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녁을 걷다

소이산전망대

낮선 이름이지만 분명 우리는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몇몇 진사님들이 가을이면 한번씩 드넓은 철원평야를 담으러 찾아오는 곳이다. 본래 철원평야는 고대산 정상에서 조망해야 멀리 북녘땅까지 바라볼 수 있는데 촬영장비를 메고 해발고도 832m를 등산하기가 만만치 않기에 나지막한 앞산인 소이산에 오른다.

이곳은 한탄강지질공원으로 지징되어 한탄강지오트레일의 숲속생태길로 지정되어 최근에는 걷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6.25 한국전쟁의 상처가 남아있는 백마고지와 철원 노동당사를 기억하고 있다면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철원 노동당사 맞은편에 나지막한 야산이 바로 소이산이다. 네비게이션으로 찾아갈때는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사요리 산4를 검색하면 친절하게 소이산 입구까지 안내해 준다.

산 입구에는 승용차 다섯 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접근이 용이 하다. 등로는 군사시설이 있던 곳이라 트레킹 하기에 좋은 길

그렇다고 만만하게 산을 오르는건 금물이다. 낮은 산임에도 경사도가 꽤나 있는 산이라 한번은 숨을 몰아쉬어야 도착 할 수 있다.

산을 오르며 길가엔 가을을 감상하는 야생화들과 곤충들이 겨울채비에 바쁘다. 이런 저런 시선에 셔터를 누르다 보면 어느새 두 개의 정상이 갈라지는 능선에 도착하게 된다. 먼저 전망대는 우측 데크게단을 따라 몇걸음만 옮기면 금사한 팔각 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아래쪽엔 여러 개의 의자가 조성되어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담소를 나누기에도 적당하게 조성 되어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비로소 우측 포천 명성산의 바위가 하얗게 보이고 시선을 왼쪽으로 천천히 옮겨가다 보면 넓은 저수지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겨울철새인 두루미와 단정학이 겨울나기를 위해 찾아오는 학저수지다 그 위로는 양지리와 이길리인데 올여름 홍수에 침수가 되어 올해는 철새탐조가 수월하지 않다. 좀더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노동당사가 코앞에 걸리고 바로 옆 검문소를 통과하는 덤프트럭의 행렬이 끊이질 않는다. 홍수때 피해를 입은 하천을 복구하기 위해 아직도 많은 중장비들이 활발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검문소를 기준으로 왼쪽의 넓은 평야지대 대부분이 6.25 한국전쟁 당시 회복된 곡창지대로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인 DMZ이다. 몇해전 까지만 해도 지인이 이곳에서 거주하며 벼농사를 짓고 있다가 뜻하지 않게 먼저 저세상 사람이 되어 발길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 발길을 돌려 또 다른 전망대로 향한다. 이곳은 본래 군사시설로 이용되던 곳이라 아직도 지하 벙커와 군 내무반 헬기장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일부를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문화해설사를 상주시켜 개방하고 있다.

헬기장으로 오르는 길 한쪽에는 메모리얼 공간이 만들어 전쟁에 쓰였던 작은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쟁의 아픔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수 있다.

 

전시된 물품들은 곡사포 탄피, 크레모어 폭탄. 진흙으로 범벅이 된군화 등 다양한 전시물이 전시되어 있고 지하벙커에서 더 자세하게 탐독할 수 있다. 헬기장은 지하벙커를 통하거나 우측에 오솔길처럼 오르는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된다.

이곳에도 천국의 계단이 있으니 바로 이 계단이다.

정상부 헬기장에 올라서면 처음본 전망대 보다는 더 시원하게 철원평야를 감상할 수 있다. 올라서는 순간 막혔던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 이랄까?

한낮에 달궈진 철재 바닥은 따끈따끈하게 데워진 구들장처럼 따뜻해 서늘하게부는 바람에도 바닥에 않게 된다.

들판은 벌써 많은 곳이 벼베기가 끝나고 민통선 안쪽만 아직 남아 있다. 철원은 후삼국 시대 궁예가 세운 도읍지이기도 한데 바로 이 넓은 곡창지대에서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나라를 세우기위해 이곳을 도읍지로 정했으리라.

태봉국 철원성은 비무장지대 안쪽에 위치해 있어 유엔사의 허락을 받아야 출입할 수 있는 금단의 땅이다. 잠시 고개를 숙여 올라오기전 보행을 하며 통일을 기원하던 행객의 모습을 떠올리며 통일의 염원을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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