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하반기 니콘은 Z 6, Z 7 두 가지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와 새롭게 개발한 대구경 Z 마운트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미러리스 시장에 진입했다. 오랜 시간 호평을 받아온 전통적인 디자인과 조작법을 계승하고, 한편으로는 DSLR이 가진 여러 기술적 한계들을 개선해 기존 니콘 카메라를 사용해 온 유저들과 니콘의 새로운 시도에 주목하던 카메라 애호가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동안 Z 마운트용 렌즈 개발에 집중하면서 내실을 다져오던 니콘이 최근에는 유저층을 넓히기 위한 대중적인 바디의 출시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지난 2월 APS-C 규격의 센서를 탑재한 Z 50을 선보인데 이어 이번에는 풀프레임 센서 모델 Z 5를 내놓았다. 새롭게 선보이는 니콘의 Z 5은 어떤 모습일지, VDCM이 직접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글·사진 박지인 기자

 

핵심 시스템의 유지와 발전

 

이전까지 니콘의 Z 시리즈 라인업에 등재된 모델은 총 3종이었다. 전문가와 하이아마추어를 겨냥한 중급기 Z 6와 Z 7, 그리고 대중들의 카메라 진입 장벽을 낮추는 입문기 Z 50. 새롭게 등장한 Z 5는 그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절묘한 포지셔닝을 보여준다. 수준 높은 결과물을 보장하는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하고, 최신 광학 기술이 집약된 Z 렌즈를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 가격까지 합리적인 선택지. 기존 중급기 모델 유저들에게는 사용 중인 기기에 준하는 화질과 이질감 없이 통일된 조작성을 가진 서브 바디, 또 풀프레임으로의 기기변경이나 입문을 고려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니콘의 하이퀄리티 이미지를 경험할 수 있는 카메라라는 것이 이번 Z 5의 컨셉이라고 할 수 있겠다.

Z 5의 디자인과 조작계는 앞서 말한 제품의 컨셉에 충실하게 부합하고 있는 모습이다. 모든 손가락으로 감싸 쥘 수 있는 안정된 그립부, 초점 포인트 조작이 가능한 서브 셀렉터, 셔터 주위에 배치된 ISO 및 노출 조절 버튼 등 촬영 시 잦은 조작이 필요한 기능들의 대부분을 상급기인 Z 6, Z 7과 공유했다. 기존 시리즈 모델들을 사용해 본 유저들이라면 이러한 조작계가 친숙하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된 부분도 찾아볼 수 있다. 상단 우측의 LCD 보조 상태 표시 패널이 삭제되고, 좌측 촬영 모드 다이얼이 위치를 옮겨갔다. 이는 보급기로 출시됐던 Z 50의 외관에서 보여줬던 특징이다. 보다 심플한 구성으로 조작에 대한 직관성을 높였다.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는 메모리 카드 슬롯에 있다. 기존 XQD 및 CFexpress 단독 슬롯 시스템에서 SD 카드 듀얼 슬롯 형태로 교체됐다. 데이터의 보관을 중요시하는 프로페셔널 유저들을 위한 기능으로, 먼저 출시됐던 두 상급기에는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던 요소다. 이번 Z 5는 가려웠던 부분을 확실하게 해결해 서브 바디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약 2432만 화소 FX 포맷 센서

 

Z 5는 상위 기종 Z 6의 화소 수(약 2450만)와 엇비슷한 약 2432만의 유효 화소의 풀프레임 규격 이미지 센서를 채용했다. 대구경 Z 마운트를 탑재하고 이에 최적화된 Z 렌즈를 활용할 수 있어 니콘의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다운 훌륭한 화질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다만 앞서 출시된 두 풀프레임 모델들의 이면조사형 센서가 아닌 일반적인 구조의 CMOS 센서를 채용해 상위 기종들과 차이를 두었는데, 저조도 상황에서 광량 확보에 있어 약간의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51200까지의 상용 ISO 감도를 지원해 저조도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또 그간 니콘의 풀프레임 센서들이 보여준 뛰어난 다이나믹 레인지 기술을 고려하였을 때 풀프레임 바디로의 입문자나 전문가 및 하이아마추어의 요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할만하다.

 

 

AF와 관련된 기능들은 그대로 이어졌다. 최신 화상처리 엔진인 EXPEED 6를 바탕으로, Z 6와 동일하게 수평 및 수직으로 촬상면의 약 90% 범위를 촘촘하게 커버하는 273개 초점 포인트가 탑재됐다. 위상차 AF 소자와 콘트라스트 AF 소자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AF 시스템으로 빠르고 정확한 자동 초점 성능을 보여준다. 촬영 대상에 따라 핀 포인트, 싱글 포인트, 와이드 영역, 자동 영역 등 6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자동 영역 AF 모드에서는 사람과 동물의 눈 인식 AF가 가능하다. 추적 성능 또한 Z 6에 준하는 수준으로 피사체의 움직임 또는 촬영자의 움직임에 긴밀하게 반응해 찰나의 장면을 비교적 용이하게 담아낼 수 있다.

 

니콘의 정체성에 충실한 카메라

 

최근 눈부신 이미징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가 많이 이루어졌지만, 카메라는 여전히 얼리어답터를 위한 제품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최신 바디를 구매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렌즈를 여럿 고려하다 보면 어느새 수백에 가까운 예산이 짜인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제아무리 혁신적이거나 놀라운 기술들을 탑재하더라도 이는 제품의 특징일 뿐 그 이상의 장점이 되지는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기술은 도태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니콘은 이러한 본질을 잘 알고 있는 제조사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로 제품을 만든다. 바로 견고함을 바탕으로 한 신뢰성이다. 이번에 출시한 Z 5를 포함한 Z 시리즈의 4종은 모두 마그네슘 합금을 소재로 채택하고 방진·방적 기능을 적용했다. 특히 Z 5는 준중급기이면서 상급 기종들의 설계와 질감을 그대로 재현했다. 약 670g의 무게, 크기 또한 비슷해 숫자상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다. 원가를 가장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영역에서 타협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이미지 품질과 조작성을 유지하는 한도 내 핵심 기능들만 남기고 촬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완성했다.

이번 Z 5는 듀얼 메모리 카드 슬롯을 채용한 것 외에 큰 변화점을 찾기 어려워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 디자인과 설계 면에서 내구성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니콘다운 면모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래 쓸 수 있는 믿음직한 카메라라는 점에서 프로들의 서브 카메라, Z 시리즈로의 입문용 카메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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