개의 상을 일치시켜 초점을 잡는 이중합치 방식. 셔터 누를 때의 미세한 떨림이나 손끝의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틀어진 결과물을 얻게 된다. 사진 한 장을 만드는 데 대단한 노력과 시간을 요하는 카메라다.

 

고속연사나 AF 기능과 같이 뛰어난 기계적 퍼포먼스나 촬영에서의 편의성을 추구하는 카메라가 아님에도 모든 사진 애호가들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이 M 시리즈를 사용하는 것을 꿈꾼다. 흔들림 없는 철학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라이카는 본인들의 제품을 사진 찍는 '경험'을 전달하는 카메라라고 설명하고 있다. M 시리즈는 촬영자와 카메라를 완전히 분리된 개체로 만들어준다. 카메라가 기록하는 도구의 역할에만 충실하기에 촬영자는 스토리텔러로서 순간의 해석에 집중하게 된다. 삶을 우연의 연속이라 하지만 실상은 원인과 결과로 이루어지는 타이밍 승부의 반복이다. 카메라를 잡으면 이러한 점들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는 데, 그 찰나의 의미에 대해 온전히 깊게 생각하고 기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렇게 만들어진 사진 한 장 한 장이 라이카가 말하는 M 시리즈의 경험이다.

실용성을 비교하며 그저 감성을 만들어내는 사치품이나 허세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모든 제품이 그러하듯 제 쓸모를 다할 때 비로소 빛이 나는 법, 라이카의 M 시리즈는 과정의 가치를 이해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하이엔드 카메라다. 그 동안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은 4천만 고화소 모델 M10-R의 등장으로 더욱 풍부하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졌다. 사람의 시간과 노력으로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전하는 세공 장인들의 보석같은 사진을 남기고 싶은 이들이라면 꼭 한 번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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