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캐논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는 슬로건 아래 두 가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EOS R5와 EOS R6를 정식 출시했다. 두 모델은 캐논의 전성시대, 풀프레임 DSLR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5D 시리즈와 6D 시리즈의 컨셉을 미러리스라는 기기가 가진 기계적 특성 아래 재현해 앞으로의 미러리스 카메라 시대에서도 그 위상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현재 출시된 두 모델 중 화제의 중심에 있는 건 EOS R5다. 약 4500만의 고화소, 최대 20fps의 고속연사, 8K 논크롭 RAW 비디오 레코딩 등 전례 없던 기능들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11월 호에서 VDCM은 EOS R6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화제성은 비교적 적지만 특징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심상치 않은 스펙임을 알 수 있다. 캐논이 그리는 새로운 시대의 주역에는 EOS R5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EOS R5의 핵심 기능들을 공유하고 있는 EOS R6 또한 혁신이나 혁명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기기다. 캐논의 차세대 올어라운드 플레이어, EOS R6에 대해 소개한다.

글·사진 박지인 기자



초경량 풀프레임 DSLR, 6D의 계승

EOS 6D 시리즈는 누구나 풀프레임 DSLR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기 위해 기획된 라인업이었다. 약 680g의 세계 최경량급 무게와 작은 크기로 기존 상위 모델들이 가진 휴대성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당시의 최신 기술들을 반영해 서브 카메라를 찾는 기존 유저들과 풀프레임 바디로 입문하고자 했던 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EOS R6는 소형•경량의 디자인과 설계, 최신 기술의 반영으로 지난 EOS 6D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충실하게 실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본체 기준 약 600g으로 전작 EOS R과 비슷한 무게를 가지며, 크기 또한 미묘한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IS 유닛의 탑재, 듀얼 슬롯 채용 등 기능상의 발전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비슷한 촬영 감각을 유지하면서 보다 뛰어난 기술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브 카메라와 기기변경을 생각하고 있는 유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EOS-1D X Mark III 이미지 시스템

EOS R6는 캐논의 최신 플래그십 DSLR EOS-1D X Mark III의 광학·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 시스템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약 2010만의 화소의 CMOS 이미지 센서와 최신 영상 엔진 DIGIC X. 프레스 분야의 프로페셔널 유저를 위해 개발된 만큼 캐논이 그간 보여준 이미지 시스템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의 결과물을 보장하는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러리스 카메라에 최적화한 이번 EOS R6는 기존 시리즈의 EOS R과 EOS RP 대비 이미지의 해상력과 고감도, 노이즈 억제력 등을 크게 개선했고, 특히 데이터 처리 속도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 약 20fps의 고속연사와 화각 손실 없는 4K 60p 비디오 레코딩, 새로운 Dual Pixel CMOS AF II 등의 기능을 실현했다.

 


극강의 연사 촬영 성능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은 화소를 바탕으로 재현하는 하나의 색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약 2010만의 비교적 적은 화소 수를 채택한 EOS R6는 DIGIC X의 고속 데이터 처리를 바탕으로 AF/AE 추적 기능이 활성화된 상황에서도 전자식 셔터를 통해 최대 초당 20장을 촬영하는 극적인 고속 촬영 성능을 실현했다. 무소음에 가까운 전자식 셔터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물 촬영 환경이나 정숙함을 요하는 뮤지컬, 음악회 등의 행사 촬영, 인터뷰 촬영 등에 매우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셔터 음이 발생하는 기계식 셔터 활용 시에는 AF/AE 추적과 함께 최대 12fps의 촬영 속도를 지원한다. 인물 촬영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조용한 전자식 셔터가 불리하게 작용될 때도 있는데, 기계식 셔터를 사용하더라도 동적인 촬영에 대응할 수 있는 연사 퍼포먼스를 갖춰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는 데 제약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캐논 EOS 시리즈 최초 내장 IS 지원

IS는 Image Stabilizer의 약자로, 촬영 간의 흔들림을 보정해 활용 가능한 셔터 스피드 폭을 극적으로 넓히는 기능이다. 캐논은 기존까지 사진 촬영에서는 렌즈의 광학 IS 기능으로, 영상 촬영에서는 화각을 손실하는 대신 전자식으로 IS 기능을 구현하는 데 그쳐 아쉬움이 남았지만, EOS R5와 EOS R6는 캐논 EOS 시리즈 최초로 카메라 내장 5축 센서 시프트식 손떨림 보정 기능을 탑재했다. 어떠한 렌즈를 활용하더라도 카메라의 IS 기능을 통해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삼각대 없이 저조도 상황과 마주하더라도 과감하게 셔터 스피드를 낮춰 ISO 감도의 손실 없이 촬영에 필요한 빛을 확보할 수 있고, 영상 촬영에서는 손으로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할 때 장면의 거친 흔들림을 줄이고 부드러운 영상미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이번 IS 기능의 탑재가 주목받는 이유는 IS 기능을 탑재한 렌즈를 같이 활용하면 더욱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인데, 최대 8스톱에 이르는 셔터 스피드를 확보할 수 있다. 렌즈에 따라 지원하는 효과의 최대치는 다르지만, 캐논의 탄탄한 렌즈군을 생각했을 때 강력한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AF 기술의 도입

빠른 속도와 정확도, 특히 영상 촬영에서의 부드러운 초점이동과 안정성으로 유저들의 찬사를 받아 온 Dual Pixel CMOS AF의 속도와 정밀도를 한층 더 끌어올린 업그레이드 버전, Dual Pixel CMOS AF II가 적용됐다. 전작인 EOS R의 AF 대비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져 자동 선택 AF 시 촬상면의 100%, 즉 이미지 전 구역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피사체가 화면의 어느 영역에 있더라도 AF를 통해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뜻이다. 최대 1053개의 영역으로 이미지를 촘촘하게 분할해 AF 정밀도 또한 월등히 높다.

사람이나 동물에 대한 피사체 인식 및 추적 성능도 상향됐다. DIGIC X의 최신 알고리즘으로 인물의 눈을 더욱 정확하게 검출하며, 딥 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에는 인식하기 어려웠던 파사체의 머리 검출이 가능하게 됐다. 사람의 정면이나 옆면, 뒤를 돌아있는 상황에서도 눈과 얼굴, 머리를 연속적으로 검출하며 초점을 유지해 순간의 포착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동물을 촬영할 경우에는 피사체의 몸과 얼굴, 눈을 검출한다.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운 동물 촬영 분야에서는 피사체의 인식과 부분 검출만큼 추적 기능이 큰 역할을 하는데, EOS R6는 EOS-1D X Mark III의 추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개발돼 촬영 대상이 화상에서 벗어났다 갑자기 나타나거나, 갑작스럽게 빠른 움직임을 보이더라도 한번 추적을 시작하면 촬영 상황이 급변하더라도 안정적으로 피사체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프레스용 카메라에 준하는 연사 성능을 갖춘 만큼 눈으로도 쫓기 어려운 결정적인 순간을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페셔널 급 영상 기능

같이 출시된 EOS R5의 8K 논크롭 RAW 내장 레코딩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영상 기능 덕분에 EOS R6의 영상 레코딩 스펙이 크게 화제가 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단언컨대 캐논이 그간 보여준 어느 기기보다도 뛰어난 성능으로 프로페셔널 유저가 원하는 대부분의 요소들을 실현하고 있다. 4K 해상도에서 최대 60프레임의 내장 녹화가 가능하며, 5.1K로부터의 오버샘플링이 적용돼 센서의 화질과 심도를 그대로 살린 생생한 표현력을 보여준다. FHD 해상도에서는 120프레임까지 지원한다. 전작인 EOS R과 EOS RP 유저들의 아쉬운 점으로 꼽혔던 슬로우 모션의 폭을 확장해 더욱 극적인 표현이 가능해졌다. 또한 시네마 EOS 시스템의 10bit Canon Log를 지원해 빛의 밝기 차가 큰 환경에서도 암부와 하이라이트 부의 디테일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으며, 포스트 프로덕션 유저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극적인 컬러 그레이딩 표현력을 보여준다. 10bit HDR PQ 기능도 탑재하고 있어 컬러 그레이딩 없이도 HDR 호환 디스플레이에서 즉각적으로 풍부한 계조의 영상을 활용할 수 있다.

 


총평

EOS R5가 현재의 니즈보다 한 발 더 앞서나가는, 카메라 시장의 판도를 바꿀 캐논의 전략무기이자 게임 체인져라면 EOS R6는 현 시장의 니즈에 발맞춰 개발한 가장 안정적이고 활용도 높은 카메라라고 할 수 있다. EOS R5가 현존하는 캐논의 라인업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지닌 카메라임은 확실하지만, 그 혁신성을 온전히 활용하려면 메모리 카드나 컴퓨터 등 워크플로우의 대부분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당장 부담 없이 촬영에 나설 수 있는 카메라를 선택한다면 EOS R6가 더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는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하나의 대안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카메라 시장의 명백한 트렌드가 됐다. EOS R6는 캐논과 미래의 사진 생활을 함께 하기를 선택한 이들에게 매력적인 초대장이 될 것이다.

 

SPEC

제품명

EOS R6

마운트

캐논 RF 마운트

센서

풀프레임 CMOS 센서

유효 화소

약 2010만

AF

Dual Pixel CMOS AF II

이미지 기록 형식

RAW, HEIF, JPEG

영상 레코딩

MP4, 4K 60p/FHD 120p, 캐논 Log 및 HDR PQ 지원

메모리 슬롯

SD 카드 듀얼 슬롯

크기

약 138.4×97.5×88.4mm

무게

본체 약 598g/배터리 및 메모리 카드 포함 약 68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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